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5
윤혜숙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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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처믐 봤을때 나는 <계.화.도> 어느 외딴 섬 정도를 떠올렸다. 살인사건과 외딴섬.

미스테리 추리소설의 완벽한 구조를 선입견으로 마주하고난후, 계회도라는 그림장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이 책에 급 관심이 높아졌다.

계회도는 사진이 없던 시절 사람들이 환갑이나, 각종모임의 소중한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게 되었는데

그런 계회를 기록으로 남긴 장르의 그림을 뜻한다.

재미있는것은 그림의 위아래에 모임의 이름을 비롯해 참석자의 이름, 나이등 상황에 대한 기록으로 표기

하여 참석자의 수대로 계회도를 각각 낱장으로 제작하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나서 모임의 연장자 순으로 그 그림을 나눠가졌다고 하니 그 노고가 얼마나 많이 담긴 그림이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에 그림은 그렇게 중요한 사료로서의 역할을 한 장르이기도 하다.


이미 <밤의 화사들>이라고 하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던 이 책이 다시 재 출간이 되었다.

'방외화사'라고 불리우는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화공들은 아마도 자유로운 만큼 또 다른 어려움과 제약이

많았을것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이야기라는 키워드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한권의 책.

이 책을 받은 자리에서 마지막장까지 한번에 다 읽어내려갔다. 책의 스토리 구조가 생각보다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은 심지굳은 방외화사였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린 계회도로 부터 시작한다.

조선시대의 화사들은 어진화사로 추천받기 위해 경쟁과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사건의 실타래는

꼬여가고 그 와중에 주인공의 아버지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길을 가고자 했으나 역시 혼자만의 힘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현실이다.


의심스러운 정황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믿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혼란과 의심의 불씨를 남기기도 한다.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한번 본 그림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위기의 상황을 헤쳐

나가며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의 열쇠를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든든한 또래친구 범이와 월이.

이들의 활약속에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가 마치 한편의 드라마같은 재미가 있었다.


소신있는 장외화사로 의미있는 계회의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진수의 아버지는 억(憶)이라는 글자를 비밀리에

새겨넣는 하나의 상징이 은연중에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아들의 마음속에도 새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진심은 가장 소중한 이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은 살짝 전율이 오는

장면이었다.


역사속 실제의 모티브를 흥미진진한 추리소설과 접목하여 두가지 토끼를 잡는듯한 이런류의 책들은 역사를

조금 더 가깝고 친근하게 접하게 하는것같아 반가운 장르이기도 하다.

스토리의 구조뿐 아니라 역사적인 사료에 대한 연구를 동반하는 노고를 감수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이 새삼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가들의 작품 중에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료로 활용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시풍경화의 대가로 불리우던 김주경 화가는 당시에 아무곳에나 화구를 펴놓고 그림을 그리곤해서 순사들의

제지를 받기 일쑤였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으로 당시의 도시풍경에 대한 고증자료가 되곤하는 장면들은

작품성을 떠나 더 의미있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는 작가들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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