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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깍두기라는 것은..무를 먹기 알맞은 크기로 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다음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버무려 담근, 김치의 일종이다.
밥맛 없는 이른 아침,
손에 잡히기 쉬운 깍두기을 꺼내 우적우적 씹어 시린 속으로 떠나보낸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끼니에 일조를 하는 깍두기는 인생의 편린와 닮아있다.
각자 크기가 다른 모난 조각에 슬픔과 고난으로 푹 절여진 다음,
세월이라는 알록달록한 양념을 한 인생.
그렇게 우리는 매일 아침, 깍두기 같은 인생을 부여잡고 하루를 시작한다.
정이현은 하루를 시작하는 복잡다단한 도시를 '달콤하다' 라고 명시했다.
제목에 부아가 치민~ 삐뚤어진 나는,
" 이 시린 도시속을 왜 달콤하다는 거지? 시리다 못해 신물이 올라오는데.." 라고 투덜댔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정이현이 만들어낸 '오은수'도 나와 마찬가지로 시린 속 부여잡고
살아가는 여인네였다.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달콤의 의미는 '감칠맛이 돌 정도로 알맞게 달다' 다.
그러니까 '달다' 보다는 약하다.
시린 도시속에서, 달지는 않지만 달콤한 맛이 필시 있다는 게다.
푹 익어, 신 맛이 강한 깍두기가 감칠맛을 내는 것처럼.. 딱 그정도 달콤함 말이다.
인생은, 신 맛 속의 그 달콤함 때문에 살 만 한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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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감정이입이 잘 된다.
나와 같은 여성이고, 도시속에 살아가며, 얼 비슷한 고민과 갈등으로 괴로워 한다. 그리고 사랑도 한다.
나와 닮은.. 아니 이 시대의 20.30대의 모습을 닮은 '오은수'라는 캐릭터는 남 같지 않다.
대사 하나도, 독백도 모두가 내가 내뱉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어가는 '오은수' 은, 어느덧 '나' 로 바뀌어 있었다.
혹자는 '로맨스소설과 다름이 없다' 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맨스소설이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 난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30대의 인생에서 30대의 인생으로 끝나서 좋다.
사랑은 이 책을 구성하는 요소일 뿐이지 전체가 아니다.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면 나는 이 책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 거다. ㅡ.ㅡ;; 흥!
영화: 여자, 정혜
드라마: 연애시대
만화: 사랑의달걀 1-4(완)
위의 세가지 이야기들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 도 맘에 들 거라 생각한다.
사랑을 요소로 품고 있지만, 여자의 인생도 담고 있는 좋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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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리다.
잘 익은 깍두기 꺼내서 우적우적 맛있게 씹어먹고, 시린 세상속 잘 견디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