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개 일공일삼 42
김리리 지음, 정문주 그림 / 비룡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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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개.

하지만 엄마는.

"으이그, 정신 좀 차려. 얘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떻게 네가 개야? 토끼지. 그럼 내가 강아지를 낳았다는 거야, 뭐야?"

하고는 콧구멍을 벌름벌름거리다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앞니를 보이며 혀를 끌끌 찬다.

"몰라. 난 내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 그러니깐 이제부터 개라고 불러 줘." (7족)

개라고 불리고 싶은 토끼. 엄마,아빠 토끼는 토돌이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토끼는 그렇게 평범하고 멋대가리 없는 이름은 싫다며 개라고 자신을 칭한다. 엄마 아빠는 힘도 세지 않고 시시하고 이해해주지 않고 잔소리하고 하지 말라는 건 많고...이거 우리 얘기 아냐? 우리부부? 그렇게 개성이 아주 강한 토끼다.

동물센터에 살고 있던 토끼는 어느날 누군가의 손에 들려 누군가의 집으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토끼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던 못된 폭군을 만나게 된다. 동물센터에 와서 나무젓가락으로 자신을 마구 찔러댈려고 해서 하마터면 봉사가 될뻔했던 바로 그 일의 주범이 그 집에 있었다. 토끼는 어떻게든 그 못된 아이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다가 그 집식구들이 이사오기 전부터 살고있던 거북이 번개와 함께 그 집을 탈출하게 된다.

그야말로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 자유를 선택한 토끼는 위험천만한 길을 지나고 지나 정말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곳으로 가게 될까? 작가는 자신이 어린시절 키웠던 토끼가 죽고 그리고 또 커서는 누군가가 맡긴 토끼가 죽어버린 기억들을 모아 이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죽어버린 토끼들에 대한 죄책감이랄지 그 토끼가 죽었지만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겠지.

난 동물보다는 식물들이 생각난다. 도대체 내가 키우기만 하면 다 죽어버리는 식물들. 그래서 왠만하면 난 식물들을 사오지도 않고 절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남편이 키우면 그나마 살아가는데 내가 키우기만 하면 생명줄이 다하기에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물을 매일 줘야한다고 해서 물을 열심히 주면 썩고.ㅜㅜ 물을 안 주면 또 말라 비틀어지고...그 중간지점이 없는 내가 너무 무섭다.

그런데 가끔 식물들이든지 동물들을 잘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 정성으로 다른 일들도 잘할수 있으려나? 그렇겠지? 흠...ㅡㅡ;; 뭐 이 작가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그렇다는거지..내 얘기다. 이 책에 나오는 토끼는 아주 씩씩하다. 다들 안된다. 어렵다 하는 일들도 씩씩하게 당당하게 헤쳐나간다. 그 폭군 꼬맹이 앞에서 토끼 역시 두려움에 떤다. 오줌을 줄줄 쌀정도로.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딛고 일어난 토끼가 아주 멋지다. 작가가 이 글을 쓴 걸 토끼도 안다면 아주 기뻐하지 않을까? 수많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듬뿍 사랑받을 만한 그런 책이다. 그리고 동물에 대해 애정이 없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따뜻함이 전해진다. 그리고 또하나 동물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읽히면 좀 폭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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