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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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읽고 한방에 메컬러스한테 홀딱 반해서 <결혼식 하객: 국내엔 "고딕소녀"란 엽기적인 제목으로 나왔다>에 이어 <슬픈 카페의 노래>까지 왔다. 매컬러스 3부작으로 일컫는 것을 다 읽었고, 이젠 매켈러스는 더 찾지 않을 거 같다. 국내에 소개된 이이의 다른 한 권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이란 단편집. 그건 그냥 패스 예정.

 카슨 매컬러스가 고딕 작가라고 분류되는 이유는 그녀의 주요한 세 작품에서 모두 키가 매우 큰 소녀, 여인이 등장하는데 당시 독자들이 보기엔 좀 괴기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그렇다고 이이의 작품을 고딕이란 그로데스크하고 우울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책, <슬픈 카페의 노래>도 조지아 주의 소도시라고 짐작되는 곳의 한 카페에서 벌어진 슬픈 사랑의 비극을 노래한 작품이다. 그의 전작들은 미국 남주 지역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기본적으로 따뜻한 작가의 시선으로 본, 일면 선량한 미국인을 그렸지만, 여기선 서로 어긋나는 세 사람의 애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 요새 그거 한 근에 얼마나 가는지 모르지만 한 시절엔 빌어먹을 사랑 때문에 약먹고 죽고, 애인이 약먹고 죽은 줄 알고 단도로 자기 가슴 푹 찔러 죽고, 강에 빠져 죽고, 심지어 동시에 두 작것들이 손잡고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던 시대가 있었다. 근데 사랑, 그거 참. 사랑에 빠지는 데엔 이유가 없는 것. 상대가 190cm에 육박하고 아주아주 건장한 체격에다가 돈에 관한 집착으로 사사건건 법적 소송을 걸어버리는 별난 성격의 여성이더라도 그이의 무엇에 반해 사랑에 빠지건 거기엔 어떤 이유도 없는 거다.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는 못생긴 척추장애인, 자주 이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인 '꼽추'일지언정 누구에겐가 이유없는 사랑을 받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상습적인 강도질과 폭행, 심지어 면도칼 싸움을 걸어 죽인 남자의 귀를 말려 자랑삼아 지갑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악당이라도 누구한테는 조건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왜? 그게 사랑이니까. 원래 사랑이라는 것이 눈깔에 얇은 막이 한 꺼풀 덮혀 있는데 우라질 그놈의 엷디 얇은 꺼풀이 원래의 모습을 온갖 프리즘으로 왜곡시키기도 하고 분칠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게끔 하기 때문. 뭐 혼인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빌어먹을 눈깔 위에 덮힌 꺼풀의 프리즘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데 사람 환장하는 약점이 있긴 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사랑은 조건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인류 역사상 수없이 되풀이한 사랑의 트라이앵글. A는 B를 사랑하고, B는 C를 사랑하고, C는 A를 한때 사랑하다가 이젠 그게 완벽하고 돌이킬 수 없는 증오와 복수의 다짐으로 변하는 거. 많이들 보셨지? 그걸 1940년대 쯤으로 보이는 미국 남부, 평생 처음으로 눈이 내리던 해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걸작이나 명작까진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소설.



 * 표지 보시라. 담배를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카슨 매컬러스의 사진, 머리카락 아래부터는 놀랍게도 '띠지'인데, 거기 뭐라 써있느냐 하면 "유려한 문장으로 빛나는 장영희의 최고 번역작". 장영희 선생이 평소 깔끔한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수필가이며 영문과 교수라서, 게다가 이미 2009년에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이 표지의 중판(초판본은 장영희 생전인 2005년 간행)에서 이렇게 써놓은 거 같다. 그래 처음부터 눈에 불을 켜고 얼마나 매력적이고 깔끔한 한국어 문장을 구경할 수 있을까 했다가, 거기까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수준의 번역이었다. 띠지의 현란한 문구에 기대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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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8-03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은 패스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번역 저도 기대했는데 딱히 크케 좋은 줄은 모르겠더라고요. ㅎ

Falstaff 2017-08-03 12:59   좋아요 0 | URL
아, 옙! 고맙습니다. ㅎㅎ 전 이런 ˝패스하라˝는 답글 정말 좋아합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2-02-16 11:00   좋아요 0 | URL
두분은 이미 카슨 매컬러스 전작하고 계셨어 ㅋㅋㅋㅋ
이 재밌고 좋은 글이 왜 북플에서는 연결이 안된다고 나왔죠? ㅎㅎㅎ
소설 참 좋더라고요. 동화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하고. 읽고 술마시면서 글쓰다 보니 저 자신을 여주인공에 동일시 해서 척척해지고 말았다네....

Falstaff 2022-02-16 11:12   좋아요 0 | URL
저도 북플로는 연결이 되지 않아요. 2년여 전에 알라딘 북플이 터진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얻어터진 사람들이 몇 있어요. 그 가운데 한 명이라서,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