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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니체와 고흐
기다리지 못하도 나는 너무 일찍 왔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엄청난 사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방황 중에 있다. 그것은 아직 인간의 귀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번개와 뇌성도 시간이 필요하다. 별빛도 시간이 있어야 한다. 행위들, 그것이 비록 완성된 것일지라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p.292
눈앞에 보이는 돌 속에는 하나의 형상이 잠자고 있다. ...... 이제 나의 망체는 형상을 감금하도 있는 감옥을 격노하여 내리친다. 부서진 바위 조각들이 비처럼 흩어진다.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나는 완성하고 싶다. ......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고요하고 가장 가벼운 것, 즉 초임의 미가 하나의 그림자처럼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 p. 222
강렬한 열정으로 생의 의지를 불태웠던 니체와 끊임없는 자신의 영화와의 대화를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고흐.
니체의 말과 고흐의 그림으로 삶의 기로에 서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이 책은 끊임없이 삶 속에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열정적으로 살았던 두 광인, 니체와 고흐의 매혹적인 콜라보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목을 맨다. 그러나 소유와 사랑! 이것은 엄연히 다른 관념이다. 하지만 둘은 동일한 충동에서 빚어진 이중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을 이미 소유한 자는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다. 그 때문에 그는 타인들로부터 ‘강자‘ 또는 ‘억압자‘로 불린다. 그래서 소유욕은 늘 부정적인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원하는 것을 아직 얻지 못한 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이며 ‘소외된 자‘로 인식된다. 그래서 사랑은 늘 긍정적인 취급을 받는다. 얻지 못했을 때 그것은 사랑이 되고 얻었을 때 그것은 소유가 된다. _즐거운 학문 (p182)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를 무너뜨리는 글로 가득하다. 특히 그의 글에는 도덕에 반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덕이 삶을 죽이는 원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가 비도덕적이라 여기며 그래서 도덕을 헛된 것이라 이름 짓는다. 또한 영혼의 노래한 화가 고흐는 비록 그의 생애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불우한 삶으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가장 세계인이 사랑하는 작가로 여겨진다. 그의 작품은 당시에는 작은 벼룩시장에서 얼마 안되는 가격에 팔렸지만 현재는 그 작품의 가치는 환산할 수 없는 정도로 높다.
이 책은 니체의 잠언을 주제로 하여 아름다움, 삶, 신,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예술가, 니체를 만난다 등의 열 가지 챕터로 정리해 고흐의 작품이 주제와 잘 어울러지는 배경으로 함께 실었다. 이 책을 통해 니체가 자신의 온 생애로서 증명해 가고자 했던 사상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진정한 길을 살아나갈 용기와 지혜를 배우게 될 것이다.
니체는 현실을 버리지 않고 끌어안았다. 니체는 삶을 사랑했고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에 대한 가치 역시도 스스로 결정하는 이였으며 고흐는 화상, 교사, 목회자, 책 판매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1880년 8월 스물일곱 살이었던 고흐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미 그 시기에 고흐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흐에게 있어서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스스로를 구원하는 치유의 일이었다.
인생의 위로와 치유를 위한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니체와 고흐 전혀 다른 인물인 듯하지만 타인의 선택으로 점철된 삶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삶을 선택하며 살았던 그들의 말과 그림이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그저 특별한 해석이나 해설없이 원문 그대로의 문장과 그림을 실었지만 그래서 더 깊게 사색하게 하는 작은 미술관같은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