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줄곧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중인데 고작 한 페이지 썼다. 이런 날이 있다. 내 이야기를 쓰라면 쓰겠다. 아주 신이 나서. 하지만 남의 이야기에서 엑기스를 뽑아내는 일은 다르다. 저걸 엑기스로 하자니 이게 걸리고 이걸 엑기스로 하자니 남의 이야기라서 영 마뜩찮다. 깡통 찌그러뜨리듯 압축하자니 어딘가 미진함이 남고.
이러다 주말이 다 가겠다.
미친 듯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 올지 말지 방황하는 봄이나, 이렇듯 딴짓거리 하느라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나 진도 참 더디다.
그냥 숙제 안 해가고 한 대 맞지 뭐, 하던 옛날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