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런치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1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전세재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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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 클래식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나온 윌리엄 S. 버로스의 출세작 <정키>와 <퀴어>를 읽은 이후로, 그때도 헌책이기는 하지만 한 방에 두 권을 사는 만행을 저질러 두 권을 다 읽게 되었는 바, 다시는 버로스를, 적어도 돈 주고 사서 읽지 않겠다고 단단히 작심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버로스의 <네이키드 런치 : Naked Lunch : 개떡 같은 점심식사>를 읽은 건, 당연히 도서관 개가실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버로스는 잭 케루악과 함께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나는 잭 케루악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하면 보이는 족족 몽땅 읽어 치우는 반면, 도무지 이 윌리엄 S. 버로스는 못 읽어주겠다. 틀림없이 궁합이 맞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버로스의 마약(정키)과 동성애(퀴어)가 케루악보다 좀 더 지독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케루악의 대표작 <길 위에서> 속에 잭과 함께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멕시코시티까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알코올에 허우적대고, 차량절도와 마리화나와 프리섹스의 골짜기로 빠지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의 실제 모델이 윌리엄 버로스인 건 미국 비트소설 좀 읽은 분은 다 아시겠지만, 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다. 아, 먼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내 취향에 잭이 더 맞는다는 것이지, “객관적으로” 빌이 잭보다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 잭과 빌이 대단히 친한 사이다. <네이키드 런치>라는 이 책의 제목을 잭 케루악이 지어주었을 정도니까.


  <네이키드 런치>는 1962년에 출간하자마자 곧바로 외설 시비에 휩쓸린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재판까지 받았는데, 이 책에서 서문, 머리말 비슷하게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무려 41페이지 분량으로 노먼 메일러, 그리고 역시 <길 위에서>의 미친놈 무리 가운데 한 명인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법정 증인 심문 내용 요약을 실었다. 최종 재판 결과, 1966년 7월에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네이키드 런치>가 외설물이 아니라고 판정을 했다. 이 내용을 책 뒤편의 부록이 아니라 작품 앞에 실은 건 당연히 독자에게 <네이키드 런치>에 그런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 있으니 열라 사 읽어보라는 뜻이 있겠지. 그리고 진짜 읽어보면 1960년대 초반 시각으로 외설적이기는 하다. 외설인지 아닌지는 다음으로 하고, 적어도 당시 우리나라에서 출간했으면 반공을 국시로 하는 3공화국에선 출판사 폐업하고, 작가는 곧바로 끌려가 줘 터진 다음에 한 5년 장하게 콩밥 깨나 먹었을 듯.


  여기서 내가 말한 외설의 뜻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해도 너무 과한 마약. 진짜로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이 작품을 쓸 당시에 버로스 자신이 쓰는 내내 마약에 취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데, 마약 상태에서 이런 문장이 나올 수는 없었을 테니까, 쓰는 내내 시간 날 때마다, 시간이 없더라도 억지도 만들어서 짬짬이 온갖 종류의 마약을 지속적으로 빨아들였음이 거의 확실한 “것처럼” 작가 자신은 특정 사건이 흐르고 그걸 서술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보면 그저 한 단편들만 주욱 나열되어 있는 옴니버스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지, 하여간 독특한 시각을 견지한다. 실제로 버로스는 마약을 다루는 작가가 작품의 소재로 쓸 만한 유일한 소재는, “글을 쓰는 순간에 자신의 감각에 존재하는 것” 뿐으로, 자신은 “이야기, 플롯, 연속성을 억지로 삽입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p.348~349) 그러니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작가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오리무중의 숲속에서 헤매게 되는 것.

  게다가 진짜 온갖 마약들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굳이 부록을 달아 각종 마약의 중독성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기도 해서, 징글징글하기 짝이 없을 정도이다. 두번째로는 성애 장면이다. 야하냐고? 그렇다. 왜? 혹 하셔?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성애 장면은 내 취향하고 거리가 먼 동성애, 그것도 남성간 동성애 장면이다. 이것도 이성간 성애와 비슷하다. 가끔 가다가 어떻게 한 번 나와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지 이 책에서처럼 시도 때도 없이 주구장천, 그것도 자주 마약에 취해 여기다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환상 속에서, 그냥 동성애도 아니고 딱 그 부분만 클로즈업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일찍이 <퀴어>와 <정키>를 통해 앞으로 거리를 두기로 했던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해 길게 독후감을 쓰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숱하게 등장하는 마약 중독자들의 망가진 모습만 한 두 장면 소개해볼까? 관두자. 괜히 밥 잘 먹고 그럴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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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7-1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길 위에서> 읽은 후 <퀴어>와 <정키>를 접하고 충격@_@;;;; 이 책은 앞부분 읽다가 덮어뒀었는데 Falstaff님 덕분에 생각났어요. 용기가 생기면 재도전해볼까합니다. @_@;;;

Falstaff 2024-07-11 15:24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서 좀 더 묵혀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이거 쓸 때 늘 맛이 가 있는 상태여서 두 작품보다 더 난삽하더라고요.

잠자냥 2024-07-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층격적이긴한데 참 재미없는 버로스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4-07-11 15:24   좋아요 0 | URL
이 작자는 로또입니다. 저한테는 참 안 맞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