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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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그만두기 전부터 프리랜서로의 일을 병행했던 내게 마감"은 어찌 보면 늘 일상의 한 부분이

었던것 같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래서 더 솔깃했고, 프로페셔널한 마감러들의 마감과정은 또 어떨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비법이라도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직장생활이나, 프리랜서나 사실 일에 쫄리고, 마감을 향해가는 여정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내 경험

상 프리랜서는 혼자만의 분투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보니 정말 1인 다역을 병행해야 하는 외롭고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실제로 내가 하는 일들이 대부분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었어서 마음고생, 몸고

생을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일들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고진감래의 성취감들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프로 마감러들의 마감 현장을 솔깃하게 들여다본다.

 

책표지를 넘기고 마주한 참여 작가들의 마감 후 사인. ^^ 다양한 글씨체 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

의 마감 사인이 생기 넘치게 다가온다. 마감을 마치 등산의 과정으로 표현한 것도 참 공감이 가네.

정상을 향해 등반하는 과정의 초반에는 주변의 풍경도 살피고, 의욕이 충만하게 시작하지만 조금의

경사가 나타나고 슬슬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중도에 멈추고 싶은 유혹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을 밟는 순간의 환희를 경험한 사람들은 또다시 등산을 반복하게 된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른 만큼 소개하는 작가들의 마감 스타일도 다양하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마감의 과정을 꼼꼼하게 일상에서 준비하거나,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거나,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생각해서 일찍부터 마감을 마무리하거나, 마감을 앞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딴짓 대마왕이 되지만 가끔 그 딴짓은 새로운 일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는 점.

그만큼 좋은 마감의 정석은 없다!!

 

일을 완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주어진 시간에 비례해 늘어난다는 경제용어 파킨슨 법칙이 마감에서도

적용이 된다. 간혹 더 잘하고 싶은 일을 앞두고 나면 그 부담감에 오히려 평소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역시 무슨 일이든 부담감보다는 조금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그만큼

또 중요한 요소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하나의 마감은 생계와도 연결이 되어있고, 다음 일로의 확장과

도 연결이 된다. 눈앞의 마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더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마감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보다, 어떤 일을 하든 마감은 늘 고군분투의 과

정이고,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이라는 굴레를 쓴 적당한 숙제는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이자 활력이 된다. 마감 없는 인생은 또 얼마나 무의미하고 막막한지를 떠올리면 그 분투

의 과정마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경력단절녀가 되기 쉬운 여성들의 커리어는 이런 과정마저

행복이라는 경험들을 종종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양한 마감 분투기에서 충분히 공감하며 읽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역시나

"나는 마감에 중독되었다. 마감이 있다는 게 더없이 달콤한 구속처럼 느껴졌다."라는 문장이었다.

그러니 발등에 떨어진 마감일지라도 그 순간마저 즐기는 마감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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