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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타카 1
마야마 진 지음, 이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현대 세계에 일어난 경제 위기는 거품의 붕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1920년대에 발생한 미국의 대공황은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촉발된 과잉투자의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했다. 최근 세계 경제 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담보 대출과 그 대출을 채권화한 2차 상품들이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것이라 한다. '자기 돈으로 집사면 바보다' 란 인식이 미국의 주택 구매자들에게 퍼져있던 것이 최근까지의 일이다. 그들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에 대해 상환을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재무구조가 불건전하게 된 금융 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부도사태를 내면서 촉발된 경제 위기이다. 그렇게 거품이 빠지고 채무의 상환이 힘들어 질 때 기업과 은행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수많은 기업 사냥꾼들이 나서는 것이 바로 이 시점이다. 기업 사냥꾼들은 휴지 조각이 된 채권에서 단 돈 몇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혈안이 된 은행을 상대로 싼 값으로 기업의 채권을 인수하여 결국 그 기업을 인수한다. 소설 '하게타카'는 거품 붕괴시의 기업과 은행, 그리고 기업사냥꾼의 움직임에 대해서 생생하게 알려주는 경제 교과서와 같은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두 권에 담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압축되어 있다. 기자 출신의 작가이기에 정보와 스토리를 압축하는 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교양서를 읽어 보아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기업사냥의 실체가 머리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게 이 소설을 읽은 덕분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 기업이 한계 상황에 이르는 경위에 대해 작가의 제시하고 있는 통찰력 있는 시선이다.
기업이 최초에 자신의 명성을 세웠던 고객과의 관계를 망각한다. 본업을 무시하고 돈을 쫒아 과외산업에 과잉투자를 한다. 그 과정에서 은행에 채무를 지는데 기업은 그 채무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기업이 비슷한 양태의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자나 오너는 기업의 자금을 사물화 하여 돈 주머니를 헛갈리기 시작한다. '내 회사의 돈이니 내 돈이다'라는 식으로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기업이 사회에 등장해서 매출을 올리는 그 순간부터 기업은 고객에 대해, 종업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이 그 책임감에 대해 긴장을 풀었을 때 썩은 냄새를 풍기게 되고 바로 그때 기업사냥꾼들의 독수리 같은 시선이 꽂히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반 독자보다는 기업가, 경영인들에 더욱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