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
이근대 지음, 소리여행 그림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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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렇게도 한데 오래 세워두었던가.

나에게 미안해 눈물이 났다.

P.64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빨리 달리기 위한 채찍질이 아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호흡곤란을 느낄 때까지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던 우리에게 '걸어도 된다'고, 1등을 위해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더 필요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숨을 고르라고, 천천히 걸으며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라보자고 손잡아 주는 누군가가 간절하다.

 

성공을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잘 달리는 법을 일러주던 책들이 어느 순간 바뀌기 시작했다.

황새를 따라가려고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다리를 벌리지 않아도 된다고, 뱁새는 뱁새인 채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단속의 나가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래보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을 나답게 사는 일.

빛나는 겉모습이 아닌, 상처받은 내면을 어루만지는 일.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하늘에 계신 신도 완벽하지 않고

자연도 섭리를 깨뜨리고

혼돈과 혼란으로 흔들릴 때가 있다.

P.208

 

 

 

우리는 모두 사랑에 깨지고, 삶에 엎어진다.

누구의 사랑도, 누구의 삶도, 결코 온전히 평온하기만 하고 완벽하게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내 뜻대로 가장되지 않는 게 어쩌면 사랑과 삶인 것만 같다.

그래서 쉽게 상처받고, 오랫동안 슬픔을 앓는다.

 

사랑 앞에, 삶 앞에 우리는 현명해질 수 있을까.

이별 앞에, 고통 앞에 우리는 여전히 굳건해질 수 있을까.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실수투성이인 우리들의 오늘.

 

그 오늘에 따뜻한 온기를 건네주는 책을 만났다.

'너를 만나고 나를 알았다'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았더니, 다정한 위로의 책이었다.

토닥이는 손길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지친 하루의 끝에 읽으면 식었던 마음에 온기가 돌 것만 같다.

아픈 배를 슥슥 문질러 주는 엄마의 손의 온기처럼.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예전에 읽었던 '나라원 시선'이 떠올랐다.

그때 그 감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의 분위기를 대강 떠올릴 수 있을 것도 같다.

어렵게 쓰이지 않은 시집.

요즘 감성보다는 조금 오래된 옛날 감성 같은 느낌.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거기에 더해 풀꽃 시인 '나태주'님이 떠오르기도 했다.

 

동글동글하고 다정한, 따뜻하고 말랑한 느낌의 글들이 적당한 온기를 가지고 읽혔다.

 

세련되고 위트 있는 느낌의 요즘 글들 속에서 만나는 다정하고 뭉근한 온돌방 같은 글은 반대로 새로웠다.

목을 꺾고 봐야 하는 미끈한 고층 건물들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지만, 외할머니 댁의 온기가 주는 안정감은 우리를 더 쉽게 무장해제 시키고는 하는 법이니까.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 글은 뒤로 갈수록 더 내게는 가까이 와닿았다.

Part 2 같은 경우에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만한 글들이 담겨있다.

제목과 가장 가까운 글들이라고 해야 할까.

몽글몽글한 사랑이 퐁퐁 솟아나는 글들이 담겨있어, 한참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다 내 마음 같지 않을까 싶다.

 

Part 3,4에서는 좀 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잠언집을 읽는 것 같았다.

힘든 청춘들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지친 직장인들에게 건네는 소주 한 잔의 알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거지 같아도 내 삶이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견뎌야 하는 게 삶이라는 것을 다 아는데도 자꾸만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충고가 아니라 위로다.

알싸한 소주 한 잔과 실없는 농담과 푸념들,

따끈한 밥 한 끼의 온기.

우리는 그런 사소한 것들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고는 한다.

 

꿀꺽꿀꺽 삼켜도 목이 데이지 않을 적당한 온도를 담은 글들이 지치고 외로울 때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다정히 담겨있다.

조금의 뾰족함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날, 입바른 소리마저 듣고 싶지 않은 날,

온전히 나를 다정하게 다독여줄 손길이 필요한 날

꺼내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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