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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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는 소심하다. 보노보노는 걱정이 많다. 보노보노는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 게 얼마없다. 어? 이거 내 얘기인 것 같은데, 줄곧 단점이라 여겨온 내 모습인 것 같은데?

.....................5쪽


김신회 작가는 딱 자기 이야기라고 했지만 나역시 딱 내 이야기네 싶었다.


대단한 꿈 없어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큰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사람들. 어렸을 적 기대에는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기만 하지는 않는 사람들. 잘하고 싶었던 것들 앞에서 한창 욕심을 내고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며 체념할 줄 아는 사람들. 나의 웃음과 눈물과 한숨만큼 누군가의 웃음과 눈물과 한숨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 가끔은 심하게 의욕 없고 게을러 보이는 사람들. 우리는 다 그런 사람들 아닌가. 잘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 아닌가.

.....................6쪽


일반적인 바보스럽다고 폄하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편안하게 포근하게 이야기할수 있다는 것은 김신회작가의 글쓰는 능력이다. 참 사소한 걸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것이 얼마나 근사한것인지 스스로 인지한다는것은 쉬운일만은 아닌데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게 뭐 어떻다고? 나는 나로서 이미 소중한 사람인걸~


관계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지는 일로 완성되거늘, 우리는 정작 타인의 마음을 위로할 줄도 모른채 관계를 맺으며 산다.

.............13쪽


맞는 말이다. 내 마음이 아플때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듣고 헤아려준다면 참 도움이 될텐데 싶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럼 내게 답은 정해져있다. 너 마음 아프겠구나..하고 내 입장에서 내 마음속에 웅어리진 부분을 토닥토닥 다독여주는건. 그렇지만 상대는 그렇지 못할경우가 많다. 내 입장에서 듣기보다는 니가 뭘 잘못했는데 조목조목 따지려 들때의 서운함이란...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 마음을 꼬옥 알고 다독여줄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역시 다른 사람이 하소연 할때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게 내 입장에서 그 사람을 재단한다. 그건 이렇고 저렇고 저건 이렇고 저렇고....그러니 참 관계를 제대로 맺을줄도 모르고 위로도 되지 않는 것이다.


너부리- 나 좀 이해 안 가는 게.

            어제 뭘 했다느니 오늘 날씨가 어떻다느니.....

            그런 얘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포로리 - 아니야,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만약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친구 집에 놀러 와도 금방 돌아가버리고 말 거야.

보노보노 - 그건 쓸쓸하겠네.

포로리- 쓸쓸하지! 바로 그거야, 보노보노!

            다들 쓸쓸하다구, 다들 쓸쓸하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구.

...............23쪽


정말 보면 볼수록 놀라운 보노보노다. 아주 사사로운 감정들이 사람의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는걸 볼때마다 난 왜 저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을까? 하고 괴로울때가 있다. 내가 너무 시시한 인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대사같다. '다들 쓸쓸하다구, 그래서 재미없는 이야기라고 하고 싶은거라구.' 정말 볼수록 빠져든다. 아이들 어릴때 같이 재미있게 봤던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멋진 이야기들이 즐비했다니~ 놀랍고 대단한 작가다.


실제로 해달은 사람이 접근하면 자신의 조개를 준다는 이야기. 그건 내 소중한 걸 줄테니 해치지 말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해달을 잡아가고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 이야기는 마음 한구석에 있는 상처가 생각난다.  제작년인가 겪었던 일...... 그때 폭풍같이 밀려오는 괴로움을 달래준 한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은 많이 잊혀졌다. 뭐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는 법은 없다. 이렇게 드문드문 생각나니 말이다. 한편으론 보노보와 친구들 처럼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먹었으면 좋았겠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나이듬에 대해서 작가가 하고 있는 방송일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담겨있다. 작가가 빈약한 통장 잔고를 마주하고 실망했을때 접했다는 김연수 작가의 말 또한 내 마음속에도 깊이 각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_김연수,[지지 않는다는 말] 중에서. 마음의 숲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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