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아직도 광고 속 예쁘장한 새댁의 미소가 눈에 선하다.
어렸던 내가 기억하기로도 당시 참 신선하고 깜찍했던 최진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단아한 체구, 귀여운 여인의 대명사였던 그녀.
오전에 이문세의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그녀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그간 몇몇의 연예인들이 자살을 했고, 그때마다 놀라긴 했지만 최진실의 죽음은 온종일 머릿속을 붕붕 흔들어놓았다.
너무너무 좋아했던 연예인도 아니고 잘 아는 언니도 아닌데,
활짝 웃던 그녀의 미소가 어른거리며 어쩐지 짠했다.
그래, 잘 아는 언니도 아닌데.
그 동안 유명 연예인이란 이유로 드러내고 싶지 않거나 보호받고 싶은 사생활까지 모두 까발려졌기에,
각종 오해와 억측 속에서 그녀의 울고 웃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모조리 봐왔기 때문인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옆집 언니가 떠난 것처럼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대학원생들끼리도 수업 전에 한참 그 이야기를 했고 삶도, 죽음도 조용하거나 편안할 수 없는 공인의 갑갑한 생이 안타까웠다.
10월의 정오는 눈부시게 환하고 아름다운데 우리는 오늘따라 더욱 서늘하게 느껴지는 강의실에서 최진실과 오셀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대의 스타와 고전 속 영웅, 그처럼 단단해 뵈던 그들인데 말이다.
오후에는 조만간 출산을 앞두고 있는 친구에게 엄마가 끓여주신 호박죽을 건네주고 왔다.
어제 사과를 깎는데 손이 부어서 과도 집는 폼이 영 어설프던 게 마음에 걸렸었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니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마음이 또 심란해졌다.
최진실의 아이들은 아마도 성을 다시 바꾸게 생겼나 보다.
세상은 문명화될 대로 문명화되었는데 의지 너머의 무언가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천하의 니체도 결국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다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