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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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전부터 호평을 받으며 영화화 판권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읽어보니 무슨말인지 이해가 된다. 상당한 흡인력이 있다. 책장을 한번 넘겨볼까? 하는 순간부터 책속에 빠져들게된다.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슬슬 넘어가는 것이 그만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사건들과 인물들이 있다. 이사람은 누구가 아닐까? 또 이 사람은 누구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보게된다. 뭐 예를 들자면 김기춘이라든가, 그 고문을 끔찍하게 했던 김근안이라든가 ...물론 아닐수도 있겠지만...


26년과 비슷하기도 하고 작가는 어쩌면 그 것을 또다른 나의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샛별회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조작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그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겪어내야했던 아픔. 그 아픔을 보듬고 살아가야 했던 아픈 나날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사건들이 펼쳐진다.


공안부 검사 장기국이 실종되면서 그 실종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속에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아픈역사.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픔을 틀어쥐고 살아간다. 리어카를 몰고 다니며 하루벌이를 하던 아버지가 시위에 참여했다가 곤봉에 맞아 죽고 그 죽음의 대가로 경찰이 된 경찰반장 두식. 두식아버지의 이야기는 얼마전 있었던 농사꾼 백남기님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범죄심리학 교수 수연은 데모로 쫓기다가 숨을 거둔 사랑하는 남자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녹록치 않기에 아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아픔과 동행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 다른 아픔의 희생자... 준혁. 가족이 산산히 흩어진 가정이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나하나 빠진다고 뭐가 달라지나? 가 아니라 가족이란 운명의 공동체라는 말이 있듯이 가족 한 사람의 아픔은 고스란히 남은 가족들에게 고통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사건의 시작이자 끝이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질주하는 샛별회 사건들로 하나가 된 상처를 눌러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아픔은 누구나 알지만 그저 아프겠구나로 끝나거나 아니면 현실적으로 복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하는 것이 법이지만 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정말 마음속에서 들끓는 불덩이를 주체할수 없는 그것이 소설속에서는 여러가지 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질수 있다. 내안에 꽉차서 더 이상 담을수 없는 그 경지에선 이 방법이 어느 정도는 약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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