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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ㅣ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나도 빨간 줄 긋고 싶어" 라는 제목은 나의 진실된 마음이다.
흔히 사회에 통용되는 범죄인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빨간 줄에 동경을 갖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 부터.
시험을 치고 난 뒤, 선생님은 교실 안 자신의 책상에서 회색종이에 북북~동그라미와 선을 그었다.
빨간 색연필로. (나름 답을 한 흑연필은 빨간색앞에서 빛을 잃고 쓰러졌다)
충렬일기를 제출하면 그날 그날 일기의 오타와 의견을 빽빽하게 적으시는 선생님은,
빨간 펜으로. 오메,글자 먹었냐?글자 틀렸당께-돼지꼬리뻉뺑~지워!바꿔.
가장 내 일기장을 많이 차지한 이상한 기호는 띄워라! 붙여라! 였다.
1분단 첫째줄 오른쪽에 앉았던 조그만 소녀는 무수한 빨강을 훔쳐보며 두려움과 함께
동경을 느꼈다.
그때.. 부터 인가?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패대기 치며.. 돌려서 나오는 색연필에서 까서 쓰는 색연필로
다시 사달라는 요구에 엄마는 딸네미 궁둥짝을 패대기(?) 쳤지.
돌려서 나오는 색연필을 빨리 다~쓰기 위해 100원짜리 색칠하기 그림책을 많이 샀더랬다.
군것질의 유혹을 참아가며 기를 쓰고 색칠하던 어느날, 스프링과 텅텅 빈 플라스틱 깔데기를 들고
엄마에게 당당한 얼굴로 "까서 쓰는 색연필 사줘" 라고 말하게 되었다.
까는 색연필과 덤으로 빨간 펜까지 쟁취했지만, 어느 글자에 저런 부호를 써야 하는지 막막해서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세월이 흘러 신문의 간단한 오타는 알아채지만, 여전히 나는 빨간줄을 당당히 그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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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읽어도 그 속에서 오타 뿐만 아니라 무수한 문법적 오류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장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의 글에 빨간 줄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
정답을 매기며 보충설명을 꼼꼼히 적는 빨간 펜 선생이 있다.
부하직원의 잘못된 보고서에 상세하게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고 보고서작성의 팁을
적어주는 관대한 상사가 있다.
모든 분야에 빨간 펜을 날리는 이 사람들을 나는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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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는 어휘의 오류를 잡아주는 책이다.
그동안 무의식으로 쓰던 어휘의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국어에 지평을 열어준다.
주로 문제집을 사고, 강의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야는 외국어다.
하지만 국어도 공부할 곳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각각의 어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문제 풀기가 있다.
나의 국어 실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본문제다.
열심히 필기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어쩔 뻔 했어!' 였다.
이미 많이 팔렸던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책을 읽은 독자의 수는 많을 것이다.
내가 이것을 보지 못함으로써 그들보다 국어실력이 떨어지는 열패감을 맛보아야 한다.
그런 쓰디 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빨간 펜을 들고 멋지게 북!북! 그어대는 그날까지.
*한글이 아름답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