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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냥꾼
보리스 S. 지트코프 지음, 장한순 그림,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1.어디 황순원의 <소나기>가 길어서 명작인가? 길어도 남는것 없는 쓰레기 같은 책들이 있듯이 짧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이 있다. 당연히 이 책은 후자에 해당된다.
적어도 책에 대해서 만큼은 귀가 얇아 무슨무슨책이 좋다고 하면 너무 보고 싶어 안 사고는 못배긴다..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님이 순식간에 빠져들어 직접 번역까지 했다길래 망설임 없이 고른 책이었다.
2.내용은 간단하다.
할머니집에 놀러온 보류슈카는 작은 증기선을 보고 첫눈에 빠져들고 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할머니는 그 증기선을 못만지게 하고 보류슈카는 그럴수록 더더욱 증기선에 대한 욕망을 키워나간다. 잔뜩 애가 탄 보류슈카는 증기선속에 작은 소인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 빠져들고,그 상상은 점점 살이 붙고 커져서 현실로 인식하게 되는데....(더 이상의 줄거리 요약은 스포일러가 될듯하다)
마치 에덴동산의 선악과처럼 금지된 것에 대한 참을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이를 어긴 자의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다. 에덴동산에서 금지되었던 선악과는 할머니에 의해 금지된 증기선이 대역을 하고 있다고나할까.
3. 대부분의 짧은 단편들이 그렇듯 이 책도 마무리가 되는 단 한 문장이 이야기를 살려주고 있다. 비록 반전은 아니지만 강렬하다. 조금 아쉽다면 <소나기>의 마지막 문장이 두고두고 여운을 남겨주는 문장이었다면 이 책의 마지막은 강렬하지만 약간은 느닷없고 허무하다.( 물론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4.누구에게 권할까?
1)로알드 달의 단편이나 오 헨리의 단편처럼 평지를 걷다가 갑자기 푹꺼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짧고 강렬한 단편을 좋아한다면 한번 읽어 보시길.
2)마치 그림책처럼 그림이 많고 정작 글은 별로 없다. (이 그림도 원작에 있는 그림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그린 그림이다.하지만 굉장히 이 책의 내용에 어울리게 잘 그린 그림이다.표지에 나오는 약간은 짖궂고 사악한듯한 아이의 얼굴은 굉장히 칭찬할만하다) 글만 읽는다면 10분이내에 다 볼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안 본 상태에서 주문하고서 책을 후딱 본후 " 아유, 이게 다야?"할 정도로 내용이 적기때문에 책의 '두께'와 글의 '양'에 집착하는 분들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