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졸업이란걸 시켜봤다. 어제 3학년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공교롭게도 3학년 담임들이 지금 휴가 중이신 한 분을 빼곤 모두 처녀샘들이라서 마음껏 퍼지고 마음껏 풀린 마음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아쉬움 반, 후련함 반이라는 심정에 공감했다. 나를 제외한 두 명의 처녀샘들이 졸업식장과 교실에서 눈물을 쏟았고 오늘 점심을 같이 한 학부모님 한 분이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지면서 눈물을 보였다. 연한 배마냥 사근사근하고 순수한 분이셨는데 한참 어린 나는 무척 당황했고 그저 고마웠다는 말 밖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누군가와 이별을 할 때마다 나는 늘 그랬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혹은 이유가 있든 없든, 헤어지고 나면 무척 힘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별의 그 순간만큼은 나 자신 너무나 무감해 보인다. 나도 가슴이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눈물이 나거나 했으면 좋겠다. 내게 헤어지는 일 자체는 그닥 어렵거나 슬프지 않았다. 문제는 늘 그 다음이었다. 나를 오래 보아왔고 잘 아는 사람들은 괜찮다. 그런데 헤어지는 당시에 아쉬워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대개 사람들은 내가 이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정도로 냉정하거나, 지난날 그들에 대한 감정이 별로였거나, 혹은 그들을 누구보다도 더 빨리 잊을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단지 예의 상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도 헤어질 때 뭔가 좀 할 말이 있거나 눈물이 났으면 좋겠다. 어제와 오늘에 거쳐 내가 참 못되먹고 차가운 인간처럼 보였다. 나 스스로만 모르고 있을 뿐, 원래 그렇고 그런 사람일지도.
아까 그 어머님이 눈물을 보이시다가 인사를 하고 나가셨을 때도 담임이었던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데 다른 테이블에 앉아 계셨던 다른 반 선생님이 어머님을 따라 뛰어 나갔더랬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미 타이밍도 놓쳤으니 같이 뛰어나가기도 뭣해서 그냥 계속 고기만 먹었더랬다. 다리를 다쳐 학교도 제대로 못 나가고 아이들에게 별로 좋은 담임 노릇을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그에 비해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단 느낌이 들어 마냥 불편하고 미안하기만 했다. 그런데 남들 보기엔 고기 먹는 일에만 혈안이 된, 보기 드물게 식욕 왕성한 처녀샘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줘야 하는 타이밍이 있다는 걸, 이제 혼자서 공부만 해도 좋은 학생이 아닌 이상 때때로 그런 모션도 필요하다는 걸, 종종 느낀다. 나같은 인간은 하여간 차암 세상 살기 힘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