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문 너머의 세계에 발을 들였던 이 들이다. 모두가 그 세계를 진정한 자신이 있을 곳이라 여겼고 다시금 문 너머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되찾는데 전념한다.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가 편안하게 여기는 정체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극단적이게는 잭과 질의 부모님처럼 '예쁜 아이', '똑똑한 아이'의 틀에 끼워맞추고 다른 삶은 아예 인정하지 않는 부모부터, 분명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동시에 딸을 잘 알지 못해 자식이 총천연색의 무지개빛 컬러 옷을 입고 또래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것으로 아이에게 끊임없이 상처만 주는 낸시의 부모가 그렇다.
말하자면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도피처로 자신만의 문을 찾아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각각의 세계는 각자가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이상적인 세계 그 자체이다. 그런 곳에서 다시금 강제로 현실로 돌려보내진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요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각종 회귀물, 빙의물 거슬러 올라가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에 도로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이 겪는 모험에만 집중했지 그 모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필연적으로 겪게 될 상실감이나 이방인이 된 듯한 이질감 등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 소설은 그다지 보지 못했기에 이 소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회와는 어울리지 못하는 특이한 학생들을 격리·수용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점에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웬즈데이>를 떠올리게도 했다. 작가가 만들어낸 음울하고도 아름다운 판타지는 10대 청소년들이 가지는 혼란스러운 정체감이나 불안감을 잘 드러내고 있어 동시에 훌륭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이후의 시리즈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
#문너머의세계들 #섀넌맥과이어 #이수현 #하빌리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판타지소설 #밑줄긋기 #서평 #독서 #판타지 #추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