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SF -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 1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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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SF팬들이 들으면 무척이나 서운한 말이겠지만, 국내 독서가들에게 아직까지 SF는 낯선 장르이다. 이런 국내 출판-독서 상황에서 ‘과학소설 전문무크’를 표방하고 나선 <Happy SF>가 행복한책읽기 출판사에서 창간되었다. 지금은 무크지로 시작하지만 편집동인들의 희망은 계간지로 정착시키는 일이라고 하니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Happy SF>의 창간은 다른 누구보다도 국내 SF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SF로 독서의 폭을 넓히려는 독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Happy SF> 편집동인들의 바람도, 이 무크지가 기존 SF 작가 및 독자들의 소통의 장이 되면서 새로운 SF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있지 않을까. 이번 창간호의 편집 방향도, SF에 대한 소개와 독자 가이드 특집이 있어서 SF 초심자들의 독서 가이드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창간 특집으로 마련한 “왜 SF인가?”에는 SF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 - 현대 SF의 양상과 한국의 SF 현황, 한국 SF출판의 번역과 편집의 문제, 주류문학과 SF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 특집에 실린 글들은 국내 SF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논자들의 말과 글의 조각들을 한 덩이로 모아보면, 논의될 만한 국내 SF 작가로 복거일, 듀나 이외에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국내 SF 작단은 협소한 편이고 때문에 해외 SF의 번역과 소개가 우선적으로 시급한 일이라고 한다. SF 독자들이 많아지고 나서야 높은 수준의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도 나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과학소설 평론가 김상훈의 <현대 SF의 진화>라는 글에서 재미난 대목이 있다. 한 소설이 SF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 이는 SF와 주류문학의 가장 큰 차이는 내용이 아니라 작품을 읽고 쓰는 방식(독서 프로토콜 : 해당 텍스트를 읽기에 앞서 작가와 독자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일종의 마음가짐 내지는 인지적 패턴)의 차이에서 오기 때문이다. 작가이며 평론가인 딜레이니가 든 예를 보자. “그녀의 세계가 폭발했다.”라는 문장을, 주류문학 독자들은 ‘그녀의 격렬한 감정의 폭발’에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SF 독자들은 그녀가 살고 있는 행성이나 거주지(우주선 등)의 폭발에 주목할 것이다.

SF 독서 프로토콜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나는, <Happy SF>에 실린 네 편의 SF들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 여기서 SF 창작의 기린아로 추켜세워 소개된 테드 창의 <바빌론의 탑>이 듀나와 구광본과 강병융의 SF보다는 뛰어나다고 생각은 되었지만 말이다. 창간호의 뒤에 실린 SF 추천 목록의 세례를 받고 나서야 그때 나는 행복한 SF 읽기가 가능하리라. 나의 SF 탐사선의 엔진에는 아직, 불꽃이 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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