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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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은 제목부터 수상쩍었다.
식모들?
7-80년대 좀 산다는 집에 있던 사람들...
부엌칸 옆에 하루 종일 한줄기 빚도 들어오지 않을것만 같은
쪽방에 가구대신 가방에 자신의 모든 짐을 의지한테
같이 살되 절대로 한가족이 될 수 없었던 인물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그 화자는 130킬로그램의 거구 소년이다.

인간을 나누는 몇가지 구분법이 존재한다.
일단 경제력... 음 식모라면 8-90년대 최하위 계층이다.
그리고 외모.. 음 130킬로의 거구라면 21세기 최하위 계층이다.

이 두 하위 계층이 그들의 역사를 되짚는다.
절대 현실이 될 수 없지만..
왠지 현실이었으면 좋겠는 판타지가 시작된 것이다.

수상한 식모들의 원조쯤 되는 호랑아낙들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백두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호랑이.
산중 호걸로 모든 동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던 그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시험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남성 이데올로기에 순응해서 신데렐라가 된 라이벌 웅녀와 달리
호랑이는 누구를 겁주고 혼내주고 잡아먹는데는 익숙했지만 다른이의 지시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영... 젬병인 모양이다.
그래서 여인이 됐으나 사회에 편입하지 못했던 범녀.
그녀는 역사의 주인공이 된 웅녀와 달리 역사의 이류로 남아 있다.
그런듯 어쩌랴..
인생이란 어차피 이류인 것을...

호랑아낙들은 역사에 숨어들고
수상한 식모들은 가정에 숨어들었다.
일류와 이류를 구분하고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세상을 비웃고 조롱하고
가끔씩 만나는 그네들끼리 자신들만 아는 은밀한 낄낄거림을 즐긴다

이 책은 절대 비장하지 않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곳곳에 수상한 식모들을 우리 피흘리는 현대사에 편입시켜놓았고
21세기 붕괴하는 가족가치관과 성윤리도 꼬집어 놓았지만
진지하지도 않다.

그냥 호랑아낙들이 우리 역사에 숨어들었듯
작가도 발칙한 상상력 속에 현대사회의 병폐를 숨겨놓은 느낌이다.
이 책은 우리가 칭하는 일류소설이 되기엔 무언가 부족하지만 일류책치고 재밌는 소설 몇 없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엡스키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_-+
이류라서 탁월한, 이류라서 재밌는..
책이다. 마치 수상한 식모들의 인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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