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서울에 다녀왔다.
일상에 묻혀 잠시 잊고 지냈던 지인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었고 오빠 내외도 보고 왔다.
새벽을 밝히며 놀았던 기억이 까마득한데 여전히 녹슬지 않은 에너자이저로써 간만에 실력발휘 하고 왔다.
언젠가 페이퍼에 그리움을 물씬 담아 한 친구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 친구와 재회했다.
못 보던 사이 숙녀가 되었고 더불어 기자가 되어 있었다.
위태위태해 보이던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훨씬 밝고 안정된 표정에 마음이 놓였다.
수줍은 표정은 여전했지만, 취재용 카메라를 솜씨 좋게 다뤘고 내 이야기에 언니같은 조언도 해주었다.
마치 장성한 자식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그녀가 자랑스러웠고, 그처럼 의젓하게 살아있음이 왠지 감격스러웠다.
한번만 더 사라지면 이번엔 지구 끝까지 쫓아가겠노라고 으름장을 놓고 왔다.
옛날처럼 여기저기 아프지 말고 모쪼록 이대로,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껏 웃고 싶었고 그 웃음을 통해 위로받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인들은 나를 당차고 야무진 사람으로 기억해주었고 넘치는 에너지에 찬사를 보내주었다.
올케의 배려와 오빠의 애정이 새삼스레 고마웠고 큰 산과 같은 그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바람은 찼지만, 포근한 주말이었다.
청년에게는 이별을 고했고 나는 비교적 말짱하게 잘 지내고 있다.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그를 덜 좋아했기 때문인지, 내가 나이 먹어서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담담해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농담을 섞어가며 준비했던 프리젠테이션을 마쳤고 굳건한 일상에 문득 고마움을 느꼈다.
앞으로 나는 아마 성실하되, 좀더 신중해질 것이다.
신중하되, 좀더 성실해야 맞는 건가?
기회가 닿는대로 열렬히 연애질을 하는 것이 옳겠지만, 당분간은 금남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고려 중이다.
위험한 귀차니즘이 재차 도래하는 중...
내일은 친구가 결혼할 남자를 보여준다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나는 서로를 번갈아가며 칭찬할 것이다.
그녀야 워낙 장점이 수두룩한 여인네지만, 그녀의 완소 남친이 완전 키작은 남자일지라도 열심히 그를 띄워주겠다.
사귀는 남자도 아니고 결혼할 남자라는데 암~
단, 오버는 금물.
친구는 시집을 갈 태세고 가을도 저물 태세구나.
근황이라는 게 이 모양이어서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