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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김려령의 소설은 참 후벼판다. 그 상처를 보고 있으면 참 무섭고 아프다. 그래도 항상 옆자리에서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길래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사람을 이해시켜버리는 재주도 있다. 그 깊은 상처를 함께 보듬는 느낌이 참 아프다.
<발에 채는게 여자라도 어머니는 하나라고! 아...... 어머니. 내가 고른 사람도 아닌데 평생 버리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머니인 건 어떠세요? 발에 채는 여자는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면 되는데, 발에 스치기도 싫은 여자가 어머니라고 딱 붙어 있는 건요?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까지 어머니일 당신, 숨이 막힙니다. p51>
끊임없이 어떤 놈팡인지 모를 놈한테 돈을 뜯기고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 늘 상전같은 아내, 평범하게 살아간듯 하지만 그냥 저냥 건조하게 살아가는 남자. 뽀득뽀득한 삶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 남자에게 서영재라는 당차고 에너지 솔솔 넘치는 여인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옆에 자연스럽게 친한 도하.
그리고 그 남자 옆에서 일어난 죽음들, 무서울만큼 치가 떨리는 이야기가 서서히 들어나 읽는 내내 잔잔한 떨림이 느껴졌다. 며칠째 쏟아지는 폭우로 흙탕물이 범람해 죽은 아버지, 그리고 자살한 아내, 주변의 죽음과 껄끄럽지 않은 끈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혀 밑에 고인 진실은 무엇일까? 사람이 참 무섭고 잔인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