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운동 - 불안, 우울, 스트레스, 번아웃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세라 커책 지음, 김잔디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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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아닌 이상에야 걷기는 운동이 아니지, 풀러닝이나 인터벌 달리기 정도는 되어야 운동'

'K-pop 댄스? 아이돌 방송 댄스는 재미로 하는거지 하나도 운동 안돼'

운동에 발을 들여보기도 전에 기를 꺾어버리는 멘트들, 평생 수없이 많이 들어왔고 나도 다른 이에게 전해주었던 말들.

정말 잠깐 짬내서 하는 유산소는 안하니만 못한걸까? 장애 없이 두 다리 멀쩡하고 젊은 신체를 가진 사람에게 걷기란 아무 의미도 없는걸까? 꾸준하게 하지 못하고 매번 작심삼일로 끝났던 운동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걸까?

확실한건 저런 조언들이 모처럼 결심했던 내 운동에 대한 열의에 매번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이다. 큰 맘 먹고 시작했다가도 며칠 나태해지면 아이고 의미없다~ 하며 포기해버리길 수차례.

이 책의 저자인 세라 커책은 어린시절부터 또래들과 성격과 몸짓, 언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거의 모든 행동을 교정하고 억누르는 유년기를 보냈으며 27세가 되어 자폐증 진단을 받았을 때는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우울증에는 운동이 좋다라거나 일단 무조건 운동을 시작해야 뇌도 그에 맞게 깨어난다는 등의 이야기는 흔히들 하지만 그 '운동 시작'이라는게 웬만치 힘든일이 아니다. 나름 멀쩡한(?) 정신과 몸을 가지고 있는 나도(스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소한 진단받은 병명은 없으니..) 운동하려는 마음을 먹는게 이다지도 어려운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는 오죽했으랴 싶다.

책에 따르면 심리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운동을 하면서 오는 불안한 호흡이나 거친 심장박동이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순간의 느낌과 비슷해 운동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단 무조건 운동부터 시작해. 네가 우울하고 아픈건 운동을 안해서 그래'가 얼마나 무책임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재미있게도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당신에게 버겁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권한다. 분명 운동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운동을 결심하는 단계에서부터 그것이 가져올 고되고 힘듦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어차피 그 운동은 계속해서 지속할 수 없을 뿐더러 운동에 대해 나쁜 인식을 심어주어 내게 잘 맞을지도 모르는 다른 좋은 운동을 만날 기회 마저 죄다 날려버리게 만들 것이다.

지금 시작할 운동을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고통스럽다면 과감하게 그 운동은 던져버려야 한다. 침대 위에서 왕복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닐 뿐이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게 더 낫다. 침대에서 구르는 것도, 친구와 베개 싸움을 하는 것도, 집 앞 슈퍼에 다녀오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하기싫은 운동과 세상을 욕하며 방구석에서 내 멋대로 섀도 복싱을 하는 것도 모두 운동이다. "힘들어야 운동" 이라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크리스는 늘 수업에 참석했지만 끝까지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두 곡 정도 따라 하다가 바이크에서 내려와 스튜디오를 돌아다니고, 다시 와서 두 곡쯤 더 타다가 또 사라졌다. 나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고 자존심도 상했다. 운동 계획을 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감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니! … 좀 이상하지만 훌륭한 방법이었다. 자신에게 확실히 맞는 방식으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했으니까. 그는 강습실을 드나들면서 자신은 물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방해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활용해서 원하는 운동을 했을 뿐이다. - 158 쪽

무산소와 유산소 비율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공복 운동의 효율, 무산소와 유산소 중 어느 것을 먼저해야 하는지 등을 신경쓰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헤매일 바에는 상식과 다 어긋나더라도 내 마음대로 운동하는게 낫다. 운동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은 그간 보아왔던 건강/ 피트니스 분야의 책들과는 다르게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무기력한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강조한다. 지나친 부담감으로 운동을 시작하는것 마저 버거웠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을 강제로 고양시키는 거창한 운동 장려 멘트들은 모두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내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보자. 운이 좋다면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운동>에서 소개하는 운동들 가운데 나의 평생 운동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딱하나만선택하라면운동 #세라커책 #디자인하우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우울증 #불안장애 #운동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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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그리기 - 이재경의 색연필화 수업!
이재경 지음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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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트레이더스에서 피에스타 색연필 72색 저렴하게 파는 걸 보고

그림 그릴줄도 모르면서 물욕에만 눈이 어두워서 질러놓곤 처박아뒀었는데

넘 사랑스러운 책이 나왔길래 오랜만에 색연필을 꺼내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그리기>.

마침 나도 넘 귀여운 내 새끼 키우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쁘게 그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있기도 했다.

표지를 장식하는 웰시코기 그림을 보면 아 이걸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그릴 수 있는건가 싶긴한데

책을 펼쳐보면 정말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설명되어있어 초심자를 위한 책임을 알 수 있다.

그림 그리기의 기본 준비물부터 화이트펜 블렌더펜 전동 지우개 같은 도구 설명에서 시작해서

식연필 쥐어보기, 선 긋기, 필압 연습, 블렌딩과 레이어링 기법 등

기초 중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반려 동물' 그리기에 맞게끔 '털 표현을 위한 선 연습' 챕터가 있는 것이 재밌었다.


책 후반부에 컬러링 느낌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강아지 고양이들의 밑그림이 있는 페이지도 있지만

남의 집 댕댕이가 아닌 '우리집 반려 동물'을 그려볼 수 있게끔 스케치 기본기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애동들의 부위별 특징으로 나누어서 눈, 코, 입, 귀, 발과 꼬리의 특징을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익히면 반려동물 스케치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른 색연필 기초 강의 책도 몇 번 본 적 있는데 이렇게 동물들의 털이 자라는 방향이나 골격 등의 특징을

상세하게 다루는 책은 본 적이 없기에 특히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일반 사물을 채색하는 방법이랑 동물을 채색하는 것은 '털'이라는 질감 탓에 방법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또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그릴 때 색연필 채색하는 법을 단계별로 알려주기 때문에

책에서 시키는대로 차근히 따라해보면 초심자도

나름 동물 비슷한 뭔가가 완성되는 것 같다.....

그리고 페이지 하단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강의 영상도 볼 수 있어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시츄가 있었으면 시츄를 그렸을텐데 없어서 (왜 없는거죠 ㅠ 절대 귀여움 시츄 왜 뺀거임)

멍냥이 스케치 첫페이지에 있는 시바견을 그려보았다.

왜인지 아무리 봐도 강아지가 아니라 여우나 뚱냥이 같은것이 완성되었다;;; ㅋㅋㅋㅋㅋ

처음이니까 그냥 여기서 만족하기로....

강아지를 그렸는데 고양이가 나왔으니 다음 차례엔 고양이를 그려보면 멋지게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해봄 ㅋㅋ

피에스타 색연필을 사용했는데 색연필이 싸구려인데다가

책 종이 재질이 매끈 부들하다보니 마치 초 칠 해놓은 듯 색이 잘 입혀지지 않아서 애먹었다.

책에다가 바로 컬러링을 하려면 이왕이면 돈 쪼금 더 써서 다른 색연필을 구매하는게 나을 듯

아니면 좀 거친 종이를 써서 그려야 색이 나올 것 같다.

간만의 행복한 힐링 타임 ㅋㅋ

#세상에서가장사랑스러운반려동물그리기 #이재경 #성안당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러링 #반려동물그리기 #강아지그리기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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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세계들 문 너머 시리즈 1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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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한 엘리노어 웨스트 대안학교>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문 너머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크게 난센스/ 로직/ 위키드/ 버츄 (각각 비논리/ 논리/ 사악함/ 도덕적 정도를 일컫는다)로 분류되는 세계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꼭 맞춘듯 아이들의 수만큼이나 무수히 다양하게 나뉜다. 선형적이라거나 운율적이라거나 타인은 들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나는 미국의 젠더 분류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쪽에선 성별을 남성 여성으로만 분류하는게 아니라 성별이 없다고 여기는 젠더리스, 양쪽을 오가는 바이젠더, 세가지를 지닌 트라이젠더 유동적으로 변하는 젠더플루이드 아이스크림젠더 소다젠더 어쩌고 저쩌고... 들어도 통 이해할 수 없는 수십가지의 젠더로 자신을 정의하더만. 뼛 속 한국인인 나는 그런 정체성 정의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어쨌든, 세상이 일반적으로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다른 감수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현실과 쉽게 어울리기 힘들어 하고 또 그렇게 어울리기 힘든 부류들끼리 서로 마저도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는게 꼭 닮아보였다.

주인공 낸시는 난센스 - 언더월드에 속하는 '망자의 전당'이라는 세계의 문을 열었다 현실로 돌아온 아이이다. 그 곳에서 생기있는 움직임과 뜨겁고 반짝이는 활기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 곳은 마치 영원히 굳어있는 조각상 인 양 한 자세로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이 미덕인 세계이다. 낸시는 처음 그 세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제까지 부모와 함께 지냈던 현실의 집은 더 이상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 느끼고 '망자의 전당'만이 오롯이 자신이 돌아갈 집, 진정한 자신의 고향이라고 느낀다. 그 곳에서 수 년간 동상마냥 움직이지 않고 정지하는 법을 습득하고 마침내 망자의 군주에게 인정 받아 영원히 그곳에서 살아갈 것을 꿈꾸지만 영원한 거주 이전에 확신이 필요하다며 강제로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진다. 현실에서는 몇 주의 시간이 흐른 상태였고 부모는 그녀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며 낸시가 예전의 <정상적인>딸로 돌아올 수 있게끔 엘리노어 웨스트 대안학교로 보낸다.

그 곳에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문 너머의 세계에 발을 들였던 이 들이다. 모두가 그 세계를 진정한 자신이 있을 곳이라 여겼고 다시금 문 너머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되찾는데 전념한다.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가 편안하게 여기는 정체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극단적이게는 잭과 질의 부모님처럼 '예쁜 아이', '똑똑한 아이'의 틀에 끼워맞추고 다른 삶은 아예 인정하지 않는 부모부터, 분명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동시에 딸을 잘 알지 못해 자식이 총천연색의 무지개빛 컬러 옷을 입고 또래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것으로 아이에게 끊임없이 상처만 주는 낸시의 부모가 그렇다.

말하자면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도피처로 자신만의 문을 찾아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각각의 세계는 각자가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이상적인 세계 그 자체이다. 그런 곳에서 다시금 강제로 현실로 돌려보내진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요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각종 회귀물, 빙의물 거슬러 올라가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에 도로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이 겪는 모험에만 집중했지 그 모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필연적으로 겪게 될 상실감이나 이방인이 된 듯한 이질감 등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 소설은 그다지 보지 못했기에 이 소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회와는 어울리지 못하는 특이한 학생들을 격리·수용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점에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웬즈데이>를 떠올리게도 했다. 작가가 만들어낸 음울하고도 아름다운 판타지는 10대 청소년들이 가지는 혼란스러운 정체감이나 불안감을 잘 드러내고 있어 동시에 훌륭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이후의 시리즈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

#문너머의세계들 #섀넌맥과이어 #이수현 #하빌리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판타지소설 #밑줄긋기 #서평 #독서 #판타지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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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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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유럽, 그러니까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로마를 급습하기 위해 눈사태 등으로 수만 명의 장졸이 죽어나가는 희생을 감수하며 수십 마리 코끼리를 이끌고 험준한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오늘날 우리는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여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연결하는 약 20킬로미터 실이의 심플론 터널을 통해 어떤 생명의 위험 부담 없이 순식간에 알프스 산맥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 눈길을 뚫으며 산을 등반해야했던 한니발의 군대가 지금의 알프스 산맥 모습을 본다면 경천동지 할 일이다.

로마나 중세에는 정 등의 도구를 사용해 돌을 만나면 돌을 캐내고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부수며 손으로 파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단단한 암반을 만나기라도 하면 1년 내내 1미터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인해 암반에 작은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끼워 넣고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제 아무리 단단한 암반이라도 한 시간 이내에 몇 미터를 파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이너마이트는 길이 8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파나마 운하 공사에서도 대활약하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다이너마이트가 세계지도를 바꾼 것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1800년 경)부터 세계대전(1945년) 까지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과학자들의 화학 발견에 연관지어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런 류의 서적 가운데는 너무 단편적인 지식이라 한 번 읽고 바로 휘발되는 경우도 많은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어 화학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기 쉬웠고 기억에도 조금 더 오래 남는 느낌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건들도 역사적 사건과 관련지어 서술하니 색다르게 와닿는달까.

식품 보존 기술의 발달로 항해나 군대의 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존재를 이해하고 소독을 실시하면서 산모와 군인들의 생존율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었는지, 혹은 로켓과 화학무기의 발명으로 전쟁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갔는지, 모브 같은 화학 염료를 발명하면서 인도의 쪽 생산 시장이 얼마나 타격 받았는지 등 의학, 전쟁, 상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와 관계지어 세계사를 그려내고 있다.


아무튼 그 땅에서 레오폴드 2세와 그의 대리인, 군대가 저지른 만행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 일테면 그들은 천연고무와 상아·카카오를 강제 징수했고, 순순히 가져오지 않는 현지인은 레오폴드의 사병이 그 자리에서 손발을 절단하거나 총살했다고 한다. 그의 지배 아래에서 콩고 인구는 1,000만 명이나 감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니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에 있다. - 본문 117쪽

때때로, 어쩌면 자주 과학의 발전은 잔인한 모습을 하고 인간을 지옥에 빠뜨린다. 기호품 재배를 위해 콩고 인구를 천 만명이나 감소시킬 정도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벨기에나 유태인 학살을 위해 신경 가스제를 살포했던 독일, 마찬가지로 독가스 개발에 혈안이 되어 독가스 생산 공장을 은폐하기 위해 지도에서 오쿠노 섬을 지워버리기까지 한 일본 정부가 그렇다.

책의 후반부는 화학과 무기 생산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전쟁사에 관한 이야기가 꽤 나오는데 아무래도 전범국 중 하나인 일본인 저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최대한 과학적 사실 위주로 건조하게 서술하거나 참혹성에 대해서 축소해서 쓴 느낌이 있긴 했다. 그래도 나름 객관적인 시선에서 서술한 것 같아서 과학 교양도서로 읽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발명이란 하루 아침에 신의 계시를 받거나 천재가 벼락같은 영감을 맞아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앞서 그 길을 지나간 사람들이 연구하고 닦아온 토대를 바탕으로 거기서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것들이 어떤 과정으로 발명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세계사를바꾼화학이야기2 #오미야오사무 #사람과나무사이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밑줄긋기 #독서 #교양과학 #화학 #세계사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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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와이너리 여행 -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와인이 시작된 곳으로
나보영 지음 / 노트앤노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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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나보영 기자는 여행·와인 분야 잡지 기자로 시작해서 국제와인기구(OIV)의 '아시아 와인 트로피'와 월드 베스트 빈야드'의 심사위원이며, KBS, SBS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 채널에서 여행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다. 본인의 전문 분야인 와인과 여행을 한 데 엮어내어 <유럽 와이너리>를 출간했다.


 


특이한게 노트앤노트에서는 출간한 책마다 호스트를 초대해 플레이 리스트를 공개한다고 한다.

궁금해져 책 날개에 있는 큐알코드를 찍었더니 유튜브의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유럽의 와이너리로'라는 플레이리스트가 뜬다. 리스트를 차례로 감상하며 책을 읽으니 독서가 훨씬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멀티가 잘 안되는 편이라 책을 읽을 땐 음악을 잘 듣지 않았는데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들은 독서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유럽 여행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듯해서 좋았다.



"난 식물 생장의 비밀을 안 뒤로는 밭을 갈 때 그 흔한 트랙터도 쓰지 않아. 6~7t에 이르는 트랙터로 밭을 갈면 그 무게에 땅이 짓눌릴 수 밖에 없어. 그러면 식물 뿌리와 곤충이 짓밟히는 건 물론이고, 흙 속의 공기층이 다 막혀서 식물이 제대로 살 수 없거든. 그래서 난 말이 쟁기를 끄는 방식으로 밭갈이를 해. 물론 말들에게는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일하게 하지." - 본문 54 쪽

내 생각보다 훨씬, 와이너리의 사람들은 장인 정신을 가지고 와인을 제조하고 있었다. 스테인레스 발효통과 오크통의 차이는 당연하지만 오크통의 생산지나 나이에 따라서도 완성품에 많은 차이를 주기에 1년 내내 오크통만 관리하는 전문가도 따로 있을 뿐 아니라 땅이 짓눌려 그 힘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흔한 트랙터 조차 사용하지 않고 말이나 노새를 이용해서 포도 농사를 짓는 사람, 손으로 양질의 포도를 알알이 골라내어 한 그루당 정해놓은 양만큼의 최상의 포도만을 수확하는 곳, 순수 유기농 농법 만을 고집하는 이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생산한 와인 뿐만 아니라 포도밭 그 자체에도 굉장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와인 양조 과정에서 발효를 조절하고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넣는 이산화황(SO2) 탓에 두통같은 숙취를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산화황과 각종 첨가물을 극도로 제한한 와인을 만들거나 침전물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대신 판매 직전에 코르크를 교체해주어 풍성한 맛을 내는 등 끊임없이 더 나은 와인을 위한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

챕터 사이 마다 해당 지방을 여행하기 위한 안내로 와인이 유명한 지역과 와이너리 정보 그리고 교통편, 지역 와인을 소개하는 와이너리 노트를 수록해 실제 저자를 따라 유럽 와이너리 여행을 해보고 싶은 독자들이 쉽게 참고해 볼 만하다.

모르고 마셔도 충분히 맛있는 와인이지만 이렇듯 와인의 생산 과정과 와이너리 오너들의 가치관 등에 대해 배우고 나면 더욱 와인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팬데믹 기간은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며 과도하게 만들어내는 것들과 그 방식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는 와인 산업에도 해당된다. 파밀리아 토레스가 추구하는 와이너리의 방향성과 따뜻했던 그곳 사람들과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인간적'이란 말과 '친환경적'이란 단어는 대립이 아니라 보완의 관계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 본문 272 쪽

#유럽와이너리여행 #나보영 #노트앤노트 #밑줄긋기 #독서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여행기 #와인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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