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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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표지위에 놓인 빨간 동백꽃 한송이가 눈길을 끌던 한권의 책.

제주 4.3사건은 한국전이후에 가장 비극적인 현대사중 하나로 광주항쟁과 더불어 아픈역사의 비극으로

많은 이들이 아직 생존중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천혜자연을 품고있는 조용하고 많은이들에게 환상을 주는 곳이지만

그 작은 땅에서 이토록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는것은 참으로 아픈 현실이다.

표지의 동백꽃의 꽃술이 있는 검은 부분은 4.3시기의 고통이 깃든 동굴입구를 표현하고 있다.

 

제주토박이로 자란 작가는 오랜시간동안 제주의 아픈사연들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글을 써왔다.

그가 쓴 연재글들을 모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 돌이킬 수는 없지만, 한 개인의 아픈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글로 읽고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로나마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하나의 온기를 얹는다.


제목만으로도 마음한켠이 찡하다. 어제 가족들과 남겨진 세월호 희생자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생일"

이라는 영화를 봤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떠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삶은 이미 빛을 잃

고 깜깜한 어둠속에 남겨진 것처럼 처절하고, 불안정하다. 몸에 난 상처는 눈에 보이니 치료를 하고

회복을 시키면 되지만, 마음에 꽁꽁 숨은 상처는 그것을 발견하기도, 치료하기도 쉽지않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이 화창한 봄날의 햇살이 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시선으로 수록된 옴니버스 형식의 기고들을 읽는동안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귀기울이지 않으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잔인한 고문의 장면이나,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을 끝내 마주하지 못하고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자 했던 절절했던 그들의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

에서는 책장을 얼른 넘기고 싶을만큼 힘들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회자되는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의 앞구절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이 시 고유의 맥락과는 동떨어진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것이 아쉽

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무지같은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들이 더이상 재현되지 않는 희망의 봄날같은

날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근간에 유난히 미세먼지로 인해 봄날의 화창함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간혹 화창하게 맑은 하늘이 어색

할 지경이다. 뿌연날씨때문에 더 우울해지는 4월이지만 오늘보다는 내일에 한자락의 희망이라도 더해

갈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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