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1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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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에 이 혜리님의 원화 전시회를 다녀왔답니다.들고 간 책에 직접 사인도 받고 인사말이지만 잠깐이나마 얘기도 주고받고..그렇게 직접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참 기뻤답니다.아이들은 그림책의 원판을 보니 또 새로웠나봐요.

저도 그런 건 처음 보니 마찬가지였지만요.그림책 <우리 몸의 구멍>도 시원시원하게 몸의 각 부분의 특징을 잘 잡아낸 그림이 우리 아이들에겐 단연 인기였죠.<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도 또한 이야기의 내용보단 그림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을거다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책을 처음 펴 들었을 때 오래 전에 봤던 마당극을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삶에 억눌려 온 우리네 조상들의 해학과 웃음이 담긴 마당극은 양반네를 풍자하고 비꼬고 뒤틀며 결국에 가선 누가누구랄 것도 없이 한데 어우러지게 만들며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막힌 체증을 속이 후련할 정도로 풀어주는 신명나는 놀이였지요.특히 각 탈의 이미지는 아주 인상적이였는데 무표정하며 아무 생명력없는 탈이 그 탈을 쓴 사람과 하나가 되며 전해지는 그 생명력은 아주 역동적이였죠.

이 책에선 바로 그런 우리의 탈을 만날 수 있어 새롭답니다.탈을 쓰고 하는 마당극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쉽지가 않죠.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 아이 건이를 통해 그 생명력을 부여받은 탈을 그림으로나마 느껴보는 것도 괜찮치 않을까요.아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넉넉함과 웃음도 같이 전해 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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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까지 셀 줄 아는 아기 염소 내 친구는 그림책
알프 프료이센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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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둘째랑 세째는 요즘 수 세기에 열심이랍니다.과일을 가져 갈 때도 하나 둘..같은 그림이 나오는 책만 봐도 하나 둘..계단을 내려갈 때도 하나 둘.. 그게 사물의 갯수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맘대로 수세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저희들 딴엔 꽤나 열심이랍니다.그래서인지 책꽂이 꽂힌 이 책에 이제껏 별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요즘 이 책을 읽어달라고 부쩍 성화군요.수 세는 재미를 붙인 거죠.

엄마로부터 열까지 수를 세는 법을 배운 아기염소는 수를 모르는 송아지를 만나 그만 송아지를 세고 말지요.너도 세어 줄까?라고 말하는 아기 염소가 정말 앙증맞고 똘똘해 보이는군요.하지만 수를 센다는 것을 놀리는 걸로 오해한 송아지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만답니다.울음 소리를 듣고 달려 온 엄마소를 세어버리는 아기염소는 그만 혼을 내려는 엄마소에게 쫓기게 되지요.여기에 아빠소 말아저씨 돼지 아저씨가 차례로 아기 염소를 쫓아가게 되는데 이 상황 설정이 정말 재미나죠.화가 난 아빠소의 꼬리를 보고 아이가 깔깔거리더니 말아저씨의 등갈기와 꼬리를 보곤 그만 자지러지네요.화가 나서 덤벼들 듯 뛰는 그림들이 아주 생동감이 넘쳐요.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너두 세어줄까?라던지 세어버린다라는 표현인 것 같아요.느낌이 아주 새롭죠. 그리고 일대일 대응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점이 아주 좋아요.나 하나 송아지 둘 엄마소 셋 아빠소 넷 ..1 2 3 4..하며 아이를 자연스럽게 책읽기에 참여시킬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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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 -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백창우 엮음, 굴렁쇠아이들 노래 / 보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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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굴렁쇠 아이들 노래 공연을 가족들과 보고 왔답니다. 기대도 안한 백창우 아저씨도 직접 보고..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엮어가는 모습이 소박하면서도 진지해 보여 참 좋았습니다.아저씨의 재미난 입담과 8명 아이들의 따뜻한 미소는 공연장에 왔던 모든 아이들이 아저씨와 굴렁쇠 아이들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가게 만들더군요.깔깔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또 새로운 노래들을 배우면서 흥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근데 전 메아리를 듣지 못해 조금 서운했어요. 제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선 아이들에게 이원수님의 시를 외워 오라고 숙제도 내시고 아이들에게 가끔 노래도 가르치시지요.그게 참 좋은 영향으로 아이에게 인지된 듯,한 번은 저에게 메아리란 노래를 가르쳐 주더군요.제 아이 입을 통해 배우는 그 노래에 전 완전히 반해 버렸답니다.cd구입을 미뤄온 걸 후회하며 바로 구입했지요.역시 cd로 들으니 더 좋더군요.

둘째랑 이제 세살난 막내도 백창우아저씨가 부른 전봇대란 노래가 특히 맘에 드는지 전봇대 전봇대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깨를 들썩거리고 키득거리면서 돌아다닌답니다.낮은 저음이 아이들에게 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나 봐요. 좋은 어른이 좋은 아이를 만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아이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자 애쓰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그래서 이 노래를 만드시는 모든 분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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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12 - 제3부 떠도는 자들의 노래
이문열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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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4권까지 읽고 이런저런 이유로 읽기를 미뤄 오다가 마침내 오늘에서야 12권까지의 읽기를 마쳤다. 간혹 책방에서 이 책과 마주설 때면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숙제처럼 여겨졌던 <변경>읽기였는데 마치고 나니 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후련함마저 든다.

소설은 과거를 뒤집어 현재화 한다는 말처럼 명훈과 영희, 인철과 지낸 지난 한 달은 참으로 즐거웠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던 60년대에 월북한 골수 빨갱이 아버지를 둔 인철 일가의 사회적 죄의식은 원죄라고 표현될 만큼의 강도로 그들의 삶을 억누르고 가둔다. 태어나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처음부터 많은 것들을 스스로 접어야 했고 포기해야 했으며 생각조차 해 볼 엄두를 내지 않아야 했던 그들의 삶이 얼마나 가슴 답답한 것이었는지를 소설을 읽는 내내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원죄로부터 자유로와지기를 그들이 얼마나 갈망했는지를 세 남매의 각기 다른 선택과 삶의 행로에서 우린 작가의 글을 빌려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이 오면 떠난다라는 공식처럼 그 어디에도 적을 두지 못하는 명훈의 의식은 건달의 세계에서도 또 그 반대편의 지성들의 세계에서도 항상 겉도는 자신의 현실과 직면하게 되고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런 자신의 삶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아버지로부터인지 그 자신으로부터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며 그것이 한낱 개인적인 불행으로 명훈에겐 치부된다.

하지만 최소한 생존권마저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른 명훈은 이제껏 자신을 짓눌러 왔던 원죄의식을 벗어버리고 이 사회를 향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결국 어렵게 어렵게 시작한 새로운 삶은 시작하자마자 안타까운 종지부를 찍고만다. 인철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그 생각의 살아있음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것이 작가 본인의 이야기임에 더욱 그러하겠지만 그 시절 작가가 가졌을 모든 감정의 고리들이 충분한 연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인 것 같다. 명훈과 도회적인 삶을 꿈꾸는 영희의 이야기는 그 감정의 고리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간의 들쭉날쭉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비해 인철의 이야기에선 모든 것들이 한 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은 어떤 사건 하나하나가 이문열씨가 썼던 많은 단편이나 장편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철의 성장 과정이 또래들로부터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 사람이든 사물이든 직접 대면하기 전에 관념화시키고 추상화시키는 버릇으로 굳어져 실제로 그것들을 만났을 때는 자신의 생각 속의 이미지와의 괴리감때문에 가까이할 수 없었다는 그래서 더욱 그를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마음을 닫아 걸게 했고 또 다시 잡다한 책읽기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문열씨의 글들이 왜 그리 특별나게 와닿았는지를 알게 하는 이야기였다.

흑백논리가 모든 가치를 판단하던 시대에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연좌제의 그늘에 가려 두세 달에 한 번 경찰의 감시를 받아와야 했던 젊은 그들의 선택에 나는 명훈은 명훈대로 영희는 영희대로 인철은 인철대로 그들의 손을 들어 주고싶다. 무자비한 좌우논리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고 지금도 그 논리들에게서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래서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질 수 없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우린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변하고 부서지고 새로이 섰지만 우리가 지금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분명한 것은 그것이 진정 사람을 위한 것이었나 아니었나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 출발점이 비판의 시각이 아닌 애정에서 시작한다면, 그래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명훈 영희 인철의 삶과 그들의 결정에 대해 우린 더 많은 것을 포용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변경을 통한 이문열씨의 존재증명은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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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8
라 퐁텐느 지음,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그림 / 보림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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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 꼭 읽힐 필요를 느끼지 못해 살까말까 망설이다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받고 보니 이 이야기에 대해 아이들이 학교나 방송매체 등을 통해 흔히 들을 수는 있어도 이 정도의 수준으로 토끼와 거북이를 만나기는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그림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죠. 또 거북이에 비해 두드러지게 표현된 토끼의 그림이 시선을 끄네요.

그런데요, 우리가 지금까지 흔히 알고있던 이야기처럼 거북이가 토끼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꾸준함으로 승부를 걸어 다른 동물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면이 있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요.

처음 몇 번 읽을 때는 저도 잘 몰랐는데 어느 날 이런 의심이 들더군요. 거북이의 계획된 승리가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예요. 그 치밀한 계획 앞에 머리는 없고 몸만 빠른 토끼가 무릎을 꿇은 거죠. 거북에 대한 의심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거북이가 으스대는 토끼에게 경주할 코스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를 하죠.놀랍게도 말이예요. 여기서 출발해 어디어디를 넘고 어디어디를 지나고 하면서 아주 구체적으로요.그런데 거기에 당근밭이 있어요. 토끼는 당근을 무지 좋아하잖아요? 거북이는 토끼가 당근을 놔두고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거북의 계획에 토끼는 보기 좋게 걸려들고 거북은 보란 듯이 승리를 깃발을 날리죠. 그리고 빨라도 끈기없는 토끼를 자신의 꾸준함으로 이긴 것처럼 대미를 장식하며 모든 동물들과 아이들에게 토끼는 보잘 것 없는 동물로 거북은 비록 느리지만 배울만한 점이 많은 동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지요. 제 억측이 너무 심했나요?

어쨌든 아이들이 좋아하니 저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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