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10만 부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양장)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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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라, 하면 괜히 빚을 진 거 같다. 스타니스와프 비트키예비치와 브루노 슐츠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읽을 수 있게 해준 것만 가지고도 그렇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이가 쓴 《저주 토끼》가 몇 년 전에 부커-인터내셔널 최종심까지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가로서의 정보라가 SF 소설을 쓴다고 오해하고 있었고, 그 분야를 별로 즐기지 않아 그동안 찾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개정판이 나온 걸 누군가 도서관 이용객이 희망도서 신청을 해 새 책이 들어와 읽어볼까 싶어 그렇게 했다. 아오, 괜히 읽었다. 꿈자리 사납겠다.

  SF? 천만의 말씀. 누가 SF 작가라고 그랬어? 맞다. 그렇게 들은 적 없다. 내가 괜히 혼자 그렇게 짐작했을 뿐. 이런.

  그동안 정보라, 하면 이이가 쓴 책이 《저주 토끼》인지 《엽기 토끼》인지 헛갈려 꼭 뭐였더라, 두 번 생각했다가 이번에 책 읽고 글 쓴 이에게는 안 된 말씀이지만 이젠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겠다. 꿈에 나올라…. 호러도 그냥 호러가 아니더라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는 특별하게 어린 아이 죽는 장면이 끔찍한데, 이이도 그런 모양이다. 독자한테 더 끔찍한 느낌을 주기 위하여 그래서 어린 아이가 죽거나 초현상적인 이상 생명체 혹은 비생명체로 변신하는 장면이 다른 작가에 비해 높은 빈도로 등장한다. 끔찍한 상상을 초래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겠지만 나처럼 선량한 마음씨로 평생 산 독자들로서는 이거 뭐 도무지 감당이 안 될 수준이라서, 거 참.

  표제작이자 소설집의 제일 앞에 실어 문패 역할을 한 <저주 토끼> 한 편만 그런 게 아니라 go go mountain, 갈수록 태산이다. <머리>, <차가운 손가락>, <몸하다> 등등. 도대체 이이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이게 다 궁금하더라니까? 뭐 사는 거야 이이나 나나 별다른 게 있겠어? 하긴, 이러니까 사람의 곱창이 아스팔트 위에서 꼼지락 거리는 <브로츠와프의 쥐들>을 그렇게 실감나게 번역했겠지만. 그것도 읽으면서 곱창으로 줄넘기하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야, 싶은 수준이었다.

  정보라님. 앞으로 작품은 읽지 않더라도 폴란드나 러시아 사람이 쓴 숨어있는 좋은 작품 열심히 우리말로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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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7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7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6-03-2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김초엽, 천선랑 등 최근 등단한(개인적으로 공선옥 작가를 마지노선이라 생각히나 요즘 등단작가로 인식될 수 있겠네요..ㅎㅎ) 작가들의 작품들은 읽을 수가 없고...읽다가 덮고...그렇습니다. 읽어야할 세계문학 작품이 넘칩니다. 정보라, 김초엽, 천선랑 등의 작가들보다 더 좋은 작품을 읽는 것이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다 읽어가지만...명성보단 번역 때문에 진짜 짜증이 나긴 하는데, 이거 읽는게 최근 핫한 한국 여성 작가들 작품 읽는 것보다 저는 훨씬 만족도가 높습니다. 겉 표지 이쁘게 만드는 건 정말 요즘 출판사들 기가막히더라구요. 표지 보면 막 소장해서 읽고 싶게 만드는...디자인팀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Falstaff 2026-03-27 15:42   좋아요 0 | URL
뭔 말씀을... 그래도 공선옥 63년 엽기토끼띠 여사님 후배들이 세상에서 좋은 상은 다 받더구먼요 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