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만경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유명한 소설이라 읽어봤다. 제목을 왜 이렇게 뽑았을까. 내가 편집자라면 <도쿄만 풍경> 비슷하게 달았을 거 같다. 한문 東京灣景을 우리말 음가 그대로 썼는데, 내 경우, ‘동경’과 ‘만경’ 운이 비슷해서 동경↗ 만경↘, 이런 식으로 읽어버렸으니, 도쿄 배경의 만경晩景, 늦은 경치 정도로 생각했던 것도 뭐 일리가 있잖은가. 정작 헌책을 사서 표지를 보니까 한문으로 東京灣景이라 쓰여 있는데, 東京灣은 고동색으로, 景은 검정색으로 ‘東京灣景’ 달리 색을 칠해놓았다.
 연애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이 팔린 소설이고, 일본에선 드라마로도 만들어 작가로 하여금 돈벼락을 맞게 했던 모양. 얼마나 좋았을까. 전형적인 일본 대중소설. 내가 대중소설 알기를 우습게 아는 인종이 아니란 건 아실 것이지만, 일단 내 취향이 아니다. 쉽게 읽히고 그래서 진도 잘 나가고, 유별난 베드 신이 없는 것까진 좋은데, 원래 사랑이란 것이 아무 것도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화학작용이라 딱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범은 없을지라도 적어도 화르륵 불타오르는 정점은 한 번 찍어줘야 제 맛이다. 바로 이때 작가가 정점의 사랑을 묘사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언어 때문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불멸의 명작이 되고 셰익스피어가 눈부신 극작가로 변신하는 것.
 내 취향하고 제일 맞지 않았던 건 작품의 결말을 위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연출의 영화 <일식>을 가져다 쓴 것. 다시 말 하건데, 이런 방식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내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찍이 영화 <일식>을 본 적이 있는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구상했던 결론이 <일식>과 같았을 수도 있고, <일식>을 본 다음에 이 영화의 피날레를 소설 속에서 한 번 써보고 싶었을 수도 있는 바, 둘의 공통점은 연애소설의 결말(희한하지? 연애소설의 결말은 거의 대부분 이별인 것이. 그래 연애소설은 기본적으로 이별소설이다.)을 보다 쉽게 장식할 수 있었으며, 결말을 위해 작가가 머리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시도를 해볼 필요가 없었다는 것. 그냥 아마추어 독자인 내가 그런 걸 싫어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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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0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제목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그냥 동경만의 풍경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공감합니다, 아무리 고전이고 걸작이고 해도
자신의 취향이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꽝이지욧.

Falstaff 2018-09-07 09:54   좋아요 0 | URL
옙. 동경만을 사이에 두고 직장을 가진 여자와 남자 사이의 ˝몸의 사랑˝이 주제입니다. 저주지요, 저주. 마음은 끌리지 않지만 속궁합이 찰떡인 커플.
취향에 관한 의견에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잠자냥 2018-09-0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동경↗ 만경↘, ‘이 아니었군요! 놀라워라... ‘동경만 경‘이었다니.... 이 책을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암튼 폴스타프 님 덕분에 제목은 확실히 알고 갑니다. ㅎㅎ

Falstaff 2018-09-07 11:32   좋아요 0 | URL
ㅋㅋㅋ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