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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턱뼈
에드워드 포우위 매더스 지음, 성귀수 옮김 / 이타카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카인의 뼈>는 독특한 형식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추리소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이 책은,
순차적인 서사나 인과관계보다는 파편화된 정보 조각들의 조합을 요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책의 서술방식이다.
페이지 순서가 뒤섞여 있고, 각 장면은 뚜렷한 맥락 없이 배열되어 있다.
이야기는 단편적인 문장과 어딘가 이상한 시점의 서술, 그리고 일관성 없는 어휘들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는 단순한 독해자가 아니라 일종의 '조사자'로 책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독서를 하는게 아니라 사건 현장을 뒤지는 형사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 시간 정보 같은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하며,
마치 범죄 현장의 형사처럼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르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가 소설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재조립하고 조합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요구한다.
한 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 게임에 가까운 읽기 경험이다.
보통의 추리소설은 작가가 깔아놓은 길 위를 따라가지만
<카인의 뼈>는 애초에 길이 없다.
독자가 직접 조립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고 복잡하지만 대신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페이지가 낱장으로 떨어지는 떡제본 방식은
이러한 독자참여형 퍼즐북 추리소설의 특성을 극대화해준다.
영화나 드라마 속 형사들이 커다란 보드판에 단서들을 잔뜩 붙여놓고
이리저리 조합해가며 범인을 찾는 듯한 경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카인의 뼈>는 읽는 행위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분명한 작품이다.
고전적인 추리소설이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집중한다면,
이 작품은 '어떻게 독자가 그것을 밝혀내는가'에 방점을 찍는다.
모든 단서가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고, 퍼즐을 맞춰야만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는
미스터리 서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추리소설에서 정통적인 플롯 중심의 서사를 선호하는 독자들보다는
독서 자체를 일종의 도전과 탐색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더 적합한 작품이다.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