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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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책 중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제일 처음으로 접한 책이다. 고등학교까지 통털어서 제대로 읽은 책이라곤 이 책 하나가 전부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가 하루는 책을 빌렸는데 자기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읽기가 좀 힘들다고 했던 책이다. 나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갔는데 우연히 학교 도서실에서 상실의 시대 제목을 보게 되었고, 학교와 집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계속 읽어댔다. 고등학교 들어서 처음으로 정말 꾸준히 읽은 책이었다. 그 후로도 4번 정도를 더 읽었다.

일본의 영화감독 중에 기타노 다케시란 인물이 있다. 그 분 영화 중 '하나비(HANA-BE)' 라는 영화를 보면 아주 작은 역할의 배우 한명이라도 캐릭터가 분명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기억속에 고스란히 남는 그런 영화다. 난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그 사람 나름대로 존재감이 있지 않다면 그런 영화는 보고 나서도 씁쓸하다. 이 소설또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을 비롯하여 레이코, 미도리등 단지 조연급인 캐릭터라도 아주 잘 살아난다. 물론 젊은 날의 방황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간접적으로 다루면서도 결코 그리 무겁지 만은 않은 게 독자를 끄는 이율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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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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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은 책을 잘 읽지 못할 뿐더러 집중력있게 오랫동안 붙잡질 못하는 사람이다. 너무 어려운 책을 읽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또한 관심없는 부류의 책을 읽는 탓일수도 있다. 그런데 난 책에 관한 한 잡식성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난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는게 안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전문'이란 말에 맞춰서 돌아가고, 스페셜리스트가 더 대우받는 곳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고정관념을 다카시의 책을 읽으면서 큰 오산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사람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지금 그 책 내용중에서 생각나는 유일한 구절이다. 맞다. 나만 해도 영화, 건강, 애견, 환경, 등 아주 넓은 분야의 책들을 읽어치우고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은 감상적으로 읽어도 되지만, 또 어떤 책은 절대 그렇게 읽으면 안된다고 필자는 말한다. 책을 읽는 방식을 노골적으로 명령하듯이 말하는 게 아니라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말그대로 독서론에 관한 책이 아닌 다치바나 다카시의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속독을 하고, 한 분야의 책을 여럿 읽으며, 자료를 정리하는 등, 글을 읽다 보면 정말 이 사람 책을 떼놓으면 말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점점 책을 읽을 여유는 빼앗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개개인들이 열심히 여유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책과 함께 살았으면 한다. 그냥 옆에 두고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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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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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편지를 군부대 안에서 읽었다. 내가 유일하게 일주일중 TV시청을 하는 날이 토요일 느낌표 프로였다. 군부대의 모습도 자주 비춰주고 무엇보다 취지가 좋아서 정말 즐겨봤었다. 황대권님은 마치 갇혀지낸다기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풀들과 함께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었다. 갇혀지낸다는 기분은 군생활을 해본 분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내용에 동화되어 가면서 군생활을 해나가는 내 자신을 조금이나마 더 추스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각종 야생초를 직접 키우면서 먹어도보고, 또 다른 책들을 봐가며 직접 공부해가면서 지은이는 세심한 시선으로 풀들을, 인간을, 자연을 관찰해간다. 요즘은 이 책 속에 나오는 지은이가 소개한 또 다른 책을 사서 읽고 있다. 이유미님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라는 정말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다. 지금 거의 절반 가량 읽었는데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 시간이 더 많은데도 군에 있을때보다 여유를 잃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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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거꾸로읽는책 3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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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청소년 권장도서로 교육부에서 지정한 책 목록을 보게 되었는데 그 중에 유시민님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들어있는 걸 보고 참 생경스러웠다. 무엇보다 그렇게 정부에서 좋아할 만한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랄까... 하긴 교육부에서 청소년권장 도서 정하는 거랑 정부가 그 사람 좋아하고 안하고랑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이 책은 군대 안에서 읽은 100권가량의 책 중에 한권이다. 너무 몰아서 읽은 탓에 책 내용을 대강밖에 기억못하지만 참 명쾌했던 것 같다. 쫓기는 상황에서 집필한 거라곤 믿지 못할만큼 필치가 안정적이었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끔 했다. 고정관념을 버리게 만들었고, 한층 시선을 높여주었다. 작은 세상에 살고 있던 나에게 '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서점에서 일하다 보면 학생들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다는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책을 보지 않는다. 물론 다른 서점에서 사서 읽을지 누가 아냐 라고 말한다면 내가 반문할 여력은 없지만 문제집을 사는 양만 해도 방학동안 그것에 얽매여 사는 것만 보더라도 책을 읽을 여유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너무 빨리, 그리고 급하게 돌아간다. 더군다나 중고생들한텐 말할나위 없을 정도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도 없는데 미친듯이 문제집을 찍어내고, 또 학원이랑 학교에선 그걸 소비하고, 한 출판사에서 나오는 같은 과목 책만 해도 7~8종류가 넘으니 이 정도면 말안해도 아실거다. 씁쓸하다. 좀 더 여유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다면 학생들이 양서도 많이 읽고 세상에 대한 눈도 키워갈 수 있을 텐데... 내 자식을 훗날 언젠가 낫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책 하나만은 신나게 읽게 만들거다. 혹자는 그런 말을 한다.

'공부란 건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참고 열심히 해라'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책이란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좋은 책 많이 읽어라.'라고 말이다. 너무 가짢은가? 난 세상 복잡하게 살기 싫다. 단순하게 자연에든 인간에게든 피해안주고 살만큼 살다가 가고 싶다. 그래도 생각은 좀 하고 살았으면 한다. 지가 하는 짓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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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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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휴가 나와서 알라딘을 통해서 구입한 뒤 군부대 안에서 읽었다. 책 안의 내용은 휴일날 편하게 즐겨읽기엔 사실 약간 부담스러운 점도 있었다. 박노자님, 진중권님, 강준만님, 유시민님 대략 이 네분 정도의 책을 읽으면서 난 너무나 세상을 몰랐음을 절실히 깨달았고, 부대 안에선 달가워 하지 않을 이 책들 속에 빠져서 군생활의 절반 가량을 보냈다. 그러다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면서 자연스레 내 관심은 살아가는 그 자체에 연연하게 된 것 같다. 책을 읽는 시간이나 양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내 의지도 점점 약해져가는 건 아닌 가 싶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읽으면서 빠리라는 배경에서 한국을 비추어보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러면서도 참 서글퍼졌다. 망명을 신청해서 택시운전사로 힘들게 살아가는 홍세화님의 모습도 안쓰러웠지만 더군다나 빠리랑 한국의 모습을 함께 비출땐 한편으론 우리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선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지식인들이 힘을 쓰는 한 그렇게 세상은 삐뚤어지지 않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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