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
반도 마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사국](문학동네. 2010)은 일본 네 개의 섬 중 가장 작으며 최남단에 위치한 시코쿠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88개의 사찰을 차례로 돌며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묘진 히나코는 도쿄에서 '히나'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띠고 있으며 굵직한 일들을 맡아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집에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향집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서 부모님대신 그 집을 세 놓을지 고쳐서 별장으로 쓸지를 결정하려는 이유에서이다. 명절이라 고향을 찾아가는 초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난다. 그 친구로부터 자신의 단짝 친구였던 사요리가 중학교때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단짝 친구인 사요리는 여자아이들 중 아주 예뻤고 남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지만 사요리는 남자아이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사요리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한명 있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후미야. 사요리는 후미야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고 항상 뒷전에서 후미야를 지켜본다. 사요리가 자신을 항상 지켜보고 좋아한다는 것을 후미야 역시 느낀다. 그렇지만 사요리는 중학생때 죽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사요리가 죽었음에도 항상 후미요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오싹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결혼한 아내와 잠자리를 하려할때도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불안한 마음으로 온전한 결혼 생활을 못하고 이혼에 이르게 된다.

 히나코는 혼자 살고 있는 후미요를 동창들과의 모임에서 만나게 된다. 같이 살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겸 애인이 있지만 히나코는 그 남자와의 관계가 불편하기만 하다. 후미요와의 만남가운데 자연스럽게 연인의 관계로 발전하려는데 죽은 사요리가 나타난다.

 사요리의 엄마는 무당집안의 무녀이다. 사요리 역시 무녀로서의 삶을 살아가려했다. 자신의 딸인 사요리가 죽자 대를 이어야 할 무녀를 사요리를 통해 나아야 한다며  88개의 절을 왼쪽 방향으로 순례하고 있다. 왼쪽 방향으로 죽은 사람의 나이만큼 돌면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온다 사카우치라는 의식을 행하는 중이다. 그리고 기어이 사요리가 돌아온 것이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두려움과 삶에 대한 애착을 가슴시린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루지 못했던 사랑에 눈을 못감는 사요리. 그리고 그런 사요리를 향한 후미오의 마음. 삶을 놓지 못한 자들, 죽은 자들을 놓지 못한 자들의 안타까운 마음들을 담아내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거다. 산적한 문제를 짊어지고 가기. 그것이 거북이의 등껍데기. 히나코는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주먹을 꽉 쥐었다. 사람은 모두 의식하건 하지 않건 그 껍데기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껍데기를 감싸안는 것 자체가 살아 있다는 표시, 산 자의 특권이다.'(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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