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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ㅣ 열림원 이삭줍기 3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하다..그림자가 없는데..그게 왜? 작가 샤미소가 마치 친구가 보내온 글을 자기가 소개하는 것 뿐인양 능청스러운 시작을 한다. (사실 헷갈렸다..읽으면서 설정이구나 그랬다...) 영혼을 악마에게 판 파우스트처럼, 주인공은 비루한 자신의 처지때문에 황금을 얻고자 그림자를 회색옷 입은 남자에게 팔아버린다.
특이한 점 몇가지를 정리해보자.. 회색옷 입은 남자는 교활하거나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그가 악마로 비유되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과 몽매함을 이용해 진짜 가치 있는 것들(비록 우리가 깨닫고 있지 못한 것일지라도)을 빼앗아 가 버리는데에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을 채워주는 회색옷 입은 남자..소망을 들어주는 데도 불평뿐이라고 토로하는 그 존재를 그려본다..음..^^;; 교활한 것이군!!!! (주인공 이름이 생각안난다..)
암튼 주인공을 가만 들여다 보고..질문을 하자 당신같으면 그림자를 팔고 대신 영원히 황금을 쏟아내는 낡은 자루를 갖겠는가....? 그림자가 무엇이길래..그림자를 읽은 주인공은 제대로 생활할 수가 없다. 모두가 그림자가 없는 남자를 이상하게 여기고 벌을 받았다거나 끔찍한 일을 해서 그림자를 잃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하는 것이다?! 뭐냐..? 납득할 수 없는 심정으로 읽어나갔다. 그림자가 뭔데..실제 사람이 존재하는데, 몸뚱이가 있고 그 속에 뇌가 있고 심장이 뛰고 머리속에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을 너머 영혼도 있건만..그림자..실체가 없으면 그림자도 없는 것인데...그림자를 잃었다고 그의 실체마저 위협당하는 것이란 말인가...........??
남자는 부유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에서 오는 기쁨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그림자가 없어서 사랑하는 여인조차 잃어야 했던 그였지만! 영혼을 담보로 그림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회색옷 입은 남자의 제안을 거절한다..빛나는 영혼의 승리.. 그는 한때의 어리석음으로 그림자를 판 것을 후회하고 끝끝내 그림자를 되찾지 못하지만 영혼만을 지킨다.. 옛날이야기... 영혼을 팔지 않는구나....! 그림자가 암시하는 것이 단순하지 않구나!
이 책이 나에게 준 통쾌함은 주변의 것의(그림자같은..) 소중함이었다. 내가 아니면 없을 것, 그게 아니면 내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역전이라고 할까..? 중심과 주변...주변과 중심..가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인가.. 옛날 이야기의 원전을 찾아읽다..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