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큰숲동화 4
정은숙 글, 이영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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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12월, 밤사이 내린 눈이 경성을 온통 하얗게 뒤덮었다. 부지런한 소사가 새벽부터 눈을 치워 놓았건만 짓궂은 녀석들은 멀쩡한 길은 본체만체 눈 쌓인 운동장으로 뛰어들었다. 발이 꽁꽁 얼도록 놀던 ㅇ아ㅣ들은 결국 소사의 고함을 듣고서야 교실로 줄행랑쳤다. 운동장엔 점점이 찍힌 발자국만이 아이들의 아쉬움처럼 남아 있었다. (7쪽)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황국신민서사를 외워야 했던 그 시절. 영서는 이미 다 외웠지만 차마 입밖으로 외우기에는 조국을 배신하고 할아버지를 배신하는것 같아 차마 다 욀수가 없었다. 이미 영서가 야무진 아이라는걸 모두가 다 알기에 영서는 더 힘들기만 하다. 친구들은 그냥 외워버리라고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서는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런 영서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있다. 공부를 하러 떠났던 아빠는 그곳에서 신여성을 만나 새살림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영서는 엄마와 할아버지랑 살고 있었지만 영서가 하도 자기도 공부를 하겠다고 보채자 엄마랑 같이 시골을 떠나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남편 없는 시댁이 의미가 없다고 선포를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서엄마는 미용기술을 배워 둘이 살아간다. 미용실을 하면서 그래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살만큼 살아간다. 그런 영서네와는 달리 영서아빠네 집에는 출판사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써늘하기 이를데 없다. 알고보니 영서아빠는 독립운동을 하는데 비자금을 대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영서아빠가 영서 옆집에 사는 돈을 빌려주곤 하는 고리대금업자같은 할아버지의 생명을 위협했다는 모함을 받게 된다. 그 모함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영서는 열심히 탐정처럼 애쓰러 다닌다. 그러는 와중에 영서는 아빠가 몰래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자금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빠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엄마 미용실에서 일하는 경자언니를 꼬드겨 다리 밑에 가서 머리 잘라주는 무료봉사를 하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뭐라고 말했는데 그중에 들었던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예전에 정말 어찌 살았나 싶다. 아내가 버젓이 있어도 신여성을 만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고 그런남편에게 제대로 원망도 못하고 그냥 죽은 듯이 지냈던 여인네들의 마음이 얼마나 속상하고 아팠을 것인가.

여자는 배워봐야 소용없다는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판이하게 다른가. 그래도 그 와중에도 독립운동을 여러모로 도와주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느 시대에도 흐르는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밝고 건강한 누군가가 항상 필요하다. 부분적일지라도 말이다. 야무진 탐정 김영서의 추리가 추리소설처럼 재미있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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