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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니스 - 잠재력을 깨우는 단 하나의 열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스틸니스 stillness.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도 흔들리지 않는 것. 흥분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반드시 들어야 할 소리만 듣는 것. 안팎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동양에서 말하는 도와 고대 그리스 철학과 신학에서 말하는 로고스를 활용하는 것. 불교, 스토아 철학, 에피쿠로스 철학, 기독교, 힌두교를 모두 통틀어 보더라도 최고선이자 탁월한 성과, 행복한 삶의 비결로써 내면의 평화인 스틸니스. _ P.17~18
각 학파는 저마다의 길을 걸었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중대한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들이 얻은 결론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거든 반드시 자기 안의 고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머리말_ 스틸리스라는 열쇠 / P.20~21
'고요'
사람들이 행복만큼이나 갖고 싶은 것이 고요가 아닐까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시련과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내면의 고요.
세상이 시끄러워질수록 더 그 '고요'라는 것에 대한 갈증은 깊어지기만 한다.
몸이 강건하더라도 정신은 나약하기 일쑤고, 마음이 단단하더라도 체력이 고갈되어 무엇도 할 수 없어지기도 한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모두 건강하고, 단단하기를 우리는 모두 원하고 있다.
하지만 산다는 일이 매번 시끄럽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의 연속이 아닌가 싶게 우리 속의 고요를 발견하기 어렵기만 하다.
끝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 애쓰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
쉬운 듯 어렵고, 금방이라도 가닿을 것 같으면서도 멀고 먼 그 고요에게로 가닿는 길로 이 책은 우리를 안내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요즘, 익숙하던 일상을 버리고 외딴 섬처럼 다들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지금의 시간에 더욱더 필요한 것이 바로 그 고요가 아닐까 싶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좀먹지 않도록, 우리가 지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 지금 우리에겐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하고, 행동하고, 얘기하고, 걱정하고, 회상하고, 희망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 이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다. 한시도 지루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 기계를 사서 호주머니 안에 넣어 다닌다. 그리고 그렇게 애쓴 끝에 행복이 있으리라는 순진한 믿음을 품고 이런저런 활동과 감투에 끝없이 서명하며 돈과 성공을 좇는다.
첫 번째 영역 _ 정신 / P.50
지금 이 순간이 문자 그대로 1, 2초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지금'이란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염려하지 않고 우리가 존재하기로 선택한 순간을 뜻한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 또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한 희망이나 걱정을 우리가 원하는 만큼 멀리 밀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은 몇 분이 될 수도 있고 오전 몇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몇 년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그만큼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다.
첫 번째 영역 _ 정신 / P.51
우리 안에 숨겨진 '스틸니스'라는 열쇠를 움켜쥐기 위해 저자는 정신과 영혼과 몸의 삼위일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과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우리의 삶 또한 건강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건강하기가 참 어렵다.
건강했던 사람도 어느 날 마음을 앓거나 정신의 건강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수시로 우울과 분노가 찾아들고, 걱정과 불안에 잠 못 들기도 하면서, 마음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지고 몸이 무너져내린다.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심리적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누구도 그런 고통 속에 내던져지기를 원하지 않지만, 아주 작은 틈 사이로도 질병은 찾아든다.
마음이 병들지 않는 방법, 정신이 병들지 않는 방법, 몸이 병들지 않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미디어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열심히도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쉽게 우리는 슬픔과 절망에 물들고는 한다.
결국 어쩌면, 우리는 그 고요를 찾아내지 못해서 자꾸만 그렇게 고꾸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그 고요를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결국 그 고요에 가닿지 못해 끝없이 흔들리다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때로는 마음의 고요를 찾았지만 몸의 고요를 찾지 못한 사람도 있고, 몸의 고요를 찾았지만 정신의 고요를 찾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익숙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라. 그렇게 해야 관점이 넓어지고 이해가 깊어진다. 현인들은 이미 다 보았기 때문에 고요할 수 있는 것이고 이미 충분히 많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일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는다.
첫 번째 영역 _ 정신 / P.96~97
많은 것들을 이미 이루어내고, 또한 후대에 많은 깨달음을 남긴 사람들도 넘어지고 다치면서 그 실패와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었다는 사실은 묘한 위안이 된다.
대단해 보이고 완벽해 보이던 사람들도 스틸니스라는 열쇠를 움켜쥐기까지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었다는데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한없이 흔들리는 것을 부끄러워만 할 필요가 있을까.
나 또한 여전히 진정한 고요를 찾지 못해서 매번 미끄러지고 넘어진다.
마음이 상해서 울고, 마음이 아파서 고통스럽다.
자꾸만 정신이 불투명해지고,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는 한다.
수많은 후회와 자책과 슬픔과 허무 속을 떠돌며 자꾸만 지쳐간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 영혼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소위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보라. 어린아이의 영혼인가? 청소년의 영혼인가? 혹은 폭군의 영혼? 포식자? 아니면 그 먹잇감의 영혼인가?"
두 번째 영역 _ 영혼 / P.130
책을 읽다가 순간순간 번쩍하고 정신이 드는 구절들이 있었다.
나는 그 먹잇감의 영혼인가?
짧은 순간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평온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간들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인생이자, 나의 살이고 피'라고 일러주는 저자 말에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제대로 된 지금을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느라, 후회와 걱정을 놓지 못하고, 오늘을 놓치고 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지 못하리라.
다들 왼손에는 과거의 후회와 자책들을, 오른손에는 내일의 걱정과 불안을 움켜쥐고 전전긍긍하느라 오늘을 움켜잡을 손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에게 이 책은 움켜진 그 손을 서서히 펴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제 그만 우리를 얽매고 있는 많은 것들에서 벗어나라고, 상처에서도 슬픔에서도 고통에서도 우리를 자유롭게 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오직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면하고 도망친다고 해서 우리는 우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인생에서 당신이 도피할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세 번째 영역 _ 몸 / P.297
그렇다.
어쩌면 감당하지 못할 것들 앞에 내쳐질 때마다 나는 도피를 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폭풍우가 일고, 한없이 비가 내려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조금도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다'라는 말 뒤로 숨어버렸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마음속에서는 수없는 소용돌이가 일어 잠시도 평온할 수가 없었다.
내게 필요했던 건 그 어떤 것도 아닌, 진짜 '고요'였음을 깨닫는다.
스틸니스, 나도 그 열쇠가 간절하다.

당신을 삶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을 허락하지 마라. 세상을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모든 경험을 성스럽게 해보라. 무엇이든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탄하라. 무의미한 싸움에 서로를 괴롭히고 있다고 할지라도, 무의미한 일로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이 모든 일을 멈추고 주변에 수없이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몸을 담글 수 있다.
두 번째 영역 _ 영혼 / P.172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은 그래서 우리의 정신을 깨어나게 해줄 많은 글귀가 담겨있다.
많은 철학자들의 사유와 삶의 모습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에 가닿은 저자의 말들 또한 깊은 울림을 준다.
영혼을 다독여주는 글들에서는 이전에 읽었던 오프라 윈프리의 '위즈덤'이 떠오르기도 했다.
위즈덤은 좀 더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글이기는 했지만, '영성'이라고 불리는 완벽한 평화와 몰아의 순간, 혹은 우주와 내가 하나 되는 경이의 순간을 떠올려보면 이 책 속의 '스틸니스' 혹은 '고요'의 순간과 같은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싶었다.
완벽하게 같은 의미의 단어는 아닐지 모르나, 그들이 추구하고 가닿고 싶어 하는 그 순간은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몸의 고요를 다루는 챕터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조언을 건네준다.
규칙적인 생활의 필요성과 좋은 루틴을 가져야 하는 이유 같은 것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미니멀라이프와는 백만 년쯤 멀리 떨어져 사는 나이지만, 그 챕터를 읽다가 당장 안 쓰는 물건들을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을 몸의 고요를 위해 실천해야 한다는 조언은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게으름과 무기력과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지침이 되어주었다.
몸뿐 아니라 영혼의 고요를 위해서 권하는 '산책'도 꼭 실천해보고 싶다.
애초에 나무와 꽃을 좋아해서 산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꼬박꼬박 규칙적인 산책을 하지는 않았었다.
얼마 전 다른 책에서도 산책이 얼마나 우리 삶에 중요하고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 속에서도 아주 강력하게 산책을 권유하고 있다보니 규칙적인 산책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다.
자연과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치유의 힘.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나인지라 그것만큼은 꼭 지켜보고 싶어진다.

우리는 모두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믿든 믿지 않든 간에 죽음은 우리 모두를 따라다닌다.
어쩌면 내일 우리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 2주 뒤에 묵직한 나무가 쓰러지며 덮쳐 우리를 저세상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시한부의 삶을 사는 셈이다. 우리 심장은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한결같이 뛰다다 어느 날 갑자기 고요해진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반드시 기억하라.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일 _ P.310~311
누구보다도 더 또렷하게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 책을 덮고 나니 나는 죽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슬픔에 눈이 멀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여러 번 겪으면서 더할 수 없이 죽음의 존재를 가까이 느끼고 있었다.
도망갈 수도 없었고, 피할 수도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해탈한 사람처럼 내일 내가 죽어도 놀랍지 않을 것만 같았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너무 큰 슬픔에 잠겨 '죽음'보다는 '이별'에 더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올곧게 죽음을 바라볼 필요가 생겼다.
슬픔이나 고통 말고, 생의 마지막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
그런 눈을 가지게 된다면, 내게도 조금씩 고요가 찾아들 것만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춰버릴지 모를 생의 시계를 제대로 인지한다면, 오늘을 분명 더 선명히 제대로 살아낼 수 있게 될 테니까.
이 책은 꼭 다시 재독을 해야겠다.
한없이 헝클어진 마음과 정신을 풀어내야 할 때, 좀 더 빠르고 수월하게 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좀 더 자주 내 마음에 고요가 찾아오도록,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책에게 길을 물어야겠다.
사춘기를 건너오고 있는 아들에게도 함께 읽기를 권해봐야겠다.
마음속 보험이 하나 생긴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