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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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五十而知天命' 나이 쉰에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데서 유래해 나이 오십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이야 백세시대라고 해서 나이 오십은 젊다고 하기에도, 늙었다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나이다.

책을 읽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십 년의 매일매일을 살아가면서 배운 것의 가치에 대해

작가는 50너머의 삶에 대한 일상과 마음가짐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소년중앙, 미용 무가지 향장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와 비슷한 연배를 살아낸 작가와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언젠가부터 지인들과 만나면 건강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 어른들이 젊어서 몸을 잘 다스려야 나이 들어서도 고생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들이 그때는

잔소리 같았는데 이제 몸으로 실감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역시 옛말 틀린 게 없다.

건강과 체력에 자신하던 일상이 예상과는 달리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몸의 신호로

찾아오는 날들을 마주 하곤 한다.

병원 검진을 가서 진료도 하기 전에 퇴행성;;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나이가 어느 날 문득! 온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나날들.

저자는 살면서 갑옷처럼 스스로를 감싸던 허세와 자만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직장맘으로, 이후에는 꾸준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나이 드는 속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 어느 날 문득 마음보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음을 느끼

는 순간 우울함을 느끼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분명 오기 마련이다.

건강한 일상의 루틴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을 접하며 나의 일상도 한번 점검해 본다.

지난 한 해부터 이어진 코로나로 활동의 제약이 분명 많아졌고, 승용차로 이동하는 일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운동량이 현저히 부족하다. 워낙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나지만, 지난해 운동의 재미를 막 알아가

려던 찰나에 코로나가 확산되며 시작과 동시에 중단을 하고 말았다.

경험상 전문적인 기구를 통한 효율성을 경험했던 터라 산책이나 걷기로는 만족감이 많이 떨어졌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화력도 떨어지고, 근육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운동이 꼭 필요한 시기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유행보다는 취향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스타일이나 행동

으로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유행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질이 좋은 물건이

나 건강에 좋은 제품들을 선호하게 된다. 과시소비가 아닌 가치소비의 삶

 

어떤 삶에 정답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의 삶의 반경을 가꾸며 살아가는 것. 저자는

그런 과정들을 자신의 일상의 루틴으로 소개하고 있다. 라디오의 취향, 함께 나누는 독서활동, 미술관

나들이, 당일여행으로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하기 등 묵직하지 않은 일상의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는

노하우들을 담았다. 일기 쓰기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어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속 문구를 인용한 일기 쓰기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심리적 근원을 향하여 스스로를 내던지는 과정으로 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변화한다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벼슬이 아니고, 우울한 일도 아니고 누구나 통과하는 세월의 단계일 뿐이다.

젊었을 때 누리는 삶 속에서도 분명 냉탕과 온탕은 있었고,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는 그 온도는 또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고 세월의 밥을 먹고서야 얻게 된 교훈들을 무기 삼아

너그러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취미활동도 삶의 중요한 활력소가 될 테지만, 과학적 실험상 결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한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루하루 익어가는 삶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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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3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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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봄소식 안고 온 월간 샘터 3월호.

꾸준하게 우리 이웃의 소식부터 다양한 읽을거리 가득한 샘터는 이번호에도 역시 풍성하다.

발행인의 글에서 첫 마음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무슨 일이든 첫 마음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첫 마음의 의미들에 대해 생각한다. 더불어 동명의 책도 다시 한번 소환해 본다.

샘터의 책들 중 내가 좋아하는 예술 관련 책들이 꽤 있다. 근간에 읽었던 <우리가 사랑한 고흐>는 내가

가장 아끼고 추천하는 고흐 책이 되었고, <화가들의 정원>을 읽고 <작가들의 정원>도 책꽂이에 추가

했던 책이다. 샘터에 수록된 애정 하는 책들을 만나면 책꽂이에서 다시 한번 소환하는 재미.


매월 소개되는 탑에 대한 이야기 코너에서 이번에 소개되는 탑은 참 친근하고 재미있다.

양산 통도사의 봉발탑이라고 하는데 스님들이 밥을 먹을 때 쓰는 그릇이란 뜻의 발우를 모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친근하고 발우 공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탑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실물로 마주하고 싶은 탑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외에도 이번호에서는 뮤직비디오 감독 이사강의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눈에 띄는 미모로 실력보다

외모가 먼저 이슈화되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인물이기도 한데 오랜 시간 한 분야의 일을 유지한

그녀의 노력들을 마주하니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미련할 만큼 융통성이 없는 시도도 헛된

일이 아님을 그녀의 스토리에서도 느끼게 된다. 유난히 여성은 어떤 분야에서 두드러질 때 능력보다

외모가 화제가 되곤 하는 일들이 이제는 좀 줄어들면 좋겠다. 눈에 띄는 멋진 외모보다 능력이 빛을 발

할때 그 사람의 외모 또한 더욱 빛나게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특집>기사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살아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기는 하지만 진정한 친구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좋은 친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것.

진정한 친구는 나이가 달라도, 하는 일이 달라도 마음이 통하면 가능한 관계다.

코로나로 더욱 관계의 어려움을 느끼는 시간들이지만 오랜 친구들을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사물에 깃든 이야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작은 물건이 될수도, 음식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마음 담긴 소소한 물건들이 주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 읽는 고전> 얼마 전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보고 와서 이 코너가 더 반갑게 느껴졌다.

 K 팝과 추사의 이야기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아했는데 김정희의 <인재론>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새로운 배움의 걸음을 튼튼하게 내딛고 건강한 인재를 키워내는 데 도움을 준다.

조기교육과 틀에 갇힌 시험, 견문이 좁은 데서 생기는 폐해에 대해 이미 오래전 일침을 가한 글을 보니

역시 선인들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지구별 우체통>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쓰레기 처리의 날 "롬떨러니따쉬 lomtalanitas

단순하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날 만이 아닌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물건이라 할지라도 재활용되어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 될 부다페스트의 삶의 조각과 역사를 배운다.

역시 삶이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에는 너무나도 멀고 먼 것이 비단 나뿐이 아니구나. ^^


이 외에도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할머니의 부엌 수업>에서는 그룹 2NE1의 리더인 씨엘

할머니가 참여했다. 흥이 많고 당당한 할머니의 영향은 역시 가족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나보다.

거창한 음식이 아니라 이웃집의 식탁 레시피들을 통해 오늘의 지혜를 한 스푼 추가한다.


샘터 3월호를 읽으며 알게 된 재미있는 정보 하나.

<일상 디자인> 특별한 브랜드 제품을 해킹하라!라는 다소 의아한 주제였는데 얼마 전 TV에서 소개된

해커라는 직업이 블랙 해커와 화이트 해커로 나뉜다는 사실을 접했는데 역시 해킹도 표면화하면 좋은

아이디어로 거듭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케아 해커스"는 이케아에서 해킹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상품화하기도 하는 재미있고 유용한 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랜드의 자신감이 충분히 반영된 시도가 아닐까 싶어 이케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길모퉁이 근대건축> 샘터에서 내가 관심 있게 읽는 코너 중 하나.

바로 근간에 이 코너를 엮어 책이 나왔다. 곧 책을 받아볼 예정이라 너무 기대가 된다.

이 코너를 읽을 때 한 권의 책으로 묶어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역시 사람의 생각은

별로 다르지 않은가 보다. 기대되는 신간 중 한 권.

이번에 소개되는 장소는 성북동의 최만린 미술관이다. 날이 좀 풀리면 가볼 곳으로 꼽고 있는데 마침

소개되어 정보를 더 얻고 갈수 있겠다. 사진으로 보니 더 궁금해지는 공간.

묵직하고 말랑한 주제들 고루 담긴 샘터의 마무리는 노란 단무지 코너. ^^

코로나 블루로 1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며 많은 이들이 우울을 호소하곤 하지만 인생은 우울과

활기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 시간마저도한 걸음의 도약을 위한 시간으로 가라앉기보다 햇빛충전

이라도 실컷 하는 시간으로 거듭나 보면 어떨까. 이제 곧 3월의 봄날이 다가오는데 꽃소식과 더불어

백신 접종이 활성화되고, 건강한 날들이 다가올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3월에 이어 다음 4월호부터 샘터의 출간일이 바뀐다고 한다. 개편을 맞아 업그레이드되는 샘터를

기대해본다. 얇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월간지 샘터. 이번 달에도 역시 풍성하게 차려진 이야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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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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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동 현장에서 나타나는 여성과 남성의 일을 검토하고 노동에 젠더화 된 의미가 어떤 식으로

스며드는지 검토한 다양한 통계와 사례들을 리포트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초와 비교하여

지금 현재는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까 기대하며 읽다가 통계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이전에 신여성에 대한 전시해설을 하며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여성의 삶

자체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터라 큰 기대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의 변화가

실생활에 적용되는 속도가 무척 다르게 흘러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성별과 젠더는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근거한 분류를 일컫

는 성별과 달리 젠더는 사회 행위자들이 구성한 분류로 보통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과장한다.

산업화는 노동의 지불 활동과도 연결되는데 노동시장의 지불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노동 값이 다르게

매겨지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주로 가사노동의 비중이 높은 여성들의 경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남성들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을 한다.

노동보호법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정해진 시간 이상 노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정해진 무게 이상을 들거나

야간노동환경에서 제외되는 불리한 고용의 조건이기도 했다.

고용과 승진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고착화된 사회적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불리한

노동환경이 되었다. 고용주의 보수적인 인식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러야 하는 역할분담들이

고용시장에서 여성의 선택폭을 축소시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출산과 육아에서 감당해야 하는 한계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육아와 가사분담에 할애한 이후의 사회복귀가 생각보다 녹록치않음

을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게 된다. 노동시장의 유리천장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모습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다 보니 참 답답하기만 하다. 경력단절 여성을 일컫는 경단여라는 단어는 주로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단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책을 통해 여성노동이 저평가되고,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인들을 분석한 자료들을

보고, 이해와 공감을 하긴 했지만 아쉬웠던 점은 책에서 제안하는 솔루션 또한 현실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적인 사항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여성과 남성의 오랜 사회적 역할분담이 이미 고착화

되어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인식의 변화와 현실이 너무나도 큰 괴리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탁상공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더딘 움직임속에서도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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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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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가 호메로스가 지은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라고 한다면 <키르케>는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매들린 밀러의 여성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고향을 동경하는 지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오디세이와 이 작품의 차이는 태양신 헬리오스의와 님프의 딸로 태어났으나 키르케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계에 반항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대학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

하는 수업을 받았던 작가는 시대를 넘어 오디세이아의 등장인물들을 소환하는 연결고리를 통해 힘을 가진

여성으로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키르케의 모습을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지중해 외딴섬에 고립되며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강화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아니었던 키르케에게 마법은 만들고 작업하고 계획하고 모색하고 파헤치고 말리고 다지고 빻고

끓이고 그 위에 대고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걸 다 했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에

실망하지 않고 도전했던 그녀는 그 과정에서 단단한 항성을 갖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여자가 되었다.

마법은 세상을 바꾸는 능력이었다.


키르케가 인간인 오디세우스를 만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펼쳐나가는 여정 속의 여러 만남과 헤어짐.

그 외의 여러 상황의 묘사들이 무척 섬세하게 다뤄진다.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마법의 능력을 가진

마녀 키르케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삶의 여러 모습들을 오버랩하게 되는 장면이 많았다.

대서사시라고 불릴 만큼 섬세한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철학적인 삶의 문장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던 책 속 단락들이 인상적이다. 가볍게 읽고 넘기기에는 다소 묵직했던 장면들이 꽤 많다.

 

 

불행한 인간과 행복한 인간 중 누가 더 신에게 제물을 열심히 바치겠는가 하는 질문과 대답.

노파심에 절박한 얼굴로 안전한 항구만을 고수하고 싶은 어른과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젊음의 특권

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시선. 약은 보여주기 용일뿐 대부분의 상처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다리

기만하면 저절로 낫는다는 기분의 효과. 신이나 인간 모두에게 지켜질 수 없는 비밀의 가벼움

삶이란 누군가는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기 마련인데 부상을 입힌 사람이 그때 썼던 창으로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문장 또한 의미심장하다. 요즘 미투에 이어 학폭 문제가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데 그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키르케의 시선 속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와닿았다.


키르케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는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면만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다.

하지만 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은 그렇게 생각만큼 꽃길로만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첫 번째 단계는 이해다. 그녀 또한 결국 아들에게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은 곳임을

시인하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 때로는 성장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자기 아이를 제대로 아는 부모는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보면 우리가 저지른 실수만 거울처럼 비쳐 보인다는 것을 아이를 키워

본 어른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인가 보다.

 

키르케는 환영받으며 태어난 인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개척과 노력으로 점점 발전하는 삶을 살아가

는 마녀로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도전과 실험정신은 결국 완벽한 마녀로 성장하는 그녀의 오늘을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었다.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했던 삶에서 누군가를 지켜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책.

키르케의 삶을 통해 괜찮다는 말은 아프지 않고, 무섭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파도 속에서 헤엄친다는 게,

흙을 밟고 걸으며 그 느낌을 감상한다는 게 살아있다는 그런 뜻이라고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키르케는 자신의 마법이 매일매일 조금씩 노력한 결과였으며 수백 년 동안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완전히

익히지 못한 게 있다고 말한다. 완벽한 마녀인 그녀도 그런데 하물며 인간인 우리의 삶이야 실수투성이인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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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고흐 - 고흐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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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b.1853-1890)


고흐의 평생 그림 여정을 따라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마지막 무대였던 프랑스까지 고흐 작품

이 소장된 미술관과 유럽 각지의 흔적을 담은 책이다. 몇 년 전에 이미 읽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때는 낯설게 마주했을 그 장면과 작품들을 이번에는 익숙하게 만날 기대감으로 설렜다.

고흐의 작품과 그가 평생 영향을 받았던 화가들의 작품까지 총 14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타계한 고흐는 10년간의 작업 기간 동안 회화 900여 점과 데생 천여 점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고흐는 책을 통한 사유에서

비롯된 편지와 작품들을 통해 단순히 그림만 그린 화가가 아니라 수공업 노동자들을 다룬 책들을 찾아

읽으며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기도 했던 화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흐 관련 책들이 무척 많이 출간되고 있고, 그가 동생 테오와 나누었던 편지글을 통해 그의 작업세계와

내면의 이야기들을 접할수록 더욱 그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실감한다.

예술가로서 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의 그의 면면들을 담은 책. 우리가 사랑한 고흐. 내가 사랑한 고흐.

파리 테르트르 광장에는 화가 르누아르가 그린 작품 <뮬랭드라 갈레트의 무도회>로 유명한 카바레

뮬랭드라 갈레트가 있다. 여전히 파리의 명소로 존재하는 공간과 장소는 그 옛날 고흐가 그림으로

남겨두었던 그 시대의 전원 풍경과 오버랩되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참 좋았던 점은 고흐가 담았던 그림 속 장면으로 순간이동하는 기분이 들 만큼 생생하게 장소의

흔적을 전해주고, 그의 작업 여정의 변화 과정이 자세히 담겼다는 부분이다. 막연히 고흐의 작품으로서

만이 아니라 그 작품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고흐의 그림 중 대표작 중 하나인 <감자 먹는 사람들>

고흐는 수공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처지나 생태를 다룬

책을 찾아 읽으며 공감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고흐가 좋아하고 작업에 영향을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았

던 화가들의 작품 이야기도 소개된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에 매혹되기도 하고, 한스 멤링, 대피 터 브뤼헐,

렘브란트, 밀레, 들라크루아 등은 고흐가 특히 사랑했던 화가들이다.

고흐는 주변의 인물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종종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생전 작품을 단 한 점밖에 판매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 고흐의 작품 중 로댕이 <탕기 아저씨의 초상화>를 그의 사후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 작품은 로댕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알아본 로댕이라니

고흐는 일본의 우키요에에 대한 관심을 그 작품의 배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흐의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화가의 유명한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한 화가의 일생을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간적인 연민이 더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를 떠나 그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평생 동안 작품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대되는 다음 여정과 작품에 행복한 그림여행을 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운한 화가로도 꼽히는 고흐

고흐의 여정을 따라 책 속 그림여행을 하다 보니 그 공간으로 순간이동해서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오래 감상해도 좋을 그런 시간들이 곧 오길.

 

책 속에 담긴 그의 그림들이 캘린더로 만들어졌다. 일상의 언저리에 그의 그림들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곁에 두고 읽는 고흐

짧은 생애를 살았던 화가였지만 그가 남긴 작품만은 오랜 세월 시간이 더해지며 새로운 감동과 의미를

더하며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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