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곽재구 시인은 남편이 워낙 좋아했던 시인이기에 의미가 깊다. 처음 만났을때 남편은 시 지망생이었고 만나면서 시인이 되었다.  만나는 와중에 선물로 곽재구 시인의 시집을 선물받았다. 그리고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더이상 난 시인이 필요치 않았다. 돈을 벌어오는 가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를 쓰라고 권장하기보다는 한푼이라도 더 버는 길을 택하길 간절히 원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책을 보면서 참 마음이 착찹하다. 뭐 곽재구 시인처럼 아주 유명한 시인이 되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는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살면서 사람들에게 부댇기고 힘들어할때마다 굉장히 미안해진다. 뭐 지금이라도 쓰면 되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기에 더욱 미안해진다.

 

자 이제 시를 쓰는 거야~한다고 그 시가 그렇게 잘 써지면 시인이 아닌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래서 더더욱 시인의 아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아내들이 한없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남편은 내멋대로의 삶을 살아가도록 아내인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난 그렇지 못하니 항상 미안할밖에...

 

이 책에 나오는 곽재구 시인의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참 멋진 사람들이 많다. 군 제대후 친구 어머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5만원을 주셨다는 이야기는 정말 놀랍기만 하다. 친구 어머님은 그 돈으로 방을 얻고 쌀과 연탄을 사라고 말씀하셨단다. 그리고 어머님은 그 돈이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줄 알지 않느냐 그러니 이 돈은 나중에 꼭 갚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 그돈이면 1년에 2만원 하는 사글세방을 얻고 연탄 100장과 정부미 쌀 20키로 두 포대를 구할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그때만해도 얼마나 큰 액수였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그래서 그 귀한 마음을 받아 열심히 시를 썼지만 그해 신춘문예에 등단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다음해에는 돈이 없어 친구들집에서 기거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서 끼니를 해결하며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무료 숙식을 제공해주던 문청 친구 하나가 신춘문예에 응모했느냐며 내일이 마감이니 꼭 내라고 권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은 후배가 쓰고있는 숙소에 엎드려 신춘문예에 응모할 시를 골랐고 그 중요한 시 [사평역에서]는 그냥 맨 뒤에 끼어 넣었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때 썼던 시를...

 

그리고 얼마후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50만원이라는 거금을 상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국립대학 3학년이던 등록금이 8만 몇천원이었을때 50만원이라니 엄청나게 큰 돈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5만원을 빌려주신 친구 어머님을 찾아가서 고맙다고 하니 받지 않으시면서 젊은 놈이 자존심 상할까 봐 꼭 갚으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정말 나라면 절대 할수 없는 그런 일들을 친구들이나 친구 어머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물론 아무렇지도 않게는 아니겠지만) 해냈다는 것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큰 은혜를 받으며 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나 감사해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생각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해서 살아가는 것이 송구스럽기만 하다. 시인이 만나는 사람들과 그 정서가 한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나도 남편을 위해 보다 더 투쟁적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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