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 초록잎 시리즈 8
강정규 지음, 구서보 그림 / 해와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적 똥누는 걸 옆에서 침을 흘리며 쳐다봤던 우리집 똥개, 제삿날 하필 똥통에 한쪽 다리가 빠져 온 냄새가 풍겼던 우리 오빠, 저녁에 똥누러 가기 무서워 누구를 깨워야 했던 바깥 화장실. 지금 생각해 보니 똥이 우리 생활과 가까웠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참 많았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는 똥 관련 이야기다. 이책은 할머니의 포근함, 모기를 멀리 보내는 쑥향 태우는 냄새 등등 어릴적 옛 추억으로 살짝 데려가는 느낌이 든다. 표지의 그림이 참 재미있다. 아이가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똥통 속에 떨어진 시계 때문인가 보다. 인규는 서울에서 내려온 형, 누나들과 해수욕장 가면서 친구 경호의 시계를 빌렸다. 경호의 시계는 형이 군대에서 월급을 모아 동생을 위해 사준 귀한 시계다. 자신도 폼내고 싶어서 빌렸는데 하필 똥통에 빠졌다. 그날 서울 형의 비싼 시계도 잃어버렸다. 인규가 비싼 시계를 훔쳐 팔아 돈이 많다는 소문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어째 상황이 옴짝달짝 못하는 상황이라 끙끙 속앓이만 하고 있는데 오해를 풀기위해 인규아버지는 어쩔수 없이 똥통을 모두 비우기 위해 똥을 푼다.  자식을 위한 마음에 무더운 여름 똥통을 비우는 아버지,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아들, 가족간의 따뜻함이 피워나는 작품이다.

 

조금씩 멀어져 간다.

 

첨엔 그냥

기저귀에 싸고

뭉개기도 했다.

그러다 변기에 앉아 응가

푸세식, 수세식 거쳐 이젠

비데,

돌아보지도 않고

어디로 가는지

관심도 없다.

-목욕탕엣 선생님을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직접 보지 못했다. 죽음은 막연하게 대개 두렵거나 나와는 관계없이 아주 먼거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장례식장에서 의례하는 인사정도로만 느껴졌으니 말이다. 리버보이를 읽으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은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다.

 

유유히 물의 흐름을 느끼며 수영하는 제스. 그 옆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심장이 아파 쓰러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고집을 부려 할아버지의 오랜 고향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짓궃은 눈과 웃고 있는 입매, 고집불통이던 성격, 심술궃은 유머감각을 가진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제스의 따뜻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무뚝뚝하고 고집스럽지만 손녀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주는 할어버지.

별장 근처의 강의 흐름과 뭔가 알수 없는 존재인 리버보이. 책을 모두 마칠때까지 서서히 드러나는 리버보이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죽음과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옆에서 싫은 내색없이 돌보는 아들에게 냉정했던 할아버지. 마지막 순간에 할아버지와 아빠의 마음은 통했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일생이라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지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 거야. 그래야만 하닌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p192~193) 

 

그렇다. 그녀는 괜찮아 질것이다.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괜찮지 않겠지만, 언제가는 괜찮아질 것이다. 그녀는 엄마와 아빠처럼, 특히 아빠가 그렇듯이 깊은 슬픔에 잠길 것이다.

그 슬픔은 깊고, 그것이 일으키는 아픔을 클 것이다. p227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아빠 역시 슬퍼할수 있을 만큼 슬퍼한 후에는 다시 마음을 추수를 것이다. 울어야 할 순간에 울음을 참으면 병이 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면 모든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추억이 있으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p231)

 

또 다시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었다. (p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려령의 소설은 참 후벼판다. 그 상처를 보고 있으면 참 무섭고 아프다. 그래도 항상 옆자리에서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길래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사람을 이해시켜버리는 재주도 있다. 그 깊은 상처를 함께 보듬는 느낌이 참 아프다.

 

<발에 채는게 여자라도 어머니는 하나라고! 아...... 어머니. 내가 고른 사람도 아닌데 평생 버리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머니인 건 어떠세요? 발에 채는 여자는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면 되는데, 발에 스치기도 싫은 여자가 어머니라고 딱 붙어 있는 건요?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까지 어머니일 당신, 숨이 막힙니다. p51>

 

끊임없이 어떤 놈팡인지 모를 놈한테 돈을 뜯기고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 늘 상전같은 아내, 평범하게 살아간듯 하지만 그냥 저냥 건조하게 살아가는 남자. 뽀득뽀득한 삶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 남자에게 서영재라는 당차고 에너지 솔솔 넘치는 여인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옆에 자연스럽게 친한 도하.

 

그리고 그 남자 옆에서 일어난 죽음들, 무서울만큼 치가 떨리는 이야기가 서서히 들어나 읽는 내내 잔잔한 떨림이 느껴졌다. 며칠째 쏟아지는 폭우로 흙탕물이 범람해 죽은 아버지, 그리고 자살한 아내, 주변의 죽음과 껄끄럽지 않은 끈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혀 밑에 고인 진실은 무엇일까? 사람이 참 무섭고 잔인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우아한 거짓말일까?

이를 악문 엄마의 입에서는 삼켜도 삼켜도 끓어오르는 울음소리가 난다.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죽고 엄마는 꾸역꾸역 밀어넣듯이 밥을 먹지만 걸핏하면 체하거나 토한다.

"짜장면이 싫어..... 죽을 수 있어."라는 딸의 말을 웃어 넘기고 어렴풋이 어떤 이유로 죽은지 감을 잡고 천지를 힘들게 한 화연의 보신각을 찾는다. 나오자 마자 모두 게워낼 짜장면을 먹는 엄마....

끓어오르는 분노와 울음을 참고 천연덕스럽게 살아가서 우아한 거짓말일까?

 

아니면 죽은 천지를 들었다 놨다 과녁삼아 논 화연을 빗대어 놓은 말일까? 쉽게 거짓말을 흘리고 뻔한 사과를 하는 화연이를 조롱하는 걸까? 뻔뻔함이 화석이 된 아이, 시기와 질투, 빈정거림과 잔인함이 온몸을 비늘처럼 에워싸고 있는 화연을 천지를 무지하게 괴롭혔다.

 

난 언니와 엄마가 천지의 유서같은 실타래 글을 찾을때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만지가 미라와 미란의 친근함을 보면서 마냥 외로웠을 천지를 생각하며 뛰쳐나올때 울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천지의 발자취를 찾아 도서관 대여책을 찾고, 단짝처럼 지내는 화연이를  만나면서

깊게 파인 천지의 상처를 들여다 보는 만지. 남은 가족과 용서하지 않고 떠나는 천지가 가슴시리게 아프다.

 

"문제가 없는 애의 문제는요?" -p67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p23

"거절 못할거 뻔히 알고 부탁하면 그게 부탁이냐? 명령이고 강요지."

천지는 자신의 아픔을 어떤 방식이로든 표현했는데 모두들 자신의 삶에 묻혀 아무도 알아주지 못했다. 그게 난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만나는 한국사 세트 - 전5권
강응천 지음, 엔싹 그림 / 녹색지팡이 / 2012년 4월
55,000원 → 49,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750원(5% 적립)
2014년 03월 05일에 저장
품절

스토리텔링 초등 한국사 교과서 세트 - 전3권
초등역사교사모임 지음, 경혜원 그림, 이인석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5월
39,000원 → 35,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50원(5% 적립)
2014년 02월 18일에 저장
품절

한국사 탐험대 세트 - 전10권
송호정 글, 이용규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1월
90,000원 → 81,0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0원(5% 적립)
2014년 02월 06일에 저장
품절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1~8권 세트 - 전8권 (양장)
금현진.손정혜 외 지음, 이우일.박소영 그림, 이정은 외 정보글, 세계로 기획, 송호정 외 / 사회평론 / 2012년 5월
104,400원 → 93,960원(10%할인) / 마일리지 5,220원(5% 적립)
2014년 02월 06일에 저장
품절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