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불안한 삶의 한쪽을 보고 있자니 내 시간들이 휩쓸려가 우왕좌왕 하였다. 얼마나 줄을 그어가며 읽었는지...다른 헤세의 소설들과 분명히 유사한 면도 있었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고백인듯한 느낌이 들어 진실한 헤세와 만나는 듯 했다. 독일에서 헤르만 헤세가 경량급 작가로 여겨진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그가 동양에 대한 많은 매력을 느끼고 공부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이해할 수 있었다..오히려 독일에선 동양적인 것이 낯설었을테니..읽은지 한참이 지나는 듯한데..주인공 할리의 영상중 몇개가 선명하다..헤르미네에게 처음으로 춤을 배우게 된 그의 모습. 싫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이 하기에는 낯설고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였는데.. 춤을 배우고 무도회장에서 선보이기 위해 홀로 연습을 한다.결국 젊고 어여쁜 파트너와 춤을 추면서 서서히 자기가 즐기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 세상의 유희는 경멸한 것도 아니었고 자신과는 거리가 먼 것도 아니었음을 태어나서 조금은 오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된 그에게서 이상한 연민이 느껴졌다..소설속에 주인공은 [황야의 이리]라는 논문을 읽게 되는데 여지껏 그는 극단적인 두가지 성향으로 자신을 정의내려왔던 것이 실수였음을 지적받는다. 우리안에는 무한한 우리가 있으므로 우리는 두가지 혹은 몇가지로 자신을 규정하려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고.... 혼란속의 자신을 구제해 주는 것은 '유머'이라는 것...인상적이었고 공감했지만...이성이 그 댓가라는 건 아직 젊은 우리에겐 무리가 아닐까... 좀 더 나이가 들어 지루한 일상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을때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