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콜레스테롤은 살인자가 아니다 - 그들이 감추려 했던 콜레스테롤의 비밀
우페 라븐스코프, MD, PhD 지음, 김지원 옮김 / 애플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나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란 노른자는 먹으면 안 된다', '새우도 콜레스테롤이 높다' 는 등의 말을 기억한다. 어느 순간 콜레스테롤이 나쁘다는 말은 없어지고,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있는데 좋은 콜레스테롤은 놔둬도 되지만 나쁜 콜레스테롤은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는다. 그냥 콜레스테롤 지수를 개선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글로벌 제약사다. 스타틴이라든가 리피터(리피토) 등의 이름을 붙인 약 들을 거대 제약사가 만든다. 약이 시판되면 여러 곳의 저명한 의학저널이 해당 약에 대해서 기사와 논문을 쏟아낸다. 기사와 논문이라고 해도 결국은 홍보를 위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콜레스테롤 저하제의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한다. 더 많은 학자와 기자들이 장점을 떠들어댄다. 많은 수의 논문과 기사와 인터뷰가 세상을 덮어버린다. 일반인들은 그 약이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


위에서 언급한 약 중에서 리피토(리피터)에 대해서 찾아봤다.

2010년 기준 이 약의 전 세계 판매량은 13조 2천억원이다.

2009년 기준 대한민국의 의약품 전체 판매량은 14조8천억원이다.


단일 약품 하나의 판매량이 한 국가의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다.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천억씩을 들여 신약개발을 하는 이유가 왠지 납득이 간다.

여기에 비판을 가하긴 쉽지 않다. 

한때 어떤 의학전문잡지에서 한 약품에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가 회사 자체가 망할 뻔한 적도 있다.

잡지 회사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광고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의학저널을 유지할 수 있는 힘 대부분이 거대 제약사의 광고에서 나온다. 이쯤 되면 더 설명 안 해도 뻔하다.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약의 대부분은 누군가의 선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제약사의 돈을 벌기 위한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약들이 대부분이다.


약은 아플 때 치료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평생 약물을 처방받게끔 하는 '관리의 시대'로 가고 있다.


--------------

명절 때 시골에 가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방 한쪽 구석에 약봉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혈압약과 콜레스테롤약, 그 외의 각종 약이 있었고, 이 약은 아프지 않아도 항상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는 나도 별 의심 없이 그냥 그런 건가 보다 했다.

내 부모님의 집에도 어느새 약봉지가 하나씩 쌓여간다.

나도 저렇게 될까?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약이 없으면 못사는 세상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암을 수술할지 안 할지 항암치료를 받을지 안 받을지

콜레스테롤약을 먹을지 안 먹을지도 결국은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의사와 제약사의 말이 진리는 아니다. 그들도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그 증거는 책과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꽤 많은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

현대의학을 무조건 신봉해야 한다고 떠드는 인간들도 있다.

의사를 안 믿고 약을 안 믿으면 뭘 믿을 거냐고 되려 내게 묻기도 한다.

어떤 커뮤니티에서 현직 의사라는 인간들과도 설전을 벌여본 적도 있다.

질문을 던지는 내게 그들의 마지막 말에는 항상 '자신이 전문의다'라는 말이 붙었다.

질문을 계속하는 내게 그들은 그런 진료와 상담을 원하거든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을 가라고 했다.

그런데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몸을 치료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부분이기에 

효능도 부작용도 알 수 있는 만큼은 알아내고 스스로 납득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힘든 세상이니까 하고 납득해버리면 안 된다.

의학에 대해서는 조금 피곤하게 사는 게 맞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플라시보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할랑한 산문집
The Scrap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게 취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작가가 한 사람쯤은 있을 것이다. '저 작가가 책을 내면 무조건 사야해' 라는. 내게 있어 그런 작가는 딱 한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한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에서 열풍에 가까울만큼 큰 인기를 얻었었고, 하루키 특유의 심드렁한 문체를 흉내낸 수많은 아류작가들을 양산해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그 열풍이 가라앉아서 괜찮지만 한때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좋아한다는 것 만큼이나 흔해빠지고 뻔한 느낌을 줬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말을 거의 입밖에 내지 않았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 내 사랑은 특별한데 그게 남들 눈에는 그저그런 뻔한 유행에 휩쓸린 작태로만 보이고 싶지는 않은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참 별것에도 신경을 다 쓰고 살았구나 싶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로 유명해진 사람이지만. 사실 나는 그의 에세이나 산문집 혹은 단편집을 더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최고로 뽑히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노르웨이의 숲,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보다는 오히려 단편인 치즈케잌모양을 한 가난이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필기구에게 인격을 부여한 단편이 훨씬 더 재밌었다.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이다. 그런데 여느 단편집들과 약간은 다른 성격을 띄고 있다. 에스콰이어,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 뉴욕 타임즈 등을 읽고 재밌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그 기사를 가지고 원고를 쓰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책의 서문에 몹시 수월한 작업이었다고 고백을 해 놨었다. 매 회 무엇에 대해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스포츠 종합지 넘버라는 곳에 연재했음) 매월 혹은 주 단위로 나오는 잡지를 통해 소재를 얻다니.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며 한편으로는 일본인 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잡지를 상당히 좋아하는 인간인데 어떨때는 잡지를 읽고 나서 나도 저 제목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서 무려 4년간 연재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 책은 그 중에서 일부를 모은것이다.

하루키가 이 글을 쓸 당시가 80년대여서 그런지 이 책에는 그리운 80년대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별로 옛날 이야기 같지가 않다. 옛날 이야기란 으례 '맞아 그땐 그랬지' 따위의 감상과 함께 무릎을 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다지 그런게 없다. 내가 80년대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 시대에 그 잡지를 보고 연재한 글인데도 내게는 별로 80년대라는 화두로 와닿지는 않는다. 제일 마지막에는 LA올림픽이 열렸던 (1984년) 당시에 하루키가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를 기록한 '올림픽과 별로 관계가 없는 올림픽 일기' 도 실려있다. (좀 아쉬운게 4년만 뒤에 썼으면 88서울 올림픽인데 싶다.)

사실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다지 권할만한 이유가 없다. 할랑한 산문집인데다 뭘 주장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끝내주게 재밌지도 않고 책도 얇고, 읽고나서 그다지 남는것도 없고 등등등.  그래도 나처럼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더없이 재밌고 소중한 책임은 틀림없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로 하루키의 신작을 무척이나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지금은 하루키의 글이라면 뭐든 다 좋아 하는 정도이므로 이 책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하루키 자신도 이 책에 대해 자기가 스크랩한 기사는 대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므로 읽고 난 후에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종류의 글은 아니라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 하자면 하루키 팬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고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사서 읽을 만한 메리트는 없다. 그래도 나는 어?거나 좋았다. 모처럼 하루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산문집이 아닌가. 이렇게 남는거 하나 없고 그저 약간 키득거리게 되는 글도 나름대로 무척 좋다. 적어도 나라는 인간에게는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넷 까지 받을만한 책은 아니다. 허나 안으로 굽는 팔을 어쩔수가 없었다. 별 다섯을 주고 싶은것도 억지로 자제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플라시보 > 이 땅에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권이란 말은 아주 쉽게 설명해서 인간의 권리이다. 조금 더 풀자면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이고 또 모든 인간들이 여러 재반조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7살이 되었을 무렵. 나는 친척집에 가서 꺅꺅 대다가 '기지배가 어디서 떠드냐' 는 소리를 들었다. 그 친척분의 말씀은 시끄러우니 떠들지 말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앞에 붙은 지지배라는 말이 참 기분나빴었다. 왜냐면 같이 떠든 사촌은 사내아이였고 만약 시끄러운게 문제였다면 우리 모두에게 떠들지마라는 말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건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사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조차 과대할 만큼 말이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었다. 왜 만화가들이 인권에 대해 얘기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만화가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만화의 형태를 빌어 어렵지 않게, 그리고 그림 혹은 만화라는 특성상 바로 와 닿았다. 어떤 글귀보다도 더 강하게 말이다. 10명의 만화가들이 모여서 만든 인권에 관한 이야기. 그들은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자 (남자에 비해), 가난한 사람 (부자나 중산층에 비해), 블루칼라 노동자들 (화이트 칼라 노동자에 비해), 장애우들 (비장애우에 비해) 에서 이 모두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더 추가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아프게 와서 박힌다. 설사 내가 저들을 박대하지 않았어도 이 사회가 그들을 박대하고 멸시하는것은 물론 그저 살아남아 숨 쉬는것 조차 힘들게 만드는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사실 나도 저 중에서 두 가지는 해당사항이 있으니 사회적으로 완전한 강자는 아닌 셈이다.)

어느 프로그램인지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한 코메디 꽁트가 있다. 제목이 블랑카입니다 인데. 그 프로에는 한 남자가 등장해서 외국인 노동자들 특유의 어눌한 한국말을 흉내내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에 대해 얘기한다. 요즘은 이 코너에 등장하는 얘기들이 전부 한국인들의 나쁜 습성이나 이해하기 힘든 관습같은걸 다루지만 초기에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인 블랑카 자신이 뭘 잘못하고 그걸 한국인 사장님이 벌하는 (때리는) 얘기가 등장했었다. 방청객들은 그 코메디언이 너무도 절묘하게 외국인 노동자의 말투를 흉내내는것에 즐거워했지만 나는 아연질색했다. 한국인 노동자 같으면 그런 잘못을 했을때 야단 정도나 맞던가 아니면 주의를 듣고 말 것을 외국인 노동자는 그걸로 두들겨 맞았다는데 그게 웃기다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물론 그 코메디언의 취지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었겠지만. 과연 그 프로그램을 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들이 '아 저러면 안되겠구나' 하고 깨닳을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뭍혀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그런 사장님들이 그 코메디언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취지는 좋았겠지만.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관한 문제를 저렇게 웃음꺼리로 밖에는 다루지 못할까 싶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만화속의 인물들은 가난하다. 가난하니 힘이 없고, 힘이 없으니 이 땅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받지 못한다. 아니, 배려는 커녕 방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가사와 육아를, 심지어 거기다 돈벌이까지 해야하는게 당연시되고, 장애우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있는 곳이 아닌 특수한시설로 가서 눈에띄지 않게, 걸그적거리지 않게 살기를 강요당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형편없는 임금에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온갖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을 하게 하는것도 모자라서 그나마 쥐꼬리같은 월급도 제때 주질 않는다. 남자로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잘생긴 외모까지 지니고 있다면 일단은 사회적으로 강자이다. 그는 곧 좋은 직장에서 남보다 많은 월급을 보장받을 것이며 그것은 곧 이 사회 최대의 강자인 부자로 가는 지름길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어떤가. 사람들은 단지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가난한건 아니다. 거기에는 온갖 이유들이 존재하며 그 이유의 태반은 태어날때 부터 달라붙어있는 것이거나 혹은 본인의 힘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래야 벗어날수가 없는 경우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힘없는 사람들을 마치 여름날 탱탱 놀다가 겨울에 얼어죽게 생긴 배짱이 취급을 한다. 모두가 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건 알다시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계층에 속하건 간에 최소한 인간으로써의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지금 내가 운좋게 태어나서 좋은 학벌과 좋은 외모를 가지고 가난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해서 저런 운이 따라주지 않은 사람은 어찌 살던가 상관없는건 아니지 않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다 잘살고 행복할 수 없다면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가진자가 되도록 해 준 덜 가진 자들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간만에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난것 같다. 내가 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오직 재미라고 매번 말을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날때면 그 재미라는 것을 잠시 부끄러워진다. 이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10명의 만화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플라시보 > 이 땅에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권이란 말은 아주 쉽게 설명해서 인간의 권리이다. 조금 더 풀자면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이고 또 모든 인간들이 여러 재반조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7살이 되었을 무렵. 나는 친척집에 가서 꺅꺅 대다가 '기지배가 어디서 떠드냐' 는 소리를 들었다. 그 친척분의 말씀은 시끄러우니 떠들지 말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앞에 붙은 지지배라는 말이 참 기분나빴었다. 왜냐면 같이 떠든 사촌은 사내아이였고 만약 시끄러운게 문제였다면 우리 모두에게 떠들지마라는 말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건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사태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조차 과대할 만큼 말이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었다. 왜 만화가들이 인권에 대해 얘기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만화가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만화의 형태를 빌어 어렵지 않게, 그리고 그림 혹은 만화라는 특성상 바로 와 닿았다. 어떤 글귀보다도 더 강하게 말이다. 10명의 만화가들이 모여서 만든 인권에 관한 이야기. 그들은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자 (남자에 비해), 가난한 사람 (부자나 중산층에 비해), 블루칼라 노동자들 (화이트 칼라 노동자에 비해), 장애우들 (비장애우에 비해) 에서 이 모두를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더 추가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아프게 와서 박힌다. 설사 내가 저들을 박대하지 않았어도 이 사회가 그들을 박대하고 멸시하는것은 물론 그저 살아남아 숨 쉬는것 조차 힘들게 만드는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사실 나도 저 중에서 두 가지는 해당사항이 있으니 사회적으로 완전한 강자는 아닌 셈이다.)

어느 프로그램인지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한 코메디 꽁트가 있다. 제목이 블랑카입니다 인데. 그 프로에는 한 남자가 등장해서 외국인 노동자들 특유의 어눌한 한국말을 흉내내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에 대해 얘기한다. 요즘은 이 코너에 등장하는 얘기들이 전부 한국인들의 나쁜 습성이나 이해하기 힘든 관습같은걸 다루지만 초기에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인 블랑카 자신이 뭘 잘못하고 그걸 한국인 사장님이 벌하는 (때리는) 얘기가 등장했었다. 방청객들은 그 코메디언이 너무도 절묘하게 외국인 노동자의 말투를 흉내내는것에 즐거워했지만 나는 아연질색했다. 한국인 노동자 같으면 그런 잘못을 했을때 야단 정도나 맞던가 아니면 주의를 듣고 말 것을 외국인 노동자는 그걸로 두들겨 맞았다는데 그게 웃기다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물론 그 코메디언의 취지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었겠지만. 과연 그 프로그램을 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들이 '아 저러면 안되겠구나' 하고 깨닳을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뭍혀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그런 사장님들이 그 코메디언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취지는 좋았겠지만.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관한 문제를 저렇게 웃음꺼리로 밖에는 다루지 못할까 싶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만화속의 인물들은 가난하다. 가난하니 힘이 없고, 힘이 없으니 이 땅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받지 못한다. 아니, 배려는 커녕 방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가사와 육아를, 심지어 거기다 돈벌이까지 해야하는게 당연시되고, 장애우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있는 곳이 아닌 특수한시설로 가서 눈에띄지 않게, 걸그적거리지 않게 살기를 강요당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형편없는 임금에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온갖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을 하게 하는것도 모자라서 그나마 쥐꼬리같은 월급도 제때 주질 않는다. 남자로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잘생긴 외모까지 지니고 있다면 일단은 사회적으로 강자이다. 그는 곧 좋은 직장에서 남보다 많은 월급을 보장받을 것이며 그것은 곧 이 사회 최대의 강자인 부자로 가는 지름길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어떤가. 사람들은 단지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가난한건 아니다. 거기에는 온갖 이유들이 존재하며 그 이유의 태반은 태어날때 부터 달라붙어있는 것이거나 혹은 본인의 힘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래야 벗어날수가 없는 경우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힘없는 사람들을 마치 여름날 탱탱 놀다가 겨울에 얼어죽게 생긴 배짱이 취급을 한다. 모두가 다 잘 살면 좋겠지만. 그건 알다시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계층에 속하건 간에 최소한 인간으로써의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지금 내가 운좋게 태어나서 좋은 학벌과 좋은 외모를 가지고 가난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해서 저런 운이 따라주지 않은 사람은 어찌 살던가 상관없는건 아니지 않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다 잘살고 행복할 수 없다면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가진자가 되도록 해 준 덜 가진 자들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간만에 참으로 좋은 책을 만난것 같다. 내가 책에서 추구하는 것은 오직 재미라고 매번 말을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날때면 그 재미라는 것을 잠시 부끄러워진다. 이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10명의 만화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플라시보 > 부자되는 노하우가 아닌 마인드를 가지게 하는 책
한국의 부자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앞장에 보면 부자소질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해당사항에 체크표를 하면 된다.)

1. TV홈쇼핑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직접 가는 편이다.

2.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목돈을 만들기 위해 저축한다.

3. 수입의 50%이상을 저축하고 있다.

4. 물건을 살 때 3번 이상 생각한다.

5. 물건을 살 때 반드시 깎으려 한다.

6. 좋은 차로 바꾼 친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7. 돈 많은 사람이 돈을 ㅆ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8. 한 해에 내가 낸 세금 (원천징수 등) 이 얼마인지 알고 있다.

9. 종합소득세를 내고 있다.

10. 세금에 대한 상식이 있으며 절세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11. 시죽 은행의 이자율이 몇 %인지 알고 있다.

12. 절약이 몸에 배인 부모 밑에서 자랐고, 부모 생각에 동의한다.

13. 돈을 열심히 버는 목적은 가정의 행복과 건강이다.

14. 돈을 아끼고 열심히 모으는 배우자와 함께 산다.

15. 투자에 밝은 친구 혹은 부자 이웃이 있다.

16.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17. 돈을 아끼는 이유는 항상 아껴쓰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8. 남들로부터 성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 한 번 세운 원칙은 꼭 지키는 편이다.

20. 주식투자시 기대 수익률은 20~30%가 적당하다.

이상 스무개 항목에 해당사항에 체크 표시를 한다. 그런다음 결과를 보면 이렇다.

17개 이상       : 당신은 이미 부자다.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10개~16개      : 상당한 소질을 갖추고 있다. 부자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5개~9개          : 이제 부자로서의 삶에 눈 뜨는 단계다. 부자를 연구하고, 실천하라

5개미만          : 부자로 가는 길의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 테스트에서 나는 13개를 체크했다. (14번 항목은 미혼이므로 체크 불가능) 갯수로만 보자면 두번째. 상당한 소질을 갖추고 있으며 부자의 길목에 접어든 사람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지 2년도 안되는지라 3번째인 부자를 연구하고 실천하라 혹은 더 가혹하게 말한다면 부자로 가는 반대의 길로 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늦지않은 시작을 하려고 하는 사람 정도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책은 이웃집 백만장자였다. 그 책 역시 백만장자가 아닌 사람이 취재를 통해 백만장자들의 삶이나 돈을 버는 노하우등을 소개해 놨는데 외국의 사례라 그런지 와닿긴 해도 막상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좀 아니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었다. 그런데 한국의 부자들은 말 그대로 한국에 살고 있는 부자들. 자산이 10억 이상에서 100억을 훨씬 넘는 사람들을 취재해 놓아서 비교적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관해 제일 많이 착각을 하겠다 싶은것이 표지에 적힌 자수성가한 알부자 100인의 돈 버는 노하우 라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 책은 돈을 버는 비법같은건 없다. 다만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모았는지를 간략하게 소개를 해 두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따라하기만 하면 부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이 아닌 부동산으로 돈 버는 법이랄지 주식으로 돈 버는 법 같은 실용서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은 뭐랄까 나처럼 이제 막 돈을 모으기 시작한 비기너들이 한번쯤 참고 서적으로 (거의 반은 재미삼아) 읽을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부자들의 돈 버는 노하우나 비법은 절대 알 수 없으며 (그런 책이 있다면 왜 다들 부자가 아니겠는가) 부자들의 삶의 형태나 가치관 그리고 어떤식으로 돈을 불리고 벌었는지의 대략적인 과정이 나온다. 그러나 이 책에 얻을것이 아무것도 없는것은 아니다. 다음은 부자들의 한달 생활비이다.

부자들의 46%는 한달에 생활비를 21 ~ 30%를 쓴다.

다음으로 31%는 11 ~ 20%

19%는 10% 이내,  그리고 단 4%만이 수입의 31%가 넘는 돈을 생활비로 쓴다.

솔직히 이 대목을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부자라면 최소한 절반은 넘게 생활비로 쓰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저 통계를 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자니까 그들의 1%와 우리의 1%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이다. 하긴 말이야 맞는 말이다. 저들의 수입 규모는 우리 일반인들과 확실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약 저들처럼 돈을 번다면 그 돈의 11에서 20%만 쓸까? 부자가 아닌 지금도 생활비로 월급의 대부분을 쓰는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규모에 맞는 지출을 할 리가 만무하다. 내 경우는 수입의 약 18% 가량을 생활비로 쓴다. 부자냐고?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내 친구들 가운데 중간에서 약간 아래다 싶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그들과 달리 나는 혼자 살고 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이런 부류의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마디로 돈 버는 노하우 같은건 배우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세는 배우게 되었다. 하물며 부자도 저렇게 생활비를 쓰는데 상중하로 따지자면 하에 속하는 내가 수입의 100%가량을 생활비로 쓴 적이 있었으니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건 아니다. 뭐 세월이 흘러도 부자가 안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책을 접하면 본인이 어떤 부류의 인간이냐에 따라 나처럼 마음을 달리 먹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부자건 뭐건 마음 먹기에따라 달렸으니 그 마음을 달리먹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이면서 큰 일일수도 있다.

나는 부자를 꿈꾸지는 않는다. 어려서부터 워낙 독립성이 강하게 키워져서 그런지 몰라도 시집을 가서 평생직장인 전업주부가 되기 보다는 그냥 나 하나 내가 잘 먹이고 입히고 살리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살다가 보니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지난날의 한 순간 나는 나를 잘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었다. 이제 두번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나는 지금 열심히 모으고 있다. 그리고 결심이 조금 흔들리거나 힘이 든다고 느껴질때는 이런책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비록 큰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부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어떤 형태로건 돈에 얽매이고싶지 않은 나에게 큰 귀감이 된다.

이 책의 특징은 부자를 무조건 칭송해놓지 않았다. 대략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당연 부자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니? 하는 책들과는 다르다. 비교적 중간자의 입장에서 부자를 비판해놓고 솔직하게 해부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리고 아까도 언급한것 처럼 이 책은 이웃집 백만장자와 비교할때 한국의 부자와 외국의 부자는 확실히 마인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부자들은 자선사업등을 통해 남을 돕는것에 인색하지 않았는데 한국의 부자들은 내 가족 내 친척만 챙기는 것이 역력했다. 왜 한국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없는가에 대한 해답을 알게 된 셈이다. 책에 나오는 부자들 중에서는 따라할 만한 부자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열심히 모으고 열심히 아꼈다는 것 만큼은 100% 인정을 해야 할것 같다. 여기 소개된 부자 중에서 단 한명도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아 수백억원대의 부자가 되거나 복권에 당첨이 되어 하루아침에 벼락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 물론 중간중간 운이 따르기도 하지만 이들은 실패도 하고 평범한 월급쟁이 생활 혹은 그보다 더 못한 직업을 가지고 시작을 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결과적으로 부자는 특별하게 하늘에서 따로 만든 사람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어떻게 마음을 먹고 실천을 했느냐에따라 우리와 달라져버린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이 부자되는, 며느리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그러한 비법을 전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한두권 정도 읽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읽는다고 무조건 달라지는건 아니다. 중요한건 본인이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고만이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