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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 미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소연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1월
평점 :

미술이란 정치나 종교와 달리 가장 무난한 이야기 거리이자 한나라의 종교적, 정치적 사상적, 경제적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르이다. 서양미술사를 다루는 책들도 그 종류가 꽤 다양할 만큼 서양미술
사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만큼 그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방대한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읽기
위한 선택으로 주제별 접근은 방대한 분량의 막연함에서 벗어나 조금 쉽고, 빠르게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서양미술사는 전통적으로 지성과 이성에 호소하는 미의식을 더 우위에 두었다.
고대부터 신앙의 대상으로 숭상된 서양미술은 보는 행위뿐 아니라 읽는다는,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해왔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약 2,500년의 기간 동안 당시 사람들이 품었던 가치관과
신념, 생각, 그리고 일상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읽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을 보통은 '감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미술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 개인의 사적인 의도를 읽는 일이기도 하다.
일상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깊숙하게 예술과의 연결고리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예술은 하나의 문화 장르로서 가 아니라 삶의 흔적이자 또 다른 하나의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작품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시대를 읽고 작품을 읽어나가는 방식을 소개한다.
각각의 시대별 주요 사건은 작품 탄생의 배경이 된다. 하나의 사건이나 작품으로서가 아닌, 시대의 흔적
으로 작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좀 더 광범위한 시선을 갖게 되는 장점이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코너를 통해 본문에서 다루지 못했던 추가적인 키워드들을 제공
한다. 방대한 미술사를 읽는 법 중 가장 유용한 방식은 작품 자체의 해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의 큰 줄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작가나 작품의 세부사항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것이다.
상업과 무역의 거점 도시로 떠오른 도시에서 크벤틴 마시스는 부유한 시민의 맞춤 제작 풍속화의
선구자였다. 환전상으로 보이는 남편 곁에서 부인은 기도서를 넘기려던 손을 멈추고 남편이 들고 있는
보석에 시선을 빼앗긴 듯 보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상징주의 전통이
강한 네덜란드 회화답게 선반 위의 과일을 통해 원죄를 암시하고, 물병과 물과 묵주는 성모의 순결을
나타냄으로 금융업자에게 직업의 공정한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많은 비평가와 관람객들의
악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파리에서 퇴폐문화가 덩달아 급증하게 되는데,
관람객의 눈에는 당대의 남자와 현실적인 여성 나체가 순박하게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라기보다, 사회
이면을 담은 사창가와 매춘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정작 작품을 그린 마네는 자신의 작품에
서사나 교훈을 담지 않는 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엉뚱한 오해와 깊이 읽기는 전혀 다른 해석
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미술사속의 많은 작품들을 비롯해 동시대 많은 예술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해석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이슈화가 되고 있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주는 의미는 고정된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예술은 시대
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 것이 장점이자, 또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기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다양한 예술가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보게 해주는 또 다른 시선
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괴리감이 들 때도 있고, 또 삶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예술적 변주
를 통해 좀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시선을 갖게 하는 분명 매력적인 장르라가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된다.
미술사라 쓰고, 삶의 서사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