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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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두께만큼이나 책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아서 이 책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읽어

야 할 책이다.  다루고 있는 주제 또한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과학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진화해온 인간의 본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인류 보편의 속성에서 출발해 자연생태의 인간, 아우슈비츠 이후, 선한 본성의 오작동, 새로운 현실 등

전쟁과 재난 등 위기의 순간 인간의 행동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잠재적인 인간 본연의 인식들을 일깨

우는 그의 도발적인 질문들은 지난 인류의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재조명하게 만든다.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부인하고 과학적 영역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은 발상들을 도발적으로 제시하는 책.

재미있게도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생명의 진화에서 유전자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다룬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이상한 제목의 책으로 언급했다. 읽기에 우울하고 자연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 관점을 제시한 책으로 반론을

제시한다. 그는 인간 진화에 필요한 것은 많은 고통과 투쟁, 오랜 시간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기적인

존재로 태어난다고 결론지었으나 당시 무명의 구소련 유전학자는 '가장 우호적인 자의 생존'에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연대와 상호작용을 갈망하는 존재로 고독은 인간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

지기도 했고,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의 후속판에서 인간의 천성이 이기적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수정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그 이론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


그 외에도 인간이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것에 대해 '폭력'을 꼽는다. 정착지와 사유재산의 출현은

1퍼센트가 99퍼센트를 억압하기 시작했고, 달변가는 지휘관에서 장군으로, 그리고 족장에서 왕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페이지 중반을 넘어가며 저자의 분석과 논리에 살짝 길을 잃었다;; 역시 쉽지 않은 이론과 분석이 이해

보다 혼란을 초래하는 긴급상황 발생 속. 그나마도 다행인 건 에필로그에 그가 제시한 삶에서 지켜야 할

열 가지 규칙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 많은 내적 성찰과 너무 적은 외적 성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제시한 10가지 규칙은 의심이 드는 경우 최선을 상정할 것,

윈윈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생각할 것. 질문을 제기할 것, 공감이 아닌 연민을 훈련할 것.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 스스로가 가진 것을 사랑할 것, 뉴스를 멀리할 것, 이 부분은 다소 의아했으나

뉴스가 제시하는 세상은 오히려 시각을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종종 우리가 가짜 뉴스로

본질을 벗어나는 폐해를 저자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선행을 베풀 것, 마지막으로 현실주의자가 될 것을 당부한다. 현실주의라는 표현이 현대에 냉소주의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데 스스로의 본성에 충실하고 타인에게 선을 행하고 관대한 자세로 신뢰를 보여

줄 것을 제안한다.

선행과 친절은 전염성이 매우 커서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많은 이들에게 전염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미담사례를 통해 도미노처럼 뻗어가는 현상들이 종종 일어나곤 하는데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다양한 이야기와 사례들을 통해 인류에게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행동할

것을 도발적인 자세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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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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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오픈과 동시에 출간된 한겨레 출판사의 동명의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로 우리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기획은 동시대 화가(윤석남)와 소설가(김이경)의 협업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14인의 독립투쟁을 1인칭과 3인칭, 인터뷰, 다큐멘터리,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각색하여 출간했다.

​우리 역사 속에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나 각 분야의 선구자 들이 있는데 어려웠던 시대와, 유교적 전통

사회였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이 꽤 많을 수밖에 없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개인의 안위보다 대의를 위해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

 

 

세간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고 찬사를 받는 권기옥은 자신이 비행기를 조종한 것이 '최초'라는

타이틀이나 '여성 비행사'라는 명예보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했던 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이야기

한다. 책에 소개된 여성 운동가들은 모두 다른 분야에서 활약을 했지만 결국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나라의 안위와 애국의 차원에서 했던 활약들로 귀결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여성들의 직업군은 다양했다. 여성 독립운동가라는 명명하에

글로 읽기에도 험난했던 그녀들의 여정에는 삶에 대한 고민들과 경험, 인생 역경이 가득했다.

모진 고문과 가족들과의 이별, 고국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을 일일이 열거하

기도 벅찰 만큼 험난한 인생의 여정들이 책 속에서 소환된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던 그녀들은 한결같이 같은 상황이 되면

또다시 자신들의 위치에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비춘다.

여전히 역사 속에는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여성 운동가 들이 있고, 그들의 말로가 다 좋은 결과를 가져

오지 못했다. 생몰년도 마저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많은 여성 운동가들을 기억하는 하나의 시작으로서

이 책은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전시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는데 책 속에 전시 작품이 모두 수록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다.

책은 마치 잘 짜인 오디오 가이드처럼 전시에 대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게 해 주었다.

 

 



학고재 갤러리에 가면 책에 수록된 인물 초상 작품들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로 꼽히는 윤석남 작가가 근간에 집중하는 작업 방식이 전통 채색 초상화 작업으로 전환되었는데

전통예술의 재현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기록에서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힌 그들의 삶을 그림으로 복원

했다는 점에서도 이 기획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강주룡에 대한 책이 몇 년 전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책인데 우리나라 최초 고공 농성 여성노동자인 그녀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 접하니 더 반가웠다.

(좀 더 디테일하나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우리 역사 속 씩씩하고 용감했던 언니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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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 - 상처가 꿈이 되는 특별한 순간
최보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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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꿈이 되는 특별한 순간


춤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타인의 치유를 돕는 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게는 다소 낯선 방식이고

생소하게 와닿았지만 요즘 많은 장르로 마음의 치유를 돕는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으니 이 또한

그런 분야 중 하나인 것 같다. 무대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때와 장소에 맞는 즉흥적인 시도가 될 때도

있고, 기획력을 갖춘 규모로도 춤의 활용을 다양화 한 사례들을 접했다.


춤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우주의 산물이라고 표현하는 그녀는 스스로에게 춤을 통한 치유를 경험한

것처럼 타인들의 상처도 춤으로 치유하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한편의 자서전처럼 평생의 과업으로 삼은 춤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치유의 춤으로 거듭났던

사례들을 접하다 보니 예술로서의 춤이라기 보다 주술적인 춤에 대한 묘사처럼 느껴져서 이해는 했지만

공감으로 다가가진 못했다.


춤은 그저 몸을 움직이는 동작으로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활성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실제로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바이오리듬의 변화

가 이루어져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떠올려보면 아마도 춤도 그런 동작으로 정신적인 밸런스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책 속에 소개된 사례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치유의 경험을

하기도 하고, 타인의 삶을 치유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도 하는 과정을 보니 분명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큼 확실한 처방전인 셈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평생의 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다면

가장 큰 축복이 될 것이다. 춤에 대한 오랜 숙원으로 한길을 가며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의 치유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심리 치료 공부를 할 때 타인의 심리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 무척 힘든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타인의 치유를 돕는 사람은 그래서

더욱 심지가 굳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꿈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듯

누군가의 이런 다양한 시도들은 분명 위기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제안일 수 있겠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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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술관 - 자기다움을 완성한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
정하윤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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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게 구성된 화가들의 작품이야기와 해상도 좋은 그림으로 미술관에서 전시를 본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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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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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지 한참이 지났어도 책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오롯이 남아있다.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는 책들을 일부러 찾아읽지는 않는데 결국 책을 읽었었고, 읽으며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읽어냈던 책이었다. 그리고 나서 오랜만의 작가의 신작이 <아버지>를 화두로

하고 있어서 무척 기대감이 생겨서 도서를 읽었다.


누구에게나 부모님은 소중한 존재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아빠 바라기인 나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더 뭉클하게 와닿았다. 책을 읽으면서는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각도 많이 났다.

두 분의 아버님은 참 다른 성향을 가진 분이시지만 두 분 모두 당신들보다  내리사랑의 마음들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셨다.

 

 

"아버지가 울었다."

 

시작하는 이 한 문장만으로도 그냥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 마음속의 아버지는 늘 완벽하고 건강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그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버지의 세월도 참 많이 흘렀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하던 말들이 점점 실감 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돌이켜 보면 내가 내 아이를 걱정하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당신의 딸 걱정이 우선이었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아빠는 내가 아이를 낳는 동안에도 태어날 손녀딸에 대한 기대보다 산고의 고통을 겪는 딸을 

걱정하며 글을 쓰셨다.


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겨졌던 아버지가 이제는 신경이 쓰이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아빠는 늘 운전하고

다니는 내가 걱정된다고 하시지만 몸이 아파도 웬만해선 내색하지 않는 분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

아이가 크고 나니 이제는 부모님이 걱정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것이 세월의 흔적인가 보다.


책을 읽으며 연배가 거의 비슷한 아버지의 삶을 글로 읽다 보니 여러 순간들에 울컥하고 마음이 복받쳤다.

자식이라는 존재는 부양의 책임으로 무섭기도 하고, 날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는 책 속 문장.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이 되다 보니 어떤 느낌인지 너무 알겠다.


살아가는 일의 얼마간은 왜곡과 오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듯,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와 가족 간의

삶의 매 순간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각자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사소한 한마디의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상처로, 누군가에게는 평생 힘이 되는 말이 되어

한 사람의 삶을 가른다.


아버지의 일생을 중심으로 형제들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사연들을 진솔하게 각자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왜곡된 서로의 기억들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살아가는 시간 속엔 기습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이라는 아버지의 말.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 때로는 뒤로 돌아가는 삶을 살 수도,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순간도 필요하다는 당부를 담담하게 남긴다.


너무 철이 든 자녀들은 걱정을 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자식이 걱정인 부모는 힘든 내색을

자식들에게 전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들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언젠가는 서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원히

함께 할 것처럼 무덤덤하게 마주하는 순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얼마 전 이 책의 저자인 신경숙 작가의 출간 인터뷰를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니 작가로 등장하는

화자의 대사 중에 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쓰는 것이라는 문장이 마치 작가의 말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쓴 문장들이 너무 섬세해서 몇 번을 되돌아 읽었던 장면들이 많았다.

과거의 사건으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럼에도 작가의 신간이 반가운 이유는 그녀의 문장들이 주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에게 보내는 그녀의 사부곡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격하게 안아드리고

싶게 만들었다. 울컥했던 마음이 참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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