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 수학소설 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인가?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에서 기초적인 물리학 지식을 쌓고 감동한 나머지...

이제 과학책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 없는 자신감에 <퀴크로 이뤄진 세상>,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시간의 역사> 등등을 사서 쟁여 놨다.

물론 엄청난 책값을 들여야 했고... 그 책값이 아까운 나머지

읽고 말거야! 하는 의지도 없지 않았지만 저 책 중 대부분은 읽지도 못했다.

(시간의 역사는 읽었다. 읽었을 뿐 이해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책들도 안 읽었다. )



그 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천재 이야기>도 장바구니에 들었다, 놓기를 몇 번했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어려웠기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시크릿 하우스>를 구입했더니 이 책이 딸려왔다.

왠지 반가웠고 <시크릿 하우스>보다 먼저 이 책의 탐독을 시작했다.


이 책은 교양 과학 서적이 아니라 소설이다.  쉽고 빠르고 그리고 재밌게 읽힌다는 면에서

이 책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선정 좋은 책>이 될 만하고 말만 들어도 어려운 수학을 소설의 주제로 풀었다는 점에서 <전국수학교사협회 추천도서>가 될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동안에도 내내 과연 ‘수학이라는 명제를 제외하곤 뭐가 재미있는지 증명’해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따라서 ‘증명’에 실패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하다.

골드바흐 추측이라는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를 증명하기 위해 한 평생을 다 바친 한 수학천재의 이야기다.

나의 가족은 다들 실패자라고 하는 우리 삼촌은 수학 천재다. 모두들 인정하는 수학의 신동이었고 어린 나이에 박사가 되고 미적분학의 대가로 미사일 포탄 계산법을 만들어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풀지 못하는 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의해 절망할 권리가 있다”

인생의 목적은 남들 부럽지 않은 삶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여한 도전을 성취했을 때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Impossible is Nothing> 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인 듯 하지만 주제와 이야기는 딴 판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의해 절망할 권리가 있는 것”은 바로 재능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누구나 재능 있다고 이야기 하던 천재 수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는데 그게 바로 기침, 돈, 사랑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 삼촌은 하나가 더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게 뭐냐구? 바로 수학적 재능이지>

 

<너한텐 최고의 실력자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없었지. 그게 뭔 줄 아니? 그건 오직 한 길로 끝까지 정진하려는 진념이지. 만약 너에게 진정한 의미의 재능이 있었다면, 수학을 하는데 굳이 내개 축복해달라는 따위의 구걸을 하지 않았을 거야.>

 

<내가 내준 문제를 푸는 데 실패한 후에, 물론 못 풀 거라고 예상했지만, 어쨌든 네가 더 배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면 수학자가 될 자질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

 

<불행히도 수학에는 은메달이란 게 없어. 먼저 알리고 발표하는 사람이 모든 영예를 독차지 하는 거야. 2등을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아>


이 책은 불행히도 인생을 도전과 성취라는 측면에서 오직 재능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비록 바꾸진 못해도 그런 도전을 한 사람들은 인생에 가치가 있다는 주제로 쓰인 책같다.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괴롭고 주말에 여행갈 생각에 괜히 설레는 나 같은 사람들이 보기엔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영화 Beautiful Mind가 서스펜스를 느껴지만, 어떤 감동도 느끼지 못한 것 처럼 말이다. 절망할 만큼 간절하게 선택한 주제도, 그걸 풀어낼 재능도 없는 내가 보기엔 너무너무 먼~~~~~이야기 일 뿐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이 글의 중심인 골드바흐 추측이 증명됐다고 해도 그걸 이해하기 꽤 어려울 거 같다.) 이 책은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 상을 타 오는 어린 천재 소년들에게는 감동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괴팍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한 아저씨의 푸념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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