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을 위한 김용옥 선생의 철학강의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김용옥은 '쉬운 것 가지고 쉽게 울궈 먹을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것 가지고 쉬운데로 나아가는 헌신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성인 자신은 끊임없이 어려운 것을 극복해나가는 작업을 중단해서는 아니됩니다.'(152-153쪽)라고 말한다. 아마도 이런 시각이 그의 저술과 강연의 핵심철학일 것이다. TV 강연에서의 과장된 포즈와 특이한 목소리,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줄 아는 지식인. 그러나/그래서 때로 위태로운 발언들로 독자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당황하게 하거나, 분노하게 만들기도 하는 철학자. 이것 또한 도올 김용옥의 이미지들의 집합이다.

<중고생을 위한 김용옥 선생의 철학강의>는 '인간적인 철학개론서'이다. 내용도 평이하면서, 구성도 TV 앞에서 도올 특유의 강연을 듣는 것처럼 친숙하다. 대학 교재로나 쓸 철학개론서나 대중문화의 해설을 통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철학개론서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용옥답게, '삼천포와 구라' 들이 난무하고 개그맨 이상의 입담들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그런 곳에 있지는 않다. '나'라는 주어를 감춘 책들에서 볼 수 없는 살아있는 경험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인간적인 철학개론서로 자리매김 하게 한다. 도올의 어린 시절, 신발을 거꾸로 신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철학 하는 방법에 대해서, 철학이란 놈의 성격에 대해서, 실제로 철학 공부하는 것의 고단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독자는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철학을 '무전제의 사고'라고 정의하고 나서, 무전제의 사고는 곧 그 실제적인 의미에 있어서는 '다전제의 사고'를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온갖 도그마들의 폐단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철학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논하는 식이다. 특별한 주제가 가지런히 모아지거나 철학사의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철학서와는 다른데, 그 때문에 어수선한 게 없지는 않지만 부담감이 덜하고 흡인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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