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기 창비시선 72
김남주 지음 / 창비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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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선집의 이름은 '사랑의 무기'란다. 사랑의... 무기? 사랑하는데 무슨 무기가 필요한가? 시인에게는 그 사랑이 무엇이길래 무기를 들어야만하는가. 시 「손」의 끝매듭을 찬찬히 살펴 생각해볼 때,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땀을 흘리는 사람이 /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어서는 안되는가'라는 물음에 답까지 한꺼번에 담겨있다. 이 세상은 땀 흘리는 사람에게 과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허락하고 있는 않은 게다. 그런 세상을, '연장'을 든 손 대신 '무기'를 쥐어들고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 '무기'는 다시 시인의 '내 시의 노래'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시집의 이름은 '사랑의 무기'인 것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대부분이 시인이 옥중에 있을 때 '집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시커먼 화장지나 관용 편지지 따위에 깨알같이 써놓았던 것들'이라고 한다. 「건강 만세」1, 2에서는 옥중 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들은 옥중에 있지 않으면서도 자유를 모르는, 참 자유를 모르는 나약한 지금, 여기의 나를 때리고 지나간다. 내 나약한 생각들, 나약한 몸짓들... 하지만 죽기 전에 걸어야 할 길이 내게도 있을 것 같다. 싸워야 할 사랑이. 싸워야 할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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