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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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 애가 내가 겪지 못했던 모든 것을 전부 다 누리길 바라요'라는 뜻이야. 그 사람을의 진짜 속뜻은 이거지. 내 인생 자체는 평범하고 쓸모없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내 딸이 온갖 경험을 하고 온갖 기회를 누린다면, 그럼 사람들이 나를 동정하게 되겠죠. 내 삶과 내 선택의 빈약함은 무능함이 아니라 희생으로 보일 거예요. 내가 나는 이루지 못한 모든 것을 딸이 이루도록 키우면 사람들은 나를 더 많이 동정하고 더 많이 존경하겠죠."  .........33쪽


청소년시절을 보낸다는 것은 곡예를 하는 것과도 같다. 간당간당 위험한 줄을 타는 모습이 연상된다. 평화를 사랑하는 보통의 모습을 바랄때 아이들은 그저 아름답고 싱싱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속에는 펄펄 끓는 삶의 고뇌가 담겨있다. 어른들은 풋풋한 청소년을 보면서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라고 이야기하겠지만 그들 나름 무거운 삶을 살아간다. '난 우리 애가 내가 겪지 못했던 모든 것을 전부 다 누리길 바란다는 글을 보면서 나역시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는 것을 부정할수 없다. 그게 뭐 잘못된 건가?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것. 쓰고 달고 맵고 신 것들을 견뎌내면서 인생은 더욱더 단단해짐을 스스로 알지 않는가. 


"성공한 엄마들, 그러니까 음악가나 운동선수, 문학가, 자기에게 만족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들, 어떤 것도 거부당한 적없는 여자들, 어린 시절에 부모가 온갖 수업을 듣게 해준 여자들, 그런 성공한 엄마들은 언제나 가장 강압적인 면이 없는 사람들이지. 그 사람들은 감시하거나 치맛바람을 일으키거나 딸을 위해 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어. 그런 엄마들은 자기 자신으로 이미 온전하니까. 그 사람들은 완성된 사람들이고, 그래서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그런 완전함을 요구하지. 그 사람들은 뒤에 서서 따들을 자신과 분리된 존재로, 완전하고 그래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로 여기지." ....................34쪽


선생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학교와 부모들은 난감해진다. 그 일로 인해 아이들이 혹여라도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라는 학교의 판단으로 상담교육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내 안에 온갖 다양한 판타스틱한 것들이 난무하는 것을 무시하는 처사라도 해야하나? 사람들은 서로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내 입장에서 보기에 남들은 이렇게 보겠지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청소년기의 소음. 고등학교때 우리 학교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무언가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정말 선생님과 사귄다는 이야기들이 돌곤 했다.  보통의 여학생과는 다른 아가씨스러운 그런 모습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남자 수학선생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돌았고 정말 그 둘은 연인사이같았다. 수업시간임에도 맨 뒤에 앉은 그 아이 옆으로 가서 툭툭 치켜 장난을 치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 신기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속의 아이들처럼 빅토리아에게 그리고 그 아이에게 배신감을 느낀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성숙해보이는 그 아이를 보면서 시기하고 선생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같은 묘한 분위기를 질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쩜 저렇게 여성스러울수가 있지? 남다르구나~하면서 말이다. 


... 연극은 진짜 인생의 정제된 버전, 발췌본, 나나 너희들의 평범한 모든 것보다 훨씬 더 기묘하고, 더 비극적이고, 더 완벽한 인간 행동의 정수지." .......57쪽


그들이 그동안 내내 의심했던 척하는 것이 그들 상처의 깊이를 드러내는 증거였다. ...........이제야 그들이 얼마나 못 본 게 많은지, 얼마나 무시당했는지 깨닫기 시작했고, 이런 깨달음은 부수적이고 초대조차 받지 못한 완전한 미성년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두드러지게 했다. .......90쪽


....따님의 삶에서 지금 이 시기는 나중에 올 모든 것에 대한 리허설일 뿐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모든 것이 잘 못되는 게 그 애한테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것도 기억하시고요. 천에 덮인 가구와 얼굴 없는 폴리스티렌 두상들과 금이 가고 먼지 낀 거울이 있고 바닥에 오래된 종이들이 흩어져 있는 이 배우 대기실에 안전하게 있는 '지금'실수를 하는 게 그 애한테는 가장 좋은 일이에요. 그 애가 하얗고 잔인한 투광조명아래,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나갈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안전한 곳에서, 헬멧을 쓰고 무릎보호대를 차고 점심 도시락을 싸 다닐 때, 기나긴 밤 동안 누가 울지는 않는지 어둠 속에 부인이 복도 끝에서 문을 살짝 열고 내다볼 수 있을 때 그 애가 모든 걸 연습해보게 하세요." .........375


예술을 하기에 무언가 멋진 삶을 살기에 나는 너무 올곧게 아니 너무 평범하게 자랐다는 것이 원통하게 생각된 적이 있었다. 이 책속에 나오는 연극을 하기 위한 학생들처럼. 예술인이 되기 위해 남들이 겪지 못했던 사건을 겪어야 제대로 된 예술가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들...그런 생각들을 메우기 위애 스탠리는 연극학교에서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스탠리와 연인관계를 맺게 되는 빅토리아의 여동생 이솔데. 동성애자라고 낙인찍히고 친구들에게 거부당하는 줄리아. 너무나 평범하고 그 아이는 그저 있는 듯없는듯 존재하던 그런 아이라는 브리짓.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부모들. 그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심도깊게 다뤄지는 것이 이책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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