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정원 - 재미동포 화가 한순정 그림 에세이
한순정 지음 / 오르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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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그림그리는 할머니 엠마와 모지스 할머니가 떠올랐다.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그림을 그려온 82세 老화가의 인생과 작품이야기.


"내가 즐겨 만드는 바람개비와 모빌은 서로 다른 공예지만  동적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모빌이

우아하고 얌전하게 움직인다면 바람개비는 격동적으로 회전한다."

집앞 화단에 바람개비 정원을 꾸며놓았던 마음이 재미동포  노화가로서의 그녀의 인생전반에 대한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유화, 판화, 종이엮기, 종이접기등 그녀의 작품은 다방면의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일상을 담고

삶과 함께 이어가는 여정이 담긴다.


평생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그림감상에 대한 기준을 이렇게 서술한다.

 

그림에 대한 이유없는 모독은 스스로를 폄하하는 일이며 그림감상을 연애하듯 하라던 어느 큐레이터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쉽게 빠져드는 일들은 쉽게 싫증이 나기도 한다.

요란하지 않고, 진득하고 차분하게 녹아드는 일은 인간관계에서도 우리의 삶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예술이 때로는 민감한 부분에서 완충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미국밀항을 시도하다 이민관리국

에 억류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들중 누군가가 종이로 공예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들이

사면을 받게되었다는 골든벤쳐 사건의 에피소드는 예술이 주는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다.

재미동포 이민자로서의 작가는 민간외교사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음식은 다른 문화를 사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또하나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

며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가는 과정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전시들의 경험을 통해 사회주의 정치체제에서의 예술가들의 작품성향에 대한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견해는 예술과 일상의 기본적인 욕구충족에 대한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예술만큼이나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이 중요하지만, 또 나름대로의 예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수 있겠다.

지난 10월에 작가의 개인전이 작가의 모교에서 열리기도 했다. 책속에는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꽤 많이 수록이 되어있는데 해상도가 그리 높지않아서 실제 작품에서 느낄수 있는 미감은 좀 부족한

편이다.,  아쉽지만 책속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예술에 대한, 그리고 인생전반에 대한 그녀의 가치관이

잘 묻어난다.

파인 아일랜드에서 살던 세미놀 부족이 백인들의 개발로 인해 멸종하고 나서 그들의 문화만이라도 지키

고자 했던 이들이 주요유적지를 사들여, 집장사들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게했던 노력들에 대한 일화는

<파인랜드의 소>라는 작품을 그린 모티브가 되었다.


다양한 그녀의 작품은 책의 말미에 목록으로 수록이 되어있고, 다양한 종이접기 작품들도 담고있다.

화가로서의 삶을 사는것에 대한 우리나라의 오래전 인식들은 가난하고, 배고프다는 고정관념아래 예술

가로서의 입지가 세워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인생에서 뭔가 일상에서

자신의 내면을 담을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참 아름답고 멋지다.

그것과 더불어 오랜 연륜이 담긴 이들의 삶의 모습들에서 또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도 된다.

"살아보니 나쁘지 않아." 한순정 할머니는 그것이 그림과 함께라고 했다.

노년에 더 나이가 지긋해지는 황혼기를 맞았을때 나는 그 뒤에 어떤 말을 하고싶은가.

혹은 어떤 말을 하게될까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우리의 삶을 응원하다. 청춘이 아름다운것은 확실하지만 나이들어가며 느끼고

알아가는 것들에 대한 발견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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