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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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 SHOTS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끼는 설계의 힘

 

 

생전 처음 듣는 단어 '룬샷'

이것은 무슨 말인고 하니, '1.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2.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이 책의 저자가 이름 붙인 단어이다.

쉽게 말해 현실성이 없어 보이거나,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시대를 앞서간 시선' 혹은 '새로운 발견' 같은 것들이 이 룬샷에 해당된다.

지금은 없지만 미래에는 생겨날지도 모를 기술이나 약품들, 이미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것들의 새로운 용도 변화 같은, 산업과 의학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지금으로서는 허무맹랑한' 목소리들, 그들의 움직임들, 그들의 질문과 답을 찾는 모든 과정이 룬샷인 것이다.

 

그것은 쉽게 발견되지도,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러 번 넘어지고, '거짓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끈기와 집념으로 결국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낼 때 그들이 룬샷이었음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어떻게 성장해왔던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전쟁과 질병과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밀러의 피라냐는 전형적인 룬샷이다. 가장 중요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었을 때 중앙 권력이 거기에 각종 수단과 돈을 쏟아부으며 레드 카펫을 깔고 팡파르를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획기적 아이디어는 놀랄 만큼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회의주의와 불확실성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부서지고 방치되기 십상이다. 그 주창자들은 종종 '미친 자' 취급을 받기도 하고, 밀러처럼 마냥 무시되기도 한다. ______ P.22

 

 

역사 속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룬샷의 전형들이 있다.

이 책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지구가 둥글다거나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혁신적인 사고와 발견을 한 과학자들이나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어낸 의학자, 새로운 기술 개발로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수많았던 인물들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존재만으로 룬샷일 수는 없었다.

그들을 이끌어주고 보조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업으로 보자면 현명한 CEO가 있었기에 그들이 진정한 룬샷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허무맹랑한 믿음, 엉뚱해 보이는 질문, 실패를 거듭하는 연구, 그 모든 것들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누군가의 힘이 그들에게 믿음을 증명해 보이고, 정답을 찾게 하고, 성공한 연구의 주인공이 되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룬샷에는 반드시 좋은 지지자, 현명한 설계자, 그리고 그들을 현장과 이어줄 중간자가 필요하다.

룬샷의 인물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그것만을 위해 달리는 경주마 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독창적이지만 너무 황당한 의견들을 현실에 제대로 반영해 주고 현실 속에서 그들의 연구의 단점을 파악해서 그다음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 현명한 중간자가 룬샷을 완성 시킨다.

 

그리고 그 룬샷(이를테면 연구자들, 창시자들)과 프랜차이즈(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일단은 창시자들과 대비되는 역할을 맡은 현장이 사람들) 간의 균형을 제대로 유지하는 일이 기업과 나라의 존폐를 결정짓는 시크릿 키가 된다.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룬샷과 프랜차이즈는 너무 다른 길을 걷기 때문이다. 그런 여정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정적이고 지극히 헌신적인 사람들이 필요하다. 서로 아주 다른 역량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즉 예술가와 병사가 필요하다. ______ P.250

 

 

저자는 룬샷과 프랜차이즈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술가와 병사로 분리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일단은 인물로 그들을 분리하지만 책 뒤편으로 갈수록 집단과 현상으로도 그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기업 내 예술가의 무리와 병사의 무리로 룬샷과 프랜차이즈를 이해하고 나면 더 나아가 집단과 집단, 현상과 현상으로 이해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며 그들의 실패와 성공의 시간들을 알려준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설명이 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면 나는 절대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누군가의 삶, 그리고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인물과 기업, 제품과 약품들을 통해서 투영해 준 룬샷의 모습은 경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게다가 챕터마다 핵심을 정리 요약해 주는 페이지가 등장하고, 중간중간 간단한 그림도 함께 실려 있어 조금 더 캐주얼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똑같은' 사람이 어느 맥락에서는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보수주의자가 되고, 다른 맥락에서는 깃발을 휘두르며 달려가는 혁신가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비즈니스에서는 미스터리일 수 있는 행동 변화가 물리학에서는 상전이라는 괴상한 행동 패턴의 핵심을 이룬다. ______ P.29

 

 

설계자들이 어떻게 구조를 바꾸고, 조직을 변화시켜 룬샷과 프랜차이즈의 균형을 정확하게 잡아내는가에 대한 이해가 완성되면, 그다음은 룬샷이 폭발하는 조직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빛나는 룬샷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 어느 순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게 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왜' 그들은 여전히 빛날 수 없었는가.

무엇이 '혁신적이고 빛났던' 그들을 아이디어를 잃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는가.

혹은 그들의 엉뚱하지만 놀라운 아이디어는 '왜' 묵살당해야만 했는가.

무엇이 룬샷을 사라지게 했는가.

 

그에 대한 답은 직접 책을 읽고 찾아보기를 권한다.

모든 비밀을 다 알려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나는 현재 경영과는 거리가 먼,

룬샷보다는 프랜차이즈가 훨씬 더 가까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이 움직이는 어떤 패턴과 시크릿 한 힘을 엿본 것만으로도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다.

영원히 룬샷과 먼 삶을 살지도 모르겠지만, 룬샷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때와는 조금 다른 걸음을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여라

P. 122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내 마음을 많이 두드린 말은 바로 위의 문장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엉뚱하고 황당하게 들리는 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들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야 아이들도 자라면서 '현실적'인 사고방식에 물들어서 반짝이는 질문을 하는 일이 사라져버렸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당시에 내가 보여준 시큰둥한 반응이 부끄러워졌다.

세상을 바꾼 룬샷의 주인공들도 당시에는 형편없다는 혹평을 들으며, 허무맹랑하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면,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면 그들은 과연 룬샷으로 우리에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나의 호기심과 실패뿐 아니라 누군가의 호기심과 실패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때 룬샷은 탄생한다.

내가 룬샷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룬샷을 짓밟고 외면하고 조롱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아쉽게도 나는 매번 그런 사람이었던 것만 같다.

뒤늦게 반성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더 많은 불을 지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군가의 엉뚱한 이야기에 빛나는 눈빛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실패에 냉정하고 호기심을 귀찮게 여겼던 스스로에게.

 

불가능을 믿을 때,

아무도 하지 않은 질문을 할 때,

우리에게 룬샷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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