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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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졸라가 썼으나 이저 정말 졸라가 쓴 거 맞아? 읽어가며 자꾸 이딴 생각 들었다. 첫 장면, 고아소녀 앙젤리크가 거의 맨발로 한 겨울 밤 성당 앞에서 밤을 새우는 묘사는 정말로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 졸라스럽지만 바로 그 다음 수예手藝장인 위베르 부부가 앙젤리크가 입양한 다음부터 서서히 기독교 성녀들의 삶에 자신을, 이거 뭐라그래, 일체화? 몰입? 동일시? 환자? 광신? 세뇌? 하여간 이딴 거 비슷하게 일평생 기독교적 순결을 지키며 산다는 내용, 이거 <제르미날>과 <작품>을 쓴 졸라의 작품 맞아?

 물론 소설가로서의 졸라, 대단한 관찰력과 사물을 보고 그걸 읽는 사람이 절절하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필력에 관한 한 누가 있어서 감히 졸라한테 한 번 겨뤄볼까, 도전할 수 있을까마는, 이 책에서 우리가 졸라한테 경도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런 능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이는 졸라의 필력 말고는, 나한테는 없었다.

 아.몰.랑. 혹시 그것 때문에 색다른 졸라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나한테 졸라 구시렁거리는 인간들이 있을 것이고, 또 평소의 내 소신 '다른 것을 인정하라'와 완전히 딴소리한다고 지청구를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돈 내고 산 책 내가 읽으면서 싫으면 싫은 거다. 나머지는? 나.몰.랑.


 이럴 때 오프라인 책방이 좋은 거 많이 느낀다. 책장에 기대 읽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사도 되는 옛날 책방. 근데 그런 책방 가본지 정말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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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1-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졸라답지 않게 졸라 착한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Falstaff 2017-01-10 14:35   좋아요 0 | URL
몰라도 졸라의 루공-마카르 스무권 가운데 제일 잼없... 잠자냥님 표현대로 하면 착한 졸라 같습니다. ㅋㅋㅋ

blanca 2021-11-29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다 Falstaff님 글 읽고 다시 꺼내고 갑니다. ^^

Falstaff 2021-11-29 08: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래도 루공-마카르 총서 전작을 읽는다는 마음으로...ㅋㅋㅋ
저도 지금 또 한 권의 루공-마카르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