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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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한 신경의학자의 임상 기록이다.


글의 전반부를 읽어보면 인간이 오직 물질로만 설명이 될 수 있는 존재로 느껴진다. 우리의 생각, 지식, 판단 등 모든 사유가 두뇌 속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과정과 결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뇌의 기능이 문제가 되는 환자들의 특징적 사례는 새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글의 중반부를 넘어서며 저자는 그들이 인간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보이는 행동을 주목한다. 곧 물질로서 설명되는 존재를 넘어 '영혼'이라는 추상어로 이해하고 싶은 인간성의 발현을 찾아보는 것이다.


단기 기억상실증, 장기 기억상실증, 자폐증, 두뇌 활동의 결함으로 획득한 천재성, 세부는 볼 수 있으나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병 등 이 책에는 드라마의 소재로 삼을 만한 증후들로 가득하다. 정보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러나 뇌기능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존엄성을 찾는 본능적인 노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번에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두고두고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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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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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서 중년으로 전환기에 놓인 나이가 되었다.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던 차에 소설 [다마모에]를 소개 받았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세키구찌 도시꼬는 남편의 죽음을 통해 일대 혼란에 빠진다. 남편이 죽고 나서야 혼자사는 삶에 준비되지 않았음을 알아 차리는데 설상가상으로 남편에게 아내가 모르는 비밀스런 삶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뒤로 그녀는 혼란과 충격에 휩싸인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현실은 지독하게 냉정하다. 늙었다고 과부라고 세상이 봐주질 않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운명에 매어져 있다. 그런데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한 10대에서 중년에 다다른 40대까지는 죽음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외면하고 산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시한부 인생일텐데 천년 만년 살 것처럼 행동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친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산다면 세상을 사는 무게라는 것은 조금 더 무거워 지지 않을까.


더욱 당면한 문제는 퇴직 이후의 삶이다. 58세면 대부분의 직장에서 남자든 여자든 떨려 나가기 마련이다. 그 후에도 20년 이상의 삶이 남아 있다.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삶이다. 그 20년을 그냥 낭비할 수 없을 텐데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얼마 남지않은 삶을 어떻게 즐기고 누릴 것인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텐가.


[다마모에]는 이렇게 인생 후반기의 삶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의 내용으로 보면 남편이 죽은 다음 알게 된 비밀은 오히려 세끼구찌의 삶에 축복이 된다.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은 새로운 세계로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택과 탈선(?)이 독자들에게도 삶을 돌아보고 계획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저자 자신이 중년의 여성이고 결혼 후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그리는 여성의 모습이 무척 공감이 간다.


앞으로 주목할 작가를 발견했다.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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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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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함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인 명사가 될 최고의 아이를 만드는 법을 알려 드리겠다. 그 아이는 년초인 1,2월에 태어나도록 출산일을 조절해야 한다. 태어나는 해도 될 수 있으면 산업 팽창기를 골라야 한다. 그런 기회는 19세기 말에 한 번 있었고 빌 게이츠가 태어난 1950년대 초반도 해당한다. 아이는 근면과 성실을 뼈 속 깊이 강조하는 벼농사 문화권에서 태어나도록 출생지도 골라야 한다.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분야에서 10,000여 시간이 넘는 훈련을 하도록 아이를 집중적으로 관리 양육해야 한다.


보통 사람의 경지를 뛰어넘어 위대한 성과를 이룬 사람을 '아웃라이어'라고 부른다. '블링크'와 '티핑포인트'라는 책을 통해 보통 사람이 놓치는 기회와 가능성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준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그런 대단한 성과를 올리는 요인에 더해 위의 사항과 같은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저자들의 주장이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아주 당연한 내용이란 것이다.


한 사람이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무척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성공한다는 게 서양인들의 성공의 요인인 모양이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성공의 요인에는 환경이 결정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고사성어의 의미처럼 환경의 작용에 대해서 당연히 여기는 것이 우리의 문화 아니던가. 서양인들에게는 이러한 환경 결정론적인 주장을 인정하기 싫었던가 보다. 그래서 말콤 글래드웰의 이번 저서는 우리보다는 그들에게 더욱 큰 파장이 일었을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개인에게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쌓인 문화적 유산과 역사적 기회, 그리고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개인의 노력에 엄청난 운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계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1,2월생이 많다. 그 이유는 그들이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유, 소년 스포츠 클럽은 보통 1월에서 12월 사이 태어난 어린이들을 모집하는데, 어린 시절에는 몇 달이라도 생월이 빠른 아이들이 신체의 기량이 앞선다. 신체적 조건이 앞선 아이들이 돋보이기에 그들은 칭찬받고 동기를 부여받는다. 그들에게 지속적인 격려와 관심이 주어진다면 성공으로의 첫 번째 관문이 쉽게 열리는 것이다. 두 번째 태어난 시기도 중요하다. 만약 빌 게이츠가 10년 정도 빨리 혹은 늦게 태어났다면 그가 오늘 날의 위치에 와 있으리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산업 분야가 새로 개발되고 성장하는 시기에 그는 첫번째 파도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적인 거부의 탄생 시기가 기묘하게 일치하는 사실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 번째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정점에 오르기까지 1만여 시간이 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위해서 근면과 성실을 문화적으로 강조하는 사회적 배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은 한국적인 문화가 앞으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자식을 다그치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이를 끌고 다니는 한국 학부모의 적극성도 사실은 자식에게 1만시간의 집중적인 훈련 기간을 거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이 기발한 통계와 증거들로 더욱 명백해 보인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주장은 앞으로도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우리의 부모들이 자식에게 쏟는 관심과 투자가 옳은 선택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한편으로 한국인 특유의 권위주의 적인 문화가 항공사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의 잠재적 원인임을 지적당하면서 우리의 조직 문화가 성공으로 가는 길에 얼마나 큰 장애인가를 발견한 것은 큰 소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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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내를 가진 남자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4
패트릭 퀜틴 지음, 심상곤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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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적인 소재를 찾아 서가를 뒤지던 중 발견했다. 제목부터 '막장'이라고 불리는 일일 드라마 소재라는 느낌이 든다. 소설의 내용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완성도가 높다.


아름답고 육감적인 첫 번째 아내로부터 버림 받은 빌 하딩은 부잣집 딸 베시와 결혼해 겨우 행복한 가정을 꾸린 상태이다. 그의 성공적인 삶은 어느 날 전처 안젤리카를 다시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안젤리카를 집안에 끌어들인 즈음 그녀의 남자 친구가 살해당하고 모든 혐의는 그녀 안젤리카를 향해 집중된다. 전처의 무죄를 입증한다면 현재의 안정된 삶이 흔들릴 수 있기에 빌 하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빠진다. 동시에 트렌트 경감의 수사망은 점점 좁혀져 온다. 등장인물의 정서와 이야기가 치밀하다. 여러가지 면에서 추리소설의 전형성을 깬 작품이다.


첫째, 형사가 주인공이거나 범인이 주인공인 대다수 추리소설과 달리 살인범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닌 제삼자가 사건에 얽혀 있고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설정이 상당히 독특하다.


둘째, 추리물로서 치정에 얽힌 멜로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도 독특하다. 통속적인 소재 속에서도 하드보일드한 냉정함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셋째,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현재적으로 해결하는 대부분의 '범인찾기' 추리물의 이야기 전개와는 다르다. 두가지 시간대를 연대기적으로 배열하는 대신 사건의 발생과 해결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 마치 사건의 추이를 실시간 중계로 보는것 같은 생동감이 있다.


이러한 독특한 시도가 1955년에 이루어졌다. 좋은 글은 시대를 초월한 재미가 있다고 하더니 이 소설의 경우가 그러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78년에 출판된 책이라 번역이나 인쇄 등 소설의 외형이 조악하다. 만약 개선이 된다면 21세기 독자들과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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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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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게 지장이 없다. 그런데 사는 데 불만이 많다.

남들보다 못 나가서 불만이고 남들보다 못 벌어서 불평이다. 인생이 심심하고 무료하다.

이런 배부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이 코맥 맥카시의 로드: The Road]를 읽게 되면 머리가 쭈빗서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인류의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즈음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헐리우드 상업 영화처럼 인류가  왜 이런 처지에 놓였는지 분명히 설명해주지않는다. 짐작하건대 아주 뜨거운 것에 살짝 지구를 데쳤다 놓았나 보다. 그래서 길에서 운전하던 사람들은 새까맣게 타죽었고 거의 모든 생명체들이 사라졌다. 더는 새로운 생명을 기대할 수 없는 황야에 살아남은 자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약탈한다.


남자와 아이는 생존자이다. 그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를 향해 길을 따라간다. 먹을 것이 없는 세상에서 굶기를 밥 먹듯하는 하루하루가 계속된다. 나를 먹이로 만들려는 식인종들이 바로 나와 같은 생존자이다. 이런 소설의 전제가 회색빛 칼라와 함께 이 소설의 음울한 분위기를 만드는 배경이다.


한마디로 재수 없는 내용인데 끝까지 책을 붙들고 읽게 한다. 풍요의 시절을 살았던 남자는 과거의 패러다임이지만 빈곤의 시절을 통해 태어난 아이가 희망의 패러다임인가 보다.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는 말자는 아이의 주장, 배가 고파도 사람을 먹지는 말자는 아이의 몸짓이 최악의 상황에서 발견하는 휴머니즘이란 생각이 든다. 풍요의 기억이 현재의 빈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아이러니는 여전히 독자에게 의미가 큰 내용이다.


삶의 고차원 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소설을 보니 그 모든 게 '행복한 고민'이란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의식주로 고민하지 않는 따뜻한 삶을 우리가 시작한 것이 불과 오 륙십 년 전의 일이다. 참 잘살고 있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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