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에 따른 궁합을 보면 용띠와 돼지띠가 상극인 이유가 나온다. 용은 자신이 매우 잘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자신 없는 부분이 다른 곳도 아니고 코라고 한다. 용의 코를 유심히 살펴보면 돼지와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용은 돼지같이 못난 동물의 코와 멋진 자신의 코가 닮았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어서 돼지를 무척 싫어하고 돼지만 보면 재수 없어 한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우리나라 오랜 속담에 첩이 첩 꼴을 못 본다고,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점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발견하게 되면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빠는 언니가 무뚝뚝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여자라면 상냥하게 조잘대는 잔재미가 있어줘야 한다나 모래나. 오빠는 자기 자신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뚝뚝하고 가끔 꺼내는 말조차 멋 없기 그지 없으면서도 함께 사는 언니의 그런 점을 못 견뎌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다르진 않다. 나는 생활력 없는 남자를 정말 싫어한다. 아무리 장점을 많이 가진 남자라도 몽상가와 게으름뱅이는 NEVER NEVER 다. 그러나 생활력 없는 몽상가에, 어떻게든 일 좀 덜하면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러고보면 상대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나를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를 은연 중에 보게 되는가 보다.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에 큐를 던지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돼지코를 싫어하는 용처럼 우리가 누군가를 못 견뎌한다는 것은 마치 거울 속에서 나의 못생긴 부분을 발견했을 때 그 부분을 서둘러 외면하고 싶은 심리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호리호리하고 매끈하게 잘생긴 코에 밥벌이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과 능력을 가진 남자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