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이오, 뻥 초승달문고 25
김리리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에 말귀를 못 알아듣는 순덕이가 살았어요. 얼마나 말귀를 못 알아듣냐면 아빠가 장갑을 찾으면 장화를 가져오고, 엄마가 가지를 따 오라면 나뭇가지를 꺾어 왔지요.

귓구멍에는 소리가 드나드는 구멍이 있고, 말이 드나드는 구멍이 있어요. 그런데 순덕이는 말이 드나드는 구멍이 막혀서 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엉뚱하게 듣거나, 엉뚱하게 이해했지요. (7쪽)

웃음이 절로나오는 이야기다. 요즘은 김리리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김리리 작가의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보고 있는 중이다. 얼굴이 이쁘면 좀 아닐걸? 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얼굴도 공주같이 이쁘고 날씬하기만 한 작가는 이야기도 어찌나 허풍스럽게 잘해대는지 모른다. 이 책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아주 포복절도할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웃기기만 하다면 뭐 좀 서운하지. 웃긴대데가 감동도 있다. 어쩌면 이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가 되가는 사람들은 아니 김리리 작가의 어린시절은 이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게한다. 뭐 하지만 김리리 작가의 이름과 순덕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다르니 같은 인물은 아니다.

말귀를 정말 못알아듣는 순덕이. 소쿠리 이야기도 재미있다. 엄마가 새참을 하러 나가면서 소쿠리가 어디있냐고 말했더니 순덕이는 자신만만하게 자기가 안다며 엄마에게 말한다. "엄니, 그거 내가 잘 알아유!" 하더니 안다던 소쿠리는 가져오지 않고 어디선가 울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우는곳으로 가보니 외양간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소꼬리를 찾기에 엄미 보여 주려고 소꼬리를 잡아당기다가 소 뒷발에 차였다는거다. 푸히히. ㅎㅎㅎㅎㅎ 정말 웃지 않고는 배길수 없다. 오정택 그림 작가 역시 순덕이를 그야말로 순덕이답게 잘 그려놓았다. 그래서 정말 실제로~순덕이가 어딘가에서 살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우울할때마다 순덕이를 찾아가면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할머니의 꿀단지 이야기도 즐겁다. 할머니가 새로 산 양산을 자랑할 겸 이웃집 할머니랑 꽃놀이를 가려고 집을 비운 사이 순덕이 동생 순미가 꿀을 몰래 훔쳐 먹을까봐 걱정이 된 할머니. 할머니는 순덕이에게 순미가 꿀단지 못 꺼내 먹게 잘 지키라고 말한다. 그 말에 순덕이는 걱정도 팔자라면서 어떻게 딱딱한 꿀단지를 먹겠느냐고 걱정도 말라고 한다. 할머니는 어이가 없어 꿀단지 말고 꿀을 못 먹게 하라는 말이라고 하니 순덕이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다. 그런데 또 그걸로 끝이 아니고 근데 먹겠다고 하면 어쩌냐면서 그럼 그냥 내비두느냐고 묻는 말에 할머니는 말귀를 못알아듣는 너에게 부탁한 내 잘못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앓느니 죽지!" 그 말에 순덕이는 또 할머니 다리를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린다. 할머니 죽지 말아유~지가 앞으로 잘할게유~하면서 절대 죽으면 안된다고 울어버린다. 내 참...푸히히

그런 순덕이니 학교에서도 말을 알아듣지 못해 놀림감이 되곤 한다. 선생님 말도 친구들 말도 잘 알아듣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어느날 순덕이는 삼신할무니에게 제발 자기 말귀좀 잘 알아듣게 해달라고 빌고 그리고 삼신할무니는 지은 죄가 있는지라 아주 살짝 도와준다. 생쥐를 통해 도움을 준다. 그런데 그 도움이 지나쳐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만다. 삼신할무니는 이를 어쩌냐고 생쥐를 나무래고 다시 다른 방법으로 순덕이는 행복한 순덕이가 된다.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다. 그림이고 글이고 아주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