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터리츠 을유세계문학전집 19
W. G. 제발트 지음, 안미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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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년 나폴레옹은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침공해 마렝고 전투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푸치니 작 <토스카> 2막에서 철없는 카바라도시가 공국의 늑대 스카르피아 앞에서 목청껏 불렀던 Vittoria! Vittoria! 바로 그 장면), 이어서 1805년 이번엔 오스트리아-러시아 연합군을 아우스터리츠에서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며, 1809년에도 다시 바그람에 가서 오스트리아를 깨박내고 말아 이를 대개 나폴레옹 3대 승전이라 칭한다. 난 제목만 보고 나폴레옹이 2대 1로 싸워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를 쌍코피나게 했던 전투가 벌어진 지역, 아우스터리츠를 생각했다. 글을 쓴 사람이 전에 읽은 <토성의 고리>의 작가 W G 제발트, <토성....>이 하도 기막힌 기행문으로 만든 소설이라 이번엔 제발트가 아우스터리츠 지역을 산보, 도보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걸 써놓았겠다 싶었다. 그럴 수 있겠지? 근데 아니다. 사람 이름이다. 사람 이름이 아우스터리츠라면 참 희한하긴 희한한 이름이다. 유대인이란다.

 <토성....>을 읽을 때까지, 난 작가 배수아가 쓴 제발트 이야기를 떠들어보며 스스로 제발터리안이라고 칭하는 신인류들이 많다는 얘기를 보고,나, 말러리안, 바그네리안 비슷한 종의 인간들이겠지, 코웃음치고 그랬는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화들짝 놀라, 이래서 제발트, 제발트 하는 모양이구나, 실감을 했다.

 

(출처 : 구글 검색하다 젤 맘에 든 거)


 보시라. 제발트인데 왼쪽 눈꼬리는 아래로 쳐졌으면서 왼쪽 입매는 위로 솟아있는 모습이 뇌졸중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잘 생긴 외모에 지적이고 생각 자체도 고매하고 조금은 고리타분한, 그래서 곁에서 보기에 좋거나 옆집 이웃으로 살기에도 좋지만 같이 살려면 골치 깨나 아플 그럴 인종으로 보이며, <아우스터리츠>를 쓰기에 아주 적절한 모습이다. 내가 젤 싫어하는 게 외모를 보고 사람 판단하는 건데, 이렇게, 하이고, 여기서 '이렇게' 다음에 '잘 쓴'이라고 이어가고 싶지만 이런 대단한 텍스트에 나같은 시중잡배에다가 아마추어 독자가 잘 썼네 아니네 왈가왈부하기가 애초에 송구스러울 정도의 글을 만든 사람은 얼굴도 한 번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맞지? 그래서 사진 한 번 올려봤다. 내가 제발트 실물 사진을 본 소감은, 책이 좋으니 아무 이유 없이 사람도 존경스러 보인다.

 내가 지금 터무니 없이 한 인간과 작품을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니다. 21세기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가 있으며, 깊은 사색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한 가지 이유로 21세기 역시 살 만하다.

 난 좋은 책일수록 책의 내용이나 기타 여러가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데, 이 책에 관한 독후감을 쓰면서 여태까지 내가 얘기한 것이라곤 제발트 찬가 말고는 하나도 없다. 책에 관심이 있는 분, 주저하지 마시고 이 책을 선택하시라. 감동은 작가와 독자의 코드가 맞아야 하는 일. 그래서 당연하게 당신의 감동까지 내가 책임지지는 않는다.

 나? 난 저 영감한테, 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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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2-1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전 요즘 제발트 <공중전과 문학> 읽고 있어요. ㅎㅎ 이 책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다음에 읽어봐야겠습니다.

Falstaff 2017-02-10 09:47   좋아요 0 | URL
옙, 잠자냥 님도 좋아하실 거라 믿습니다. ㅎㅎㅎ

아수라 2017-02-1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토성의 고리는 읽어봤고 아우스터리츠는 안 봤는데요. 지금 당장 딱 한가지를 선택하려고 하거든요^^;
아우스터리츠를 살까요. 호랑이들이 제 세상인 나라를 살까요? 호랑이 리뷰도 맘에 들어서 눈여겨 두고 있거든요^^

Falstaff 2017-02-18 08:39   좋아요 0 | URL
헉!
ㅋㅋ 대단히 곤란한 질문인데요, <호랑이...>는 스토리 <아우스터리츠>는 뭐 거시기, 이렇게 둘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아.... 고민고민.
그리고 <호랑이...>는 오프라인에서 재정가 도서로 가격이 다시 책정, 상하 두권에 10,800 원 주고 새책 사셨다는 분의 쪽지 받고, 심장병 도지는 줄 알았습니다.
한 권 추천이면 <아우스터리츠>인데요, 오프라인에서 재정가 도서 발견하시면 그것도 주저하지 마세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